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시간을 감싸주던 ‘비둘기는 하늘의 쥐’
20년 전, 그러니까 1996년 이맘때가 떠오른다. 몸은 사회에 있으되 신분은 민간인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포상휴가라는 걸 받아 집에서 보내게 된 연말은 특별한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충남 조치원에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 차창 …
201612142016년 12월 12일‘상록수’, 희망과 격려의 노래가 되길
1977년, 스물일곱 살 김민기는 인천 부평시 한 공장에 위장취업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만든 노래 ‘아침이슬’을 비롯해 모든 노래가 금지곡 판정을 받아 강제 입대했다 제대한 직후 일이다. 그보다 한 살 어린 박근혜가 영애로 퍼스트레…
201612072016년 12월 06일세계 정상 밴드가 선물할 신비한 순간
뉴스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뒤덮고 있다.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고, 여기가 바닥이려니 싶었는데 지하실이 있으며, 그 밑에 벙커가 또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생전 기억할 일이 없던 검…
201611302016년 11월 29일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간 이의 뒷모습
연말이라 하기엔 이르지만 2016년 음악계를 돌아본다면 ‘이별의 한 해’라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새로운 별의 출현보다 오랜 별의 소멸이 한 해 내내 이어졌다. 1월 갑작스레 전해진 데이비드 보위의 사망 이후 어스 윈드 앤드 파이…
201611232016년 11월 21일세상이 격변할 때 음악은 반응한다
세계가 요동쳤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했으며 금값은 상승했다.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의 당선 유력 소식이 전해진 바로 직후다.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한 정치평론가는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진심으로 두렵다는 …
201611162016년 11월 11일혼란한 시대 음악인이 사는 법
2005년 5월 미국 록의 ‘보스’라고 부르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어쿠스틱 위주의 앨범을 냈다. ‘Devils & Dust’라 이름 붙은 이 앨범에서 그는 침통한 목소리로 이라크전쟁의 참상을 노래한다. 늘 사회의 단면을 음악…
201611092016년 11월 07일우울한 시대의 상념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 최근 뉴스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질문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음악을 듣고 글을 쓴다는 게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직업병일까, 일련의 …
201611022016년 10월 31일세기말 은거자들 감싸주던 따뜻한 위로
그날의 바람과 맥주 맛을 기억한다. 2010년 여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쯤 벨 앤 세바스찬이 무대에 올랐다. 첫 내한이었다. 공연이 무르익자 기다리던 노래가 연주됐다. 1998년 작품인 ‘The Boy with…
201610192016년 10월 14일변방에서 날아온 진짜 록, 압도적 펑크
잔다리페스타에서 공연한 마다가스카르 출신의 록 밴드 ‘디지 브레인스’. [사진 제공 · 김작가]10월 1일부터 사흘간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 10여 곳에서 동시에 열린 잔다리페스타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일본 등 세계…
201610122016년 10월 10일숨결마저 멜로디로 승화하는 재즈 보컬리스트와 한 시간
그레고리 포터의 앨범 ‘Take Me To The Alley’.[동아DB]거대한 몸에서는 한없이 부드럽되 거침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단숨에 100km까지 올려도 계기판을 봐야 속도를 알 수 있는 차에 탄 듯한 느낌이었다. 그 차…
201610052016년 09월 30일미래 록스타의 향연, ‘브리티시 나이트’ ‘프렌치 나이트’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잔다리페스타(잔다리)가 열린다. 홍대 앞 12개 클럽에서 총 163개 팀이 공연하는, 대규모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5년째, 그 시간 동안 잔다리는 한국 밴드만의 행사…
201609282016년 09월 26일10월 자라섬에 내리쬘 열대의 태양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 흥분한 건 재즈팬만이 아닐 것이다. 토요일(2일)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u)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첫 내한이다. 다…
201609142016년 09월 09일‘사과’도 한수를 건너니 탱자가 되는구나
스리슬쩍, 상륙했다. 애플뮤직 이야기다. 이렇다 할 사전 프로모션 없이 8월 5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계정을 이용해 이미 애플뮤직을 써온 사람은 열광했다. 아직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도 호기심을 보였다. 뭘…
201608242016년 08월 19일아메리카니즘과 함께 찾아온 풍요와 자유의 상징
요즘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즘 이슈가 한창 뜨겁다. 한국에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첫선을 보인 1990년대 후반 이래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을까 싶다. 과문한 탓에 젠더 문제에는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서구사회에 급진적 여성들이 등장했던…
201608102016년 08월 05일1990년대 ‘록페’ 마니아와 디지털 세대의 조우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이천시 지산리조트에서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밸리록)이 열렸다. 일본 후지록페스티벌과 연계하기에 국내 페스티벌 가운데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밸리록은 그럼에도 늘 문제에 시달…
201608032016년 07월 29일‘상자 안 벼룩’과 홍대 앞의 몰락
요즘 오랫동안 서울 홍대 앞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을 만나면 조심스레 동의하는 사실이 있다. 최근 밴드 신이 ‘재미’가 없다는 거다. 잘하는 팀은 많다. 현재 활동하는 팀들의 연주력, 사운드 메이킹은 과거와 비교불가한 수준이다. 데뷔한…
201607272016년 07월 25일제주를 사랑하는 또 한 가지 이유
틈만 나면 해외 항공권을 끊던 습관이 사라진 건 제주도를 알고부터다. 친구 따라 놀러갔다가 흠뻑 빠졌다. 그 후로 틈만 나면 제주 항공권을 끊는 습관이 생겼다.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웬만한 사람이 평생 갈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오…
201607202016년 07월 19일신화와 전설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오래된 CD 한 장을 꺼내 오디오에 올려놓았다. 아마 21세기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틀었을 거다. 1970년대 이탈리아 밴드 메타모르포시(Metamorfosi)의 두 번째 앨범 ‘인페르…
201607132016년 07월 12일우리가 잊고 있던 상상력의 심연
세상에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음악들이 있다. 시각적, 서사적 상황과 동떨어져 오롯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음악들이 있다. 가사라는 형태로 깃든 음성언어에서조차 동떨어져 음악 자체로서 의미를 획득한 음악들이 있다. 현대적 대중음악이 탄생…
201607062016년 07월 04일음반, 물성에 대한 그 얄팍한 욕망
지금 한국에서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다운로드조차 필요 없이 스트리밍이 너무나 당연해졌으니 말이다.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음반의 가치를 느끼려는 이들이 서로 음반을 사고팔며 기쁨을 나누자는 …
201606292016년 06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