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 점자만큼 자연의 섬세함
프랑스 론 지방에서 나는 샤푸티에(Chapoutier)에 대해 누군가는 쉽게 접하기 힘든 비싼 와인으로, 또 누군가는 저렴한 가격에도 꽤 품질 좋은 와인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샤푸티에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406022014년 06월 02일청정 자연이 키운 은어와 한우 맛난다, 맛나
강원 정선과 전남 곡성은 재래시장 덕에 유명해진 곳이다. 외진 곳에 있지만 기차가 다녀 사람 왕래가 빈번한 것도 닮았다. 인구 3만 명을 넘긴 곡성에는 1년에 4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전국 유일의 기차마을인 곡성 기차마을…
201405262014년 05월 26일한여름의 크리스마스와 환상 짝꿍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점의 집적. 자줏빛 거대한 그림은 그 크기와 강렬함으로 먼저 사람을 압도한다. 그림을 가득 메운, 크기가 각기 다른 작고 붉은 점은 어찌 보면 수없이 많이 그려넣은 하얀 동그라미, 즉 거…
201405262014년 05월 26일농익은 과일향 … 주말 저녁에 잘 어울려
옛날 사람들이 마시던 와인은 어떤 맛이었을까. 그리스와 로마시대에는 와인에 허브와 향신료를 잔뜩 넣거나 꿀 또는 포도주스를 섞어 와인이 진하고 찐득거렸다고 한다. 이는 와인이 잘 상해 시고 텁텁한 탓에 그냥은 마시기 어려웠기 때문이…
201405192014년 05월 19일흉내 낼 수 없는 진한 국물맛 뼛속까지 시원
부산은 일제강점기 일본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유 때문에 급성장한 도시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 부산은 일본 문화를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은 대한민국 임시수도로서 한 번…
201405122014년 05월 12일쳇바퀴 일상에 허기가 지면 그곳에 간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필자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다. 성북구 안암동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출퇴근 때마다 광장시장 앞을 지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주변을 배회하며 술을 마신다. 광교와 장교의 이름 한 자씩을 따 1905년 한성부에…
201405072014년 05월 07일시대의 통증, 잠시 잊으려 아픔을 삼킨다
슬픔이 가득한 날, 매운맛을 찾는 사람이 많다. 매움한 건 맛이 아니라 통증이지만 한국인은 이 통증을 매운맛으로 인식한다. 한국은 마늘, 고추, 부추 같은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 사용이 세계 최고다. 1인당 고추 소비량이 헝가리, 미…
201404282014년 04월 28일수원 왕갈비부터 불도장까지 골라 먹는 재미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 주변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학교 옆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있고 아파트와 호텔이 빼곡하게 자리한 덕에 유명 식당도 많다. 돼지국밥 같은 서민 음식뿐 아니라 불도장(佛跳牆) 같은 최고급 요리를 파는 식당까지 …
201404212014년 04월 21일진하고 걸쭉한 국물과 건더기 밥 한 공기 뚝딱!
부대찌개는 기묘한 음식이다. 전쟁과 기아, 서양과 한국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결합해 낳은 슬픈 음식이다. 부대찌개 기원을 미군부대에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를 넣고 끓인 꿀꿀이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꿀꿀이죽은 일반인이 먹던 …
201404142014년 04월 14일“100년 넘은 한국 커피 문화 맛있게 볶아 나누고 싶죠”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변에 있는 붉은색 벽돌 건물 ‘왈츠와 닥터만’에는 연중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매주 금요일 밤 8시 이곳에서 열리는 ‘왈츠와 닥터만 금요음악회’ 연주곡들이다. 2006년 3월 3일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201404142014년 04월 14일두루치기 돔베고기 그곳에 있었네
제주의 두루치기 원조집 ‘용이식당’은 서귀포시 옛 시외버스터미널 뒤쪽에 있다. 오전 10시 40분 식당 안에는 혼자 식탁을 차지한 사람이 제법 많다. 1인분에 6000원짜리 두루치기를 시키면 고추장으로 간을 맞춘 냉동 돼지 목살을 …
201404082014년 04월 08일혀가 즐거운 맛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1970~80년대 강원 춘천은 청춘의 해방구였다. 놀 것, 볼 것 별로 없던 시절 춘천 가는 기차는 작은 축제 공간이었다. 춘천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드라마 ‘겨울연가’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관광지가 된다. 춘천…
201403312014년 03월 31일재첩과 벚굴 살살 녹는 불고기 광양은 맛있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시작해 전남 광양만에서 바다를 만난다. 광양은 매화로 가장 먼저 봄을 맞는 곳이다. 1980년대 광양에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광양만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 광양은 우리나라 최초로 김을 인공 생산한 곳이다.…
201403242014년 03월 24일색깔 있는 식당들 그곳에 가면 특별한 맛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은 양화진이 있던 나루터였다. 인근 절두산은 그 무시무시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많은 천주교인의 목이 잘린 곳이다. 합정은 피 묻은 칼을 씻어내던 우물 이름이었다. 양화대교가 생기면서 뭍의 끝은 한강 남쪽을 잇는…
201403172014년 03월 17일진한 고깃국물 하얀 쌀밥 끼니 아닌 약
하얀 쌀밥에 뽀얀 사골국물은 한국인이 오랫동안 꿈꿔온 최고 밥상이었다. 소뼈를 뭉근하게 오래 끓이면 뼛속 젤라틴이 물속으로 서서히 빠진다. 고소하고 구수한 맛과 하얀색을 숭상한 백의민족에게 곰국은 영원한 베스트셀러였다. 곰국이나 곰…
201403102014년 03월 10일대를 이어온 변함없는 손맛 발길이 저절로
필자가 가장 많이 들락거린 음식 거리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다. 서울의 오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덕분인지 서민적인 먹거리를 파는 식당들이 맛집으로 살아남아 있다. 겨울 끝자락이 보이지만 돈암성당 바로 옆 ‘구룡포 전어횟집’에는 …
201403032014년 03월 03일닥치고 맛있게 치킨전쟁 입은 즐거워!
한국인은 닭을 통째로 먹는 걸 좋아했다. 1890년 발간한 언더우드 ‘한영자뎐’에도 ‘통닭’이란 단어가 등재돼 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삼계탕도 통으로 만든 닭 요리다. 1961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명동영양센타’의 …
201402242014년 02월 24일젊음의 거리 세월도 입맛도 변하는 거야
서울 대학로는 상권이 크게 변하지 않지만 식당 성격이 급속히 바뀌는 곳이다.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가 주로 이용하는 만큼 유행도 빠르게 변한다. 음식에 대한 수준과 선호가 다양한 덕에 대학로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다양성이란 이름…
201402172014년 02월 17일풍성한 술안주 속풀이 해장 묘한 매력 한 그릇
잔칫날 돼지를 통째 넣고 끓인 국물에 모자반을 넣은 몸국은 제주에서 오랫동안 잔칫상의 전채 같은 음식이었다. 돼지뼈를 주재료로 한 국물은 보통 사골국물이라 부르는 뽀얗고 탁한 국물이 되고 머리나 몸통, 다리 같은 살코기 부위가 많이…
201402102014년 02월 10일한 그릇에 담아낸 조화와 전통
19세기 진주에는 경남 최대 시장이 있었다. 남강을 통해 김해 소금이 유통되고 젓갈, 쌀, 곡물이 경상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든든한 하부 구조 덕에 경상감영이 들어선 진주는 경상도 정치·행정·문화·경제 중심지가 됐다. 북 평양, …
201401272014년 0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