웅숭깊은 국물에 풍덩 빠지다
겨울을 헤치고, 황사와 미세먼지를 이겨내며, 그토록 기다리던 5월이 왔건만 정작 눈부신 계절 앞에서 삶의 팍팍함만 더욱 도드라지는 기분이다. 어수선한 시국과 5월에 부쩍 늘어날 카드대금 탓일까. 이처럼 스스로 바꿀 수 없는 변화의 …
201705172017년 05월 15일눈에는 꽃이 되고 몸에는 약이 되는 밥상
일본은 한적한 마을 어귀 작은 상점이나 화려한 백화점 등 어디를 가봐도 상품 진열과 포장이 참으로 똑떨어진다. 곱고 화려한 포장뿐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과 앙증맞게 소분된 상품이 넘쳐나 눈이 휙휙 돌아간다. 길거리 여느 식당에…
201705102017년 05월 08일말랑하고 구수한 고기의 신세계
외식으로 쇠고기를 구워 먹으려면 돈이 꽤 든다. 대형마트, 백화점, 동네 정육점 등에서 사다 집에서 구워 먹는 편이 비교적 저렴한데, 같은 곳에서 구매하더라도 고기 맛이 그때그때 다르다. 환경과 종자가 같은 소일지라도 개체별로 여러…
201705032017년 05월 02일하얀 도화지 같은 음식, 피자
토마토소스와 치즈만 듬뿍 올려 구운 심플한 피자.2001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작은 호텔 주방에서 실습생으로 일할 때였다. 연회를 치르고 난 뒤라 나를 포함해 겨우 5명이던 주방 식구는 모두 녹초가 돼 있었다. 주방장은 오늘 …
201704262017년 04월 25일그리스 길거리 음식의 풍미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외국에 가도 도무지 길거리 음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현지 재료와 손맛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을 것 같은 기대, 지금 맛보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뒤엉켜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더욱이…
201704192017년 04월 17일구수, 시원, 진한 국물 맛에 홀딱
맛좋은 음식을 만나면 다음번엔 누구와 이 음식을 먹으러 올까, 누구에게 알려줄까, 아무개는 먹어봤을까 등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다 나만 아는 비밀로 간직할까라는 욕심도 든다. 요즘 같은 때는 맛집으로 소문나면…
201704122017년 04월 12일말린 우럭 바람 맞을수록 꾸덕꾸덕 더해지는 맛
개운하면서도 진한 맛이 가득한 우럭젓국.우럭을 말리면 살이 쫄깃하고 노르스름해진다(위). 2주 정도 자연 바람으로 말린 우럭.동네 횟집에 들러 계절이나 입맛에 상관없이 맛볼 수 있는 상시 메뉴가 있다면 광어·우럭 세트가 아닐까. 횟…
201704052017년 04월 04일개성 살린 톨레랑스의 참맛
중국 음식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짜장면, 짬뽕! 이탈리아 음식 하면 스파게티와 피자가 떠오른다. 네 가지 음식 모두 본토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나라에 자리 잡았지만 각 음식의 국적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프랑스 음식은 어…
201703292017년 03월 28일자연에 가까운 맛이 최고의 음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단어가 있다.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 등을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다. 자신의 내면과 주변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덴마크인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덴마…
201703222017년 03월 20일찰나의 봄, 맛의 바다에 빠지다
양념을 포함해 15가지 정도의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 ‘원조시락국’의 이색 풍경(위). 장어 머리 우린 국물에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끓인 시락국.꽃이 필까 시샘하는 추위가 기승인 것을 보니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봄 하면 섬진강을…
201703152017년 03월 13일식당 저마다의 맛이 살아 있는 곳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를 흰밥에 얹어 말듯이 비비듯이 섞어 먹는 부대찌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어깨를 견줄 만큼 인기가 있다. 집에서 갖은 양념에 김치, 육수, 햄, 소시지, 채소를 넣어 끓여보지만 식당에서 먹던 맛을 흉내 …
201703082017년 03월 03일오래돼 좋은 건지, 좋아서 오래된 건지
삼겹살 한 점에 추억 한 조각 서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서, 돈을 벌어서, 돈을 잃어서, 사랑에 빠져서, 사랑이 떠나가서 등 수없이 많은 이유로 우리는 삼겹살을 먹어왔다.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
201703012017년 02월 27일식탁에서 즐기는 쿰쿰한 시간 여행
며칠 전 정월대보름 밥상에 묵나물과 함께 봄동, 냉이 같은 봄나물이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매서운 바람을 뚫고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은 꽤 따뜻하다. 나른한 봄이 몰려오기 전,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야 할 때면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201702222017년 02월 17일오롯이 누리는 조용한 한 끼의 속삭임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보면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쓸쓸해하는 나의 존재가 내 앞에서 라면을 먹는 사내를 쓸쓸하게 해주었을 일을 생각하면 더욱 쓸쓸하다. (중략) 한 달 벌어 한 달 살…
201702152017년 02월 13일치열한 한 끼, 뒤끝 없는 화려함
요즘에는 냉면을 먹는 데 제때가 따로 없다. 겨울이 제맛이라니 요맘때 먹어야 하고, 여름에는 당연히 찬 음식인 냉면이 당긴다. 매끈한 목 넘김과 개운한 맛이 좋아 입이 깔깔해지는 가을과 봄에 먹기에도 무리가 없다. 요 몇 년 매스컴…
201702082017년 02월 03일정유년, 닭에 대한 고찰
정유년 닭띠 해의 음력 첫날인 설이 찾아왔다. 닭은 아주 오래전 날기를 포기하고 번식을 택했다. 사람이 잡아먹으려고 못 날게 한 게 아니라, 스스로 땅에 정착했다. 닭의 결정적 선택 덕에 사람은 그 고기와 알이 선사하는 단백질의 풍…
201701252017년 01월 23일한 마리만 있으면 한 상 그득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새해, 즉 1월 1일에 겨울이 끝나고 화사한 봄이 ‘짜잔~’ 하고 시작되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바뀌고 설이 오기 전까지는 이상하리만치 분주한데 해가 짧고 날이 추워 몸이 자꾸 움츠러드는 것이 싫어서다. …
201701182017년 01월 16일서울 인사동의 친환경 식당
방송에서 배운 말 가운데 요즘 가장 자주 써먹는 것이 ‘맛있으면 0칼로리’다. 어차피 먹을 음식이라면 신나게 그 맛을 즐기면 될 뿐, 내 몸에 남는 후폭풍 따위는 두렵지 않다 이거다. 그렇지만 ‘맛있으면 0칼로리’ 같은 위로의 주문…
201701112017년 01월 09일심신에 안식을 주는 은신처
연말연시. 이맘때면 지난 1년간 실천하지 못한 결심을 반성하고 다가올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곤 한다. 글을 깨친 이후부터 매년 이런 듯한데 나아진 것은 별반 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매일 새롭게 고개를 드는 기막힌 사건으로 국가 전체가…
201701042016년 12월 30일아흔한 살, 서울의 이야기가 흐르는 곳
요즘에는 요리나 음식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누구나 미식(美食)을 즐길 수 있다. 음식을 통해 여행, 사람, 역사, 음악, 미술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기도 한다. 한 그릇의 요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그것을 둘…
201612282016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