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입 열 때마다 감동이 온다
‘말더듬이 왕이 성공적으로 연설을 해내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이’와 ‘왕’이라는 운명적 부조화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중 앞에서 연설할 일이 몇 번이나 될까. 어쩌면 한 번도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남자…
201103282011년 03월 28일이방인 남녀를 묶어낸 시애틀 안개
사랑의 묘약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시한부일 것이다.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는 바람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거짓말. 오히려 제한된 시간이 열정을 자극한다. 불치병이나 범죄는 연애의 걸림돌이 아니라 가장 자극적인 촉매가 된다. ‘러브 스토리…
201103072011년 03월 07일난,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을래!
우연히도 비슷한 작품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내용은 한 줄로 요약하면 꽤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도 제법 자랑스럽게 키워낸 여성이 뒤늦게 자아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세상엔 자아를 찾아 집을 떠나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다. ‘…
201102212011년 02월 21일순수한 야구 열정, 흥행 홈런 날리나
정글과도 같은 세상을 그린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이런 말도 가능할 것 같다. 강한 놈이 오래 찍는 게 아니라 오래 찍는 놈이 강한 놈이다. 강우석 감독은 …
201101242011년 01월 24일덤덤한 연인을 위한 사랑의 묘약
‘러브 · 드럭스’는 섹시한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연인이나 부부가 함께 보면 좋다. 목하 열애 중인 연인이라면 그날 하루치의 엔도르핀을 충전받을 것이고, 열애의 순간을 공유한 부부라면 ‘한때’를 떠올려볼 법하다. 말하자면 ‘러브…
201101102011년 01월 10일귀신도 울리고 웃기는 ‘차태현 원맨쇼’
한국인에게 귀신은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 측은한 영혼에 가깝다. 한국의 전통 속에서 귀신은 무작정 남을 해코지하는 게 아니라 뭔가 이유가 있어서 나타나는 존재다.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식스 센스’에 등장하는 귀신들처럼 말이다. ‘여…
201012272010년 12월 27일사랑하라, 그러면 즐겁지 아니한가
첫사랑은 왜 12월에 더 보고 싶을까.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도 순백의 이미지 위에 첫사랑의 기억을 펼쳤다. 영원에 매장된 첫사랑은 첫눈에 새겨진 발자국처럼 선명하다. 제 모습을 간직한 채 얼어 있는 잠자리는 가을의 …
201012132010년 12월 13일밥 먹듯 배신하는 사회, 씁쓸한 정의
폭력에도 미학이 있다. 기타노 다케시는 폭력을 일종의 미학으로 승격시켰다. 세계 영화계가 그를 주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타노 다케시는 지독한 폭력 속에서 차가운 평정을 이끌어낸다. ‘분노’라는 말이 대부분 뜨거운 폭발을 연상…
201011292010년 11월 29일엄마도 선생님도 변태일 수 있다
커밍아웃은 존재론적 문제다.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순간, 세상은 수많은 가치를 들이댄다. 적극 옹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렬히 반대하는 편견주의자도 많다. 그래서 커밍아웃은 단순한 취향의 고백이 아니라 존재론적 전회가 된다. 이런 관점…
201011152010년 11월 15일변변치 않은 삶에도 한 방은 있어!
로맨스는 누구에게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는 장르다. 예를 들어 이혼한 부부가 있다고 하자. 전남편은 일에 빠져서 늘 전화기에 매달려 산다. 딸아이의 결혼식 전날 파티에서도 전화기를 놓지 못한다. 축사를 하랬더니…
201011012010년 11월 01일구수한 된장찌개 사람 잡았군!
이건 마술이다. 12년 만에 부활한 사형의 당사자가 된 살인마가 죽기 직전 된장을 추억한다. “아, 그 된장찌개 맛 한번 보고 싶다”고 말이다. 한 방송국 피디가 이 말에 솔깃해 된장을 추적한다. 그런데 들을수록 이상하다. 연쇄살인…
201010182010년 10월 18일중년남자 불안과 욕망 벗기기
홍상수의 영화들은 웃긴다. 그런데 새 영화 ‘옥희의 영화’를 보며 자주 웃을 수는 없었다. 홍상수의 이 영화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중년 남자가 등장한다. 그 중년은 인생의 트랙을 절반쯤 돌아본 자만의 세련된 허무주의를 보여준다…
201010042010년 10월 04일동성 커플 가족이 사는 법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동성애 가족영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방점이 동성애가 아니라 가족에 찍힌다는 점이다. 동성애 가족이란 어떤 가족일까. 조니와 레이저에게는 엄마만 둘이 있다. 그들이 부모가 된 사연은 짐작하는 그대로다. 기증…
201009132010년 09월 13일궤도를 이탈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세 사람의 현역 군인이 병영을 이탈한다. 그렇다고 영화 ‘탈주’가 탈영병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세 사람이 도망친 곳은 단순히 부대가 아니라, 군대로 제유(提喩)되는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세 명의 군인이 뛰쳐나온…
201008302010년 08월 30일자식은 그렇게 부모 곁을 떠나는 거야!
세상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부모 없는 아이는 부모가 있기만을 바랄 것이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는 좀 더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 하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사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난들 …
201008162010년 08월 16일꽃미남 원빈, 감성 액션 신고식
‘아저씨’는 무척 ‘쎈’ 영화다. 일단 캐스팅이 세다. ‘우리 형’ ‘마더’ 같은 작품에서 변신과 변모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원빈 하면 커피광고 속의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점에서 ‘열혈남아’(2006), ‘굿바…
201008022010년 08월 02일평범한 인간에 숨어 있는 살인 본능
사람의 영혼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영화 ‘킬러 인사이드 미’는 관객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킬러 인사이드 미’는 1952년에 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조금은 복고적이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시작…
201007192010년 07월 19일‘어떻게’ ‘왜’… 스릴러 질문의 뒤집기
영화 ‘이끼’는 윤태호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이끼’는 인터넷 연재라는 매체의 변화를 받아들여 스크롤 리듬에 맞춰 새로운 스릴을 창조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가로로 읽는 만화의 스토리 전개를 세로의 리듬에 맞춰 …
201007052010년 07월 05일1인 3역 김명민의 연기 본색
세상이 흉흉하다. 우리 딸들은 학교에 가다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입고, 혹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자신을 향해 내뻗는 음험한 손길을 피하지 못한다. 세상은 원래 험악한 곳이라지만 최근의 뉴스를 보고 있으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
201006212010년 06월 21일달라진 패밀리 ‘의리’는 어디 갔나?
2010년에 다시 ‘대부’를 보는 것은 복고풍 의복을 체험하는 기분과 유사하다. 우리는 이미 말런 브랜도의 불룩 내민 턱과 낮게 깔린 음성을 알고 있다. 1970년대 관객에게는 새로운 말런 브랜도이자 일종의 특수효과였겠지만, 201…
201006072010년 06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