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 잔 詩 한 수에 번뇌를 잊고
자장 율사가 창건한 경남 양산 통도사 산자락에서 최고의 명당은 극락암이라고 한다. 그래서 극락암을 제2의 통도사로 가꾸겠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전국의 수행자들이 극락암 선방에서 한 철 공부해보는 것이 소원이…
200412302004년 12월 23일북두로 은하수 길어 밤차 달이리
숲 길을 걷다보면 솔 향기와 바람에 온몸이 씻기는 느낌이다. 게다가 솔바람에는 자기 자신을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산중의 고독이 묻어 있다. 나그네는 진각국사가 머물렀던 광원암(廣遠庵) 가는 어귀에서 솔바람의 관욕(灌浴)을 누린다.…
200412022004년 11월 26일차와 함께 청산에 살어리랏다
해인사 초입의 계곡 가에서 흐르는 물을 내려다본다. 푸른 낙락장송 사이로 노랗고 붉은 낙엽이 물 위에 점점이 떠 흐르고 있다. 계곡 이름 그대로 홍류동(紅流洞)이다. 건너편 정자 앞 계곡 가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 둔세지(孤雲崔致遠…
200411112004년 11월 04일영욕 내려놓고 맑은 차 한잔 했으리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를 읽고 분개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성삼문이 모진 국문을 받고 죽은 날, 신숙주가 집에 돌아오자 그의 아내 윤씨는 성삼문과 함께 절의를 지켜 같이 죽지 않은 것을 힐책하고 부끄러워하다 다락에서 목매 자…
200410282004년 10월 22일사단칠정 논변 긴장 녹인 차 한잔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에 반해 너브실(廣谷)에 정착해 산다는 강선생 부부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월봉서원(月峯書院)과 애일당(愛日堂) 고택 뒤로 펼쳐진 대숲에서 청랭한 바람이 불어온다. 대숲 속의 반광반음(半光半陰)에서 자란 부…
200410142004년 10월 07일참됨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 살림’
구례 화엄사에서 차의 본향인 하동 화개(花開)로 내려오면 차 시배지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개는 차 산지로서 지방 관아에 차를 만들어 바치는 차소(茶所)였다. 초의선사도 ‘동다송’에서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
200409232004년 09월 15일효심 담아 올린 최고의 차 한 잔
화엄사 매표소를 막 지나니 오른편 다리 입구에 조그만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문에는 우리나라에서 화엄사 장죽전(長竹田)에 최초로 차를 심었다는 글이 실려 있다. 그런데 하동 쌍계사 옆에도 차 시배지(始培地)라는 기념 석물이 있어 도대…
200409092004년 09월 03일자연 벗 삼아 ‘茶와 詩’ 한평생
땅끝마을 선착장에서 오랜만에 뱃고동 소리를 듣는다. 배 한 척이 심호흡을 하고 있다. 서둘러 배에 오른 나그네는 바닷바람을 쐬며, 남인 가문에서 태어나 20여년의 유배와 19년의 은거생활을 한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일생을 …
200408262004년 08월 20일차사랑 ‘茶山’ 절망 딛고 실학 완성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어귀에 이르자 차의 그윽한 향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로 옆 전통찻집에서 차를 덖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인들은 차의 그윽한 향과 맛을 일컬어 차의 신, 즉 다신(茶神)이라고 한다. 그래서 차를 품다(品茶)하면서…
200408122004년 08월 05일한평생 茶禪 … 무소유의 ‘茶聖’
두륜산의 햇살도 나그네처럼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햇살이 물러난 골짜기에는 벌써 산그늘이 머루 알 빛깔로 접히고 있다. 나그네는 서둘러 초의선사(草衣禪師)가 열반할 때까지 머물렀던 일지암(一枝庵) 가는 산길로 오른다. 초의가 차를 …
200407292004년 0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