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우리 애가요?”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둔 주부 A씨는 얼마 전 아이의 담임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업 중 아이 머리에서 머릿니가 발견됐다는 얘기였다. ‘못 먹고 못사는 시대’에나 있던 걸로 안 머릿니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내 아이의 머리에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A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는 비단 A씨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저연령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머릿니 전염을 걱정하는 이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B씨는 꽤 오랫동안 아이의 머릿니를 제거하려고 고군분투했다. B씨는 “요즘 강남에서 머릿니가 유행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어도 내 아이한테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이가 머리숱이 많고 긴 데다, 학원에 갔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머리를 감고 제대로 말리지 않고 자는 날이 많았던 게 원인이지 않나 싶다. 머릿니 제거 샴푸로 머리를 감았는데도 없어지지 않아 파마에 염색까지 해봤지만 바로 사라지진 않더라. 이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6개월가량 걸렸다”고 푸념했다.
강남구 자곡동에 사는 주부 C씨도 얼마 전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머릿니가 번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경험을 들려줬다. 사실 누가 머릿니에 전염됐는지는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한 알기 쉽지 않은데, 이 학교의 경우 한 학년 전체가 1박 2일로 캠프를 가면서 머릿니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C씨는 “캠프 준비물에 난데없이 수영모가 적혀 있었다. 밤에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자면 머릿니가 번질 것을 우려해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수영모를 준비해오라고 한 거였다. 그 사실을 안 뒤 아이 머리에 이가 옮을까 봐 한동안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머릿니가 유행하면서 머릿니 제거 약 수요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한 약국의 약사는 “유치원생·초등학생 자녀에게 사용할 요량으로 머릿니 약을 찾는 부모가 꽤 있다. 요즘은 옛날처럼 약이 독하지 않고 샴푸처럼 머리를 감으면 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머릿니는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및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기생률을 보이는 기생충의 하나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머릿니에 전염되면 두피 전체가 가렵고 심할 경우 경부림프샘 비대와 결막염을 유발한다. 가렵다고 계속 긁다 보면 상처가 생겨 2차 세균 감염도 우려된다. 또한 머릿니에 전염된 아이는 학습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주부 A씨 역시 “선생님한테 아이 머리에 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먼저 물어본 게 ‘혹시 친구들도 이 사실을 아는가’였다. 아이가 청결하지 못해 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부모 소득이나 생활수준, 위생 상태와 상관없이 전염으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설령 아이가 머릿니에 전염돼도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이지현 동국대 약학대학 외래교수는 “머릿니가 옮은 환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얘기가 ‘창피해하지 말라’다. 물론 개인위생이 좋지 않아 자체적으로 이가 생긴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단순 전염에 의한 것이므로 부모나 아이 모두 자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또한 강남 등 특정 지역에서 전염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지역적 특수성에서 찾으려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머릿니는 침구류, 빗, 모자 등을 통해 옮으며 성충인 이는 두피에 서캐(머릿니 알)를 낳는다. 서캐는 하얀색이라 간혹 비듬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비듬과 달리 머리카락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자라면서 점차 모발 끝부분에 자리한다. 머릿니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것이다. 하지만 긴 머리카락을 선호하는 여자아이의 경우 커트가 쉽지 않은 만큼 머릿니 제거약을 사용해 성충과 서캐를 함께 없애야 한다. 과거에는 머릿니 치료제에 독성이 있는 린데인 성분이 들어가 논란이 됐지만 요즘 출시되는 제품은 안심하고 사용해도 괜찮다. 물론 만 3세 이하 아동과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샴푸 형태의 머릿니 치료제는 약을 머리와 두피에 고르게 바르고 약 10분 뒤 깨끗이 감으면 된다. 만약 열흘 뒤에도 이가 다 사라지지 않으면 다시 사용해야 한다.
