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 아닌 AI·로봇 회사”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머스크가 제시한 테슬라의 청사진이다. 그는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저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재확인한 동시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머스크는 이날 “자율주행이 가능한 그날이 오면 자산가치가 사상 최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발표에 시장은 환호했다. 어닝쇼크에도 테슬라 주가가 12.06% 급등한 것이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은 AI가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학습하도록 설계됐다. 테슬라는 3억 마일(약 4억8280만㎞)에 달하는 주행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도 꾸준히 머스크에 신뢰를 보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회사는 테슬라였다. 서학개미는 이 기간 테슬라를 3억5343만9743달러(약 4860억2000만 원) 순매수했다. 국내시장으로 범위를 확장해도 SK하이닉스(6373억 원) 다음으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크다. 4월 테슬라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DIREXION DAILY TSLA BULL 1.5X)’에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액수도 6176만 달러(약 850억6000만 원)에 달하는 만큼 테슬라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규모는 55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 투자자는 대부분 수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전체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테슬라 주가는 4.26% 상승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4.16% 하락했다. 동학개미의 순매수 1위 기업인 SK하이닉스도 4월 4.81% 하락했다.
테슬라가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 FSD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가 4월 2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국가컴퓨터네트워크응급기술처리협조센터의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외국 자본 기업이 중국 당국의 데이터 안전 검사를 통과한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다. 테슬라는 바이두와 협업을 통해 FSD 시스템을 제공할 전망이다.
중국-테슬라 윈윈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이번 행보가 중국과 테슬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마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협업이 외국 기업에 대한 긍정 신호를 보낼 기회가 될 수 있고, 테슬라 입장에서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자율주행처럼 다른 강점을 부각해야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중국과 테슬라 모두 윈윈(win-win)”이라고 말했다.투자자들의 관심은 8월 8일로 쏠리고 있다. 머스크는 앞서 이날 FSD 시스템이 적용된 로봇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테슬라의 FSD 시스템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4단계 자율주행 기술로 평가받는다. 차량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판단해 주행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전방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수준이다. 시장은 사이버캡에 운전자가 필요 없는 5단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테슬라 투자자 사이에서도 “8월 8일까지 ‘존버’ 하자”는 말이 퍼지고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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