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건축에 반하고 환상 해변에 취할라
1998년 프랑스월드컵은 ‘크로아티아’라는 신생국을 전 세계에 알린 국제무대였다.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이 나라는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독일을 3대 0으로 꺾었으며, 3~4위전에서 히딩크가 이끈 네덜란드를 제쳐 당당히 3위를 차…
200702062007년 02월 05일낡은 공장지대에 꽃핀 젊은 예술혼
온통 붉은색으로 치장한 거리의 모습, 밋밋하게 뻗은 도로, 특색 없는 건물들…. 몇 년 만에 방문했지만 중국 베이징의 모습은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단지 길을 물어봤을 뿐인데 따지듯 대답하는 중국인의 말투도 그렇고, 구름 한 점…
200701232007년 01월 17일작고 아담한 도시, 가을 닮은 거리
불가리아는 지난 밤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10월 초순의 새벽. 전날 저녁 9시 터키 이스탄불을 출발해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달리는 나이트 버스는 두 나라의 국경 검문소에서 멈췄다. 앞자리에 앉은 백인 숙녀가 “Pas…
200701092007년 01월 08일동화 속 풍광, 행복이 덜컹~덜컹
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아침 햇살에 새하얀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열차는 몽트뢰(Montreux)에 도착했다. 지난밤 로마에서 시작된 열차여행은 같은 칸에 탄 이탈리아 여행자들과의 긴 대화 탓에 어느 때보다 짙은 피로감을 주었…
200612262006년 12월 26일그 유명한 ‘오줌싸개 소년’ 키가 왜 이리 작아
“벨기에에서 유명한 것이 무엇입니까?”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벨지안조차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우리는 그에게서 장시간에 걸쳐 벨기에의 유명한 것들에 대한 지루한 설교를 들어야만 한다. 가령 그는 …
200612122006년 12월 11일14세기 왕국 흔적 깃든 석조유적 전시장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 주(州)에 자리한 함피(Hampi)로 향하는 기차에는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주의하고 그들이 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말며, 음식은 오로지 스스로 구입한 것만 먹으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만나는 사람을 …
200611282006년 11월 22일태초의 풍광, 바람을 닮은 사람들
인천국제공항에서 3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고비사막을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지프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가야 한다. 현지인 가이드 겸 운전사가 우리와 한 팀이 되어 지프에 올랐다. 사막은 밤이 되면 급속도로 기온이…
200611142006년 11월 13일도심에도 숲에도 佛心이 흐른다
현대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쉽게 불안해진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을 여행하다 보면 주변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한 듯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내게는 미얀마의 인레 호수가 그랬다. 인레 호수는 해발 13…
200610312006년 10월 25일볼거리 천국,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
일본 도쿄의 최대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곳은 전후 암시장이었다. 초기에는 인근 대학생들에게 전자제품을 팔던 곳으로 시작,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지역으로 급성장했다. 1980년대 후반 도쿄 교외지역에 대형…
200610172006년 10월 16일상상 속 원시 자연, 살아 있는 이상향
인도 최북단 잠무 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주의 동쪽 지역에 ‘나닥’이라는 곳이 있다. 지금은 인도에 속하지만 과거에는 티베트 땅이었다. 옛 티베트 땅의 대부분은 중국이 점령하고 일부는 인도가 차지했는데, 나닥이 …
200609262006년 09월 21일눈으로 고래사냥, 짜릿한 바다 이야기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차량을 직접 운전해보기로 했다. 외국에서 차를 빌리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울에서 예약한 다음, 공항에 있는 렌터카 창구를 찾…
200609122006년 09월 11일男男키스, 女女포옹 신나는 동성애 해방구
“누나, 2시에 시계탑 밑에서 만나요.”“글쎄, 만날 수 있을까?” 전화를 건 쪽은 나였지만, 후배의 제안에 대답이 영 신통치 않았다. 캐나다 최대의 동성애 축제인 프라이드가 개최되는 날이었다. 퍼레이드가 오후 2시에 시작되는데 그…
200608292006년 08월 28일흥겨운 음악, 열정의 살사 ‘황홀한 밤’
쿠바 호세 마르티 공항의 입국심사대. 이민국 심사관이 한참 동안 내 여권을 훑어본다. 지은 죄도 없는데 괜스레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던 심사관은 “웰컴 투 쿠바”라며 결국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의…
200608152006년 08월 14일신의 영역 노크, 게으름이 미덕
떠나고 싶다. 연말의 흥청거리는 술자리에서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아주 멀리, 아주 오랫동안. 집에 도착해 빈약한 통장 잔액을 확인해본 뒤 달력을 뒤적거렸다. 한 달 정도는 시간을 낼 수…
200608012006년 07월 31일눈의 쾌감, 엉덩이의 고통 ´낙타 사파리´
검은 피부의 사람들, 사바나, 사파리, 바오밥나무. 야생동물의 왕국….하지만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조모 케냐타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 내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순간 부끄러워졌다. 공항에서…
200607182006년 07월 18일날씨 빵점, 볼거리 백점, 친절 만점
7년간의 직장생활에 쉼표를 찍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던 중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지인의 초대를 받았다. 연간 관광객 2300만명, 평창을 제치고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낙점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자주 꼽히는…
200607042006년 07월 03일뮤지엄 인젤 홈브로흐에서 “감동 먹었네”
뮤지엄 인젤 홈브로흐는 미술관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미술관’이란 단어에서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미술관이 아니다. 우리의 통념을 깨는 것, 그것이 인젤 홈브로흐 미술관의 매력이다. 차갑고 딱딱할 것이라고 여겼던 나의 선입관을 …
200606202006년 06월 19일4500년의 역사 … 위풍당당 피라미드
‘이집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물론 피라미드다. 나 역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피라미드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두 종류의 이집트 사람들을 만났다.피라미드를…
200606062006년 06월 05일고량주의 섬, 주당의 천국
금문고량주’라는 술이 있다. 맛과 향이 탁월한 고량주의 ‘지존’으로, 각종 세계 술 경연대회에서 1등을 휩쓰는 대만의 대표 술이다. 이 술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술을 만드는 환경과 물이 매우 깨끗하고 좋은 것이 명주의 비결’이라는 …
200605232006년 05월 22일다양함의 천국, 런던 분위기 물씬
내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한 곳은 호주다.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 차를 타고 내려가는 10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호주에 반했다.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브리즈번의 모습, 먼지 하나 없을 것처럼 깨끗한 누사헤드의 거리, 바이런베이의 하얀 …
200605092006년 05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