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五味)가 오묘하게 녹아든 한식간장
해넘이를 앞두고 가장 큰 행사는 김장이지 싶다. 김장하는 날은 아삭아삭한 생김치에 삶은 고기, 간간하게 절인 배추에 굴무침을 얹어 먹는 신나는 날이다. 그토록 맛좋은 음식의 이면에는 여러 노고가 있다. 김장은 좋은 고춧가루와 배추,…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12월 30일재료가 남다른 소시지, 연말 파티에도 제격
요즘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바로 스마트폰 덕분이다. 태어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역의 밥집을 훤히 알고, 농토를 밟아본 적도 없으면서 밀알과 쌀알에 관해 묻고 답할 수 있다. 하루에 수백 혹은 수천만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12월 16일쌀누룩으로 만든 발효 음료
손발과 코끝이 시려오는 이맘때 외갓집에 가면 할머니가 내주는 별미가 있었다. 찬바람에 볼이 발개지도록 사촌들과 실컷 놀다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는 다디단 단술을 한 그릇씩 떠 우리에게 먹게 했다. 입은 달고, 목은 촉촉하며, 가슴은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12월 09일물과 달걀로 빚는 생파스타의 진미
20대 중반에 부모 집에서 독립했지만 아직까지 친정집의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오랫동안 머무르는 물건들이 있다. ‘로드쇼’ ‘스크린’ ‘키노’ ‘씨네21’ 같은 영화잡지다.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잘 몰랐던 이야기가 잡지 안에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11월 18일가을에 맺히는 탱자의 무한매력
며칠 전부터 손끝이 부쩍 시리기 시작했다. 사무실 책상 앞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그날이 그날 같아 몰랐건만, 계절의 변화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아챈다. 냉장고 문을 여는 것보다 전기주전자를 켜는 횟수가 확실히 늘었다. 11월이 코…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11월 04일맛보기 힘든 토종쌀 이야기
얼마 전 맛 좋다는 햅쌀 한 포대를 얻었다. 여름에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4kg짜리 쌀이 있는데 통 줄지가 않아 여태 햅쌀밥 한 그릇 지어 먹지 못하고 있다. 얻은 게 햅쌀이 아니라 곰팡이 곱게 핀 치즈였거나, 잘 훈연한 돼지뒷다리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10월 21일향기로운 가을 만드는 꽃차
‘인생은 고달프다. 삭막하다. 앞이 어둡다. 자기가 하는 일들이 옳은 것인가. 무엇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언젠가는 맞이할 죽음 앞에 회한의 눈물은 흘리지 않을 것인가. 우리들은 이런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록…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9월 30일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목이버섯 피클 & 뮤즐리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먹을거리와 관련된 공부와 일만 했다. 돌이켜보면 ‘먹는 일’에서 얻은 기쁨이 적잖았다. 맛있는 것, 좋은 것, 귀한 것을 맛보는 일도 잦지만 무엇보다 오래 기억되는 건 ‘새로운 발견’이다…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9월 16일지리산에서 한국산 하몽을 맛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고령화 가족’을 보면 아침부터 삼겹살 먹는 가족이 등장한다. 평균 연령 47세인, 인생이 제대로 꼬인 자식들을 건사하는 엄마는 아침부터 돼지고기를 굽는다. 영화 속 고기는 마치 자신과 자식들을 향한 무언의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8월 26일염소젖으로 만든 국산 ‘고트치즈’의 맛
낯선 것은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행의 묘미가 바로 그렇다. 다른 나라, 다른 마을에서 보는 타인들의 평범한 일상은 우리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생김새가 다른 산, 나무, 풀, 들짐승을 보다 보면 어디에나…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8월 12일숙성 음식, 여름 입맛을 깨운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이런저런 음식을 잘 챙겨 먹자는 말을 주고받곤 한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니 보양식을 먹자, 더위가 울고 갈 만큼 시원하고 맛있는 빙수 한 그릇 먹자처럼 다른 계절에 비해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난다. 여름…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7월 29일올리브, 오일에 가려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열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이 말만 들으면 아무렇지 않던 입이 얼얼해지고, 배 속에서 사르르 파도가 이는 것 같다.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식습관이 불규칙했고, 잠도 제때 들지 않았으며, 여럿이 한…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7월 15일토마토로 고추장을 만든다고?
과일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유난히 손이 가지 않는 것이 토마토다. 토마토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유는 맹맹하고 싱거워서다. 특히 완숙 토마토는 탐스러운 붉은색, 크고 불룩한 모양새와 어울리지 않게 ‘물맛’이 많이 난다. 달고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7월 01일앉은뱅이밀, 금강, 조경, 백강이라고 들어봤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다. 그래서 학교 방학 때 휴가 가는 일이 드물다. 친구나 친척 아이들과 동행해봤지만 영 재미없는 어른으로 취급받기 일쑤인 데다, 우리까지 덩달아 여행지를 붐비게 만들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주로 봄…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6월 17일한국 사과, 프랑스인 손길을 거쳐 상큼한 술로 태어나다
분주한 5월이 저물고 있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 발명, 세계인, 바다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날과 부처님오신날, 그리고 화창함에 더 사무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도 있었다. 달력에 적힌…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6월 03일NO 버터, NO 설탕, NO 오븐으로 완성하는 달콤한 디저트
사회 초년병 시절, 처음 맡은 일은 요리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요리책 한 권을 출간하려면 시장 조사와 기획, 저자와 스태프 구성, 원고 정리와 촬영, 디자인과 교정을 거쳐 인쇄와 판매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임무는 원고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5월 20일도시 양봉으로 천연꿀 따고 환경도 지키고
어릴 때부터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등 바퀴 달린 물건을 좋아했다. 열 살 무렵 친구들과 어울려 비포장도로를 달리거나, 과속방지턱을 넘는 모험을 즐기다 넘어지기 일쑤여서 무릎과 팔꿈치가 성할 날이 없었다. 상처에 묻은 흙을 살살 씻어…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5월 07일뚱뚱한 가지, 샛노란 호박, 근육질 토마토 등 별천지
얼마 전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NewPhiloso pher)’에 실린 문장에 눈길이 멈췄다. ‘임종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한 줄이다. 이 문장의 답을 구해보려고 꽤 오랫동안 가만히 …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4월 22일편육 같은 채소 ‘테린’ 맛보셨나요
내 학창 시절의 큰 기쁨을 꼽자면 안타깝게도 공부가 아니라 도시락이었다. 뒤돌아 앉아 뒷자리 친구들과 얌전하게 나눠 먹던 초등학생 시절, 밥그릇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동네 반찬을 탐하던 중학생 시절, 그리고 오전 중에 일찌감치…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4월 11일낯선 콩 맛에 빠져든다 ‘템페’
봄날이면 엄마는 늘 분주했다. 꽃놀이가 아니라 ‘장(醬)놀이’를 하느라 친구들과 우우 모여 분주히 다녔다. ‘장 뜨러 간다’는 엄마의 말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그때는 무엇이 저토록 엄마를 들뜨고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일까 궁금했다.…
푸드칼럼니스트2019년 0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