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 그렇고 그런 속물 아닌가
속물과 ‘안’ 속물의 차이는 뭘까? 영화 속에서 불륜녀를 하나씩 옆자리에 두고 두 남자가 이 주제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저 거지의 옷을 벗기고 나면, 그래도 저 사람이 거지일까?” “너, 그렇게 인생 복잡하게 살지 마. 넌 꼭 …
201005242010년 05월 24일묻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운가요?
모든 훌륭한 예술작품은 생의 아이러니를 표현한다.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 ‘시’ 역시 그렇다. ‘시’에는 단순히 대답으로 환원할 수 없는, 생의 아이러니가 가득 들어차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먹먹하고, 보고 나서도 한동안 …
201005102010년 05월 10일외딴집 작가의 원초적 스릴러
우리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줄담배, 커피중독자, 신경쇠약 직전의 날카로운 언행…. 백지를 앞에 두고 전전긍긍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해 작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면 영락없이 어딘가 문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
201005042010년 04월 26일욕구불만 세상 행복한 표류기
‘공기인형’은 예쁜 이름과 달리 남성의 성욕 배출을 위해 만들어진 섹스기구를 뜻한다. 간혹 코미디 영화에서 보았던 희극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그 인형 말이다. 배두나 주연의 영화 ‘공기인형’은 이 에어돌에 대한 이야기다.고레에다 히…
201004202010년 04월 15일정신 좀 차려라, 천박한 속물들아
이웃집 남자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아들을 두고 있으며, 벌이도 제법 쏠쏠하다. 이 남자의 관심사는 오직 돈과 여자. 그것도 사실 평범하다. 우리 옆집에 사는 중년 남성 가운데 돈과 여자에 관심 없는 이가 과연…
201004062010년 03월 31일그래도 희망은 살아 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 아이들’은 르포와 다큐멘터리 중간쯤에 놓인 극영화다. 결론적으로 ‘극영화’이니 아무리 사실적 사건이거나 재현이라 할지라도 필름에 담긴 이상 허구다. 아니, 어쩌면 관객들은 ‘어둠의 아이들’을 보며 영화…
201003232010년 03월 17일마일리지 쌓는다고 인생이 좋아질까?
이 남자 쿨하다. 1000만 마일리지를 쌓는 것이 목표인 그는 기내 반입용 여행가방 하나에 자신의 삶을 압축한다. 갈아입을 옷, 서류, 세안도구 정도가 전부인 이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소지품은 바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VIP 컨시어…
201003092010년 03월 04일운명 따라 돌고 도는 인생
영화의 특성상 당대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조폭 코미디가 유행할 무렵이면 조폭 마누라도 등장하고, 조폭이 학교에도 가고, 아버지가 조폭이 되기도 한다. ‘과속스캔들’이 성공한 이후 가족 코드에 웃음을 가미한 영화가 많아진…
201002162010년 02월 11일의리가 얼어 죽었다고 누가 그래!
이번에도 아버지다. 게다가 이혼남으로 사회도 몰라주고 아내도 몰라준다. 누구 이야기일까? 바로 배우 송강호 얘기다.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의형제’는 자신이 전부라고 믿었던 체제에 배신당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남자,…
201002022010년 01월 27일그래, 내게도 아홉 살 욕망 있었음을
내 정신적 나이는 몇 살일까? 여기, 오십에 가까운 겉모습과 달리 마음속 나이는 아홉 살인 남자가 있다. 아홉 살은 어떤 나이였던가? 엄마의 사랑과 보호가 훈육보다 따뜻했던 시기,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 엄마의 법이 아닌 세상의 언…
201001192010년 01월 14일도술로 찾아온 한국형 판타지 영웅
최동훈 감독은 한국 영화의 장르적 변용을 개척해왔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할리우드산(産) 범죄물이나 도박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을 단숨에 한국적 장르영화의 호흡 속으로 끌어들였다. 빠른 화면 전개, 감칠맛 넘치는 대사, 기억…
201001052009년 12월 30일그녀들의 수다, 실제 혹은 연기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에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가 있다. 여배우라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쉽게 가십을 유발한다. 레드카펫 위에서 자태를 뽐내며 여신 대접받던 여…
200912222009년 12월 18일악덕 기업가 양심불량 딱 걸렸어!
한동안 한국 문화에는 ‘팩션’이 유행이었다. 물론 지금도 ‘선덕여왕’을 비롯해 한국의 스토리텔링에서 팩션이 우세종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대개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보탠다. ‘신윤복이 여자였더라면’이라는 가상에서 출발한 ‘미인…
200912082009년 12월 03일그 남자는 왜 연쇄살인을 저지를까
어떤 영화들은 머리보다 먼저 오감을 가격한다. 놀라게 하거나 무서운 장면을 연출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런 작품들은 오감을 자극해 이성의 소름을 돋게 한다. 존재 자체를 혼란 속으로 밀어넣는 강렬함 말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00911242009년 11월 18일형부를 사랑한 처제의 위험한 욕망
안개는 왜 무책임한 남자들에게 도피처가 돼줄까? 김승옥의 ‘무진기행’ 속 주인공은 서울에서의 비겁을 피해 고향 무진으로 내려간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의 주인공도 일자리 때문에 안개의 마을로 간다. 박찬옥 감독의 영화 ‘파주’ …
200911102009년 11월 04일내겐 자식 따윈 없…있다
영화 ‘부산’에는 매력적인 세 남자 김영호, 고창석, 유승호가 등장한다. 김영호는 주로 TV 드라마에서 선 굵은 남자의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추성훈과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됐을 만큼 김영호는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야수 같은 이미…
200910272009년 10월 21일우린 소수자인 동시에 가해자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은 용감한 영화다. 추석 시즌, 게다가 여러 편의 대형 프로젝트 영화가 기다리는 대목에 ‘인권’을 들고 찾아왔으니 말이다. 우리에게 ‘인권’은 지켜야 하지만 확인하기엔 불편한 것들을 지칭한다. 예를 들…
200910132009년 10월 07일이웃집 억척 모녀 코끝 찡한 감동
멜로 영화는 시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층적 차이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애였을 때 다른 계층의 사랑 이야기는 애달픈 순애보로 찾아왔다. 1970년대, 산업화가 시대적 화두이던 시절 고향을 떠나 도시의 하층민으로 전락한 …
200909222009년 09월 16일패션 신화의 숨기고 싶은 젊은 날
샤넬, 그것은 현대 여성이 꿈꾸는 욕망의 이름이다. 샤넬 로고가 달린 체인백은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혼수 1순위로 회자된다. 현실적으로 갖기는 어렵지만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얻고 싶은 사치품, 그 이름이 바로 샤넬이다.…
200909082009년 09월 02일돌무더기에도 나무를 심는 아이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향수’에서 향수(nostalgia)를 “그곳이 어찌 됐는지 모르는 무지” 상태라고 말했다. 향수, 노스탤지어의 어원은 잃어버린 것의 고통이다. 향수는 떠난 자들의 마음에 남는다. 흥미로운 것은 떠난 자들에…
200908252009년 08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