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재료, 멈춰선 시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작품은 어디에?”라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천장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쳐진 거미줄, 파란색 볼펜으로 낙서해놓은 종이 냅킨, 실크로 만든 인조 꽃, 일부러 표면에 금을 낸 거울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
200912082009년 12월 03일다양한 시선으로 본 미국의 역사
18~19세기 복장을 하고 곤봉을 든 유럽인들과 무릎을 꿇고 있는 인디언. 조악하게 만들어진 이 밀랍인형은 현재 문을 닫은 플리머스 국립밀랍인형박물관에 전시됐던 것들입니다. 작가 샘 듀랜트(Sam Durant·48)가 인형들과 이를…
200912012009년 11월 30일쓰레기더미 위스키 병뚜껑의 외출
10년 전 그 누가 알았을까요? 나이지리아 시골 동네 쓰레기더미에서 주워 담은 넝마 부대 속 알루미늄 병마개가 영국의 웨일스를 거쳐 미국의 애리조나까지 여행하게 될 줄을 말입니다. 또 그 병마개들을 모으던 사람이 세계 유수의 미술관…
200911242009년 11월 18일기계 생명체는 어디에 살까요?
단세포 생물이 지구상에 태어난 것이 3만~4만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가 최우람(39)이 만든 ‘기계’가 ‘기계 생명체’로 진화한 속도는 가히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작가는 자신이 만든 기계 생…
200911172009년 11월 13일인간의 광기는 기록으로 남는다
여류작가 레이첼 화이트리드(46)는 주변의 익숙한 사물을 석고나 고무, 합성수지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데 탁월합니다. 그는 대학시절 자신의 귀에 석고를 발라 떠낸 ‘귀’라는 작품을 제작했는데요. 이렇게 시작된 화이트리드의 작품은 책상…
200911102009년 11월 04일손바닥만 한 초상화, 유혹의 색채
엘리자베스 페이튼(44).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Vogue)’가 가장 사랑하는 여성 예술가이자 각종 화보에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걸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1993년 그의 첫 전시가 열린 곳은 영국 첼시의 한…
200911032009년 10월 28일처절한 해전, 침묵의 아우성
지난 5월 독일 뮌헨에 문 연 브란트호어스트 미술관은 외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700여 점이나 소장, 세계인의 미술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주에 했었죠? 미술관 아래, 위층을 꽉 채…
200910272009년 10월 21일‘옥토버페스트’만큼의 강렬한 역동성
“뮌헨까지 왔으니 이번엔 비즌에 꼭 가야지!” 20년 만에 만난 친구가 제 안부를 묻고 난 직후 한 말입니다. ‘비즌’이 독일어로 잔디밭을 뜻하는 ‘비제’와 비슷해 “무슨 잔디밭이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테레지엔비제(테레지엔 잔…
200910202009년 10월 16일우주와 대화, 천장에 구멍 하나
영국의 가장 북부에 자리한 주(州)인 노섬벌랜드는 지역의 절반이 산과 황무지입니다. 영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척박한 지역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이 지역이 많은 여행객과 예술가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인공댐과 영국삼…
200910132009년 10월 07일익숙한 사물이 하는 말 들어봐!
뉴욕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은 조각난 하늘을 보는 데 익숙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수많은 마천루 때문이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등 유명한 초고층 빌딩을 보느라 고개를 젖혔다가 뻐근해진 목덜미를 만지는 관광객을…
200909292009년 09월 23일퉁구스카 대폭발 격정적 자연의 힘
올 가을 맨해튼 마천루 숲에서 가장 큰 나무를 보려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옥상정원으로 가세요. 무게가 7t, 크기가 무려 43mx6.7m인 이 나무는 마치 엄청난 토네이도 탓에 근처 센트럴파크에서 뿌리째 뽑혀 옥상으로 옮겨진 듯합니…
200909222009년 09월 16일지치고 힘든 광부들이여, 내게로 오라!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프 쿠르베는 천사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자 이렇게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천사를 그릴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도 본 적이 없기에 천사는 늘 상상력의 원동이 될 수 있다”…
200909152009년 09월 11일경제위기 ‘트라우마’ 물러가라!
“살려줘요, 뽀빠이!”를 외치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올리브를 구해주던 뽀빠이. 시금치 통조림 하나면 부르투스를 비롯한 악당을 모두 물리쳤던 뱃사람 뽀빠이는 경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29년 한 신문의 한 줄짜리 만화에서 처음 모습…
200909082009년 09월 02일‘쓸모 없음’과 ‘쓸모 있음’의 차이
‘Waste Not(낭비 금물)’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와는 맞지 않는 구호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근검절약의 정신이 물건 수집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일까요? 그것도 산더미처럼 많은 물건을 말이죠. 현재 뉴욕현대미술…
200909012009년 08월 26일사람들이 벗었다, 예술이 되었다
쇠락하는 대영제국의 상징이던 뉴캐슬의 발틱 제분소가 발틱 현대미술관으로 거듭나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주에 전해드렸지요? 그런데 제가 특히 발틱 현대미술관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이유는 밖으로 뉴캐슬의 새로…
200908252009년 08월 19일도시의 흉물, 관광 명소로 변신
영국 젊은이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 영국의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된 그레이 스트리트(Grey Street)가 있는 곳, 2007년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최고의 도시’로 꼽은 곳이 …
200908182009년 08월 13일응접실에 남은 냉전의 상흔
20년 만에 독일 베를린을 찾은 제 마음은 무척이나 설레었습니다. 통일 이후 베를린이 미술과 건축의 새로운 중심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죠. 때마침 베를린에 사는 독일 친구에게 가볼 만한 미술관을 추천해…
200908112009년 08월 05일트래펄가 광장 인간조각 퍼포먼스
서유럽 대부분을 제패했던 영웅 나폴레옹에게 처절한 패배를 안겨준 1805년 트래펄가 전쟁은 세계 3대 해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영국의 제해권을 공고히 한 이 전쟁의 이름을 따서 만든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은…
200908042009년 07월 29일예술가의 머릿속에 찍힌 ‘땡땡이’ 무늬
오른쪽으로는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London Eye)를, 왼쪽으로는 다리 아래로 흐르는 템스 강을 바라보며 어슬렁거리던 제가 갑자기 초속 11초로 뛰어가 확인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변의 나무들입니다.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화려…
200907282009년 07월 20일찢어진 테이프, 폭발적 자유로움
요즘 뉴욕의 미술관은 여름휴가를 맞아 방문한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온 친구들과 뉴욕의 주요 미술관을 자주 찾는데요. 그런데 모두들 잭슨 폴록의 작품 앞에 서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일명 흘리기 기법(drippin…
200907212009년 0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