일부 보건교사는 머릿니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해 머릿니 전염 학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소재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농가진으로 머리에 종기가 나 그 주변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 경우임에도 아이에게 머릿니가 있다고 말해 학부모 사이에서 논란이 인 적이 있다. 학부모는 “보건교사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이가 있다’고 말해 졸지에 머릿니 있는 아이로 소문날까 봐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보건교사가 서캐와 두피 각질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초등학생 위생 점검을 위해 보건교사부터 머릿니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단체여행 등으로 언제든지 폭발적인 집단전염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학교 보건교사는 머릿니 감염 학생 조사와 머릿니 전염자 구분법, 머릿니 치료에 대한 지식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둔 주부 A씨는 얼마 전 아이의 담임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업 중 아이 머리에서 머릿니가 발견됐다는 얘기였다. ‘못 먹고 못사는 시대’에나 있던 걸로 안 머릿니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내 아이의 머리에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A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는 비단 A씨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저연령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머릿니 전염을 걱정하는 이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B씨는 꽤 오랫동안 아이의 머릿니를 제거하려고 고군분투했다. B씨는 “요즘 강남에서 머릿니가 유행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어도 내 아이한테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이가 머리숱이 많고 긴 데다, 학원에 갔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머리를 감고 제대로 말리지 않고 자는 날이 많았던 게 원인이지 않나 싶다. 머릿니 제거 샴푸로 머리를 감았는데도 없어지지 않아 파마에 염색까지 해봤지만 바로 사라지진 않더라. 이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6개월가량 걸렸다”고 푸념했다.
강남구 자곡동에 사는 주부 C씨도 얼마 전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머릿니가 번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경험을 들려줬다. 사실 누가 머릿니에 전염됐는지는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한 알기 쉽지 않은데, 이 학교의 경우 한 학년 전체가 1박 2일로 캠프를 가면서 머릿니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C씨는 “캠프 준비물에 난데없이 수영모가 적혀 있었다. 밤에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자면 머릿니가 번질 것을 우려해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수영모를 준비해오라고 한 거였다. 그 사실을 안 뒤 아이 머리에 이가 옮을까 봐 한동안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머릿니가 유행하면서 머릿니 제거 약 수요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한 약국의 약사는 “유치원생·초등학생 자녀에게 사용할 요량으로 머릿니 약을 찾는 부모가 꽤 있다. 요즘은 옛날처럼 약이 독하지 않고 샴푸처럼 머리를 감으면 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머릿니는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및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기생률을 보이는 기생충의 하나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머릿니에 전염되면 두피 전체가 가렵고 심할 경우 경부림프샘 비대와 결막염을 유발한다. 가렵다고 계속 긁다 보면 상처가 생겨 2차 세균 감염도 우려된다. 또한 머릿니에 전염된 아이는 학습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주부 A씨 역시 “선생님한테 아이 머리에 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먼저 물어본 게 ‘혹시 친구들도 이 사실을 아는가’였다. 아이가 청결하지 못해 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부모 소득이나 생활수준, 위생 상태와 상관없이 전염으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설령 아이가 머릿니에 전염돼도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이지현 동국대 약학대학 외래교수는 “머릿니가 옮은 환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얘기가 ‘창피해하지 말라’다. 물론 개인위생이 좋지 않아 자체적으로 이가 생긴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단순 전염에 의한 것이므로 부모나 아이 모두 자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또한 강남 등 특정 지역에서 전염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지역적 특수성에서 찾으려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머릿니는 침구류, 빗, 모자 등을 통해 옮으며 성충인 이는 두피에 서캐(머릿니 알)를 낳는다. 서캐는 하얀색이라 간혹 비듬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비듬과 달리 머리카락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자라면서 점차 모발 끝부분에 자리한다. 머릿니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것이다. 하지만 긴 머리카락을 선호하는 여자아이의 경우 커트가 쉽지 않은 만큼 머릿니 제거약을 사용해 성충과 서캐를 함께 없애야 한다. 과거에는 머릿니 치료제에 독성이 있는 린데인 성분이 들어가 논란이 됐지만 요즘 출시되는 제품은 안심하고 사용해도 괜찮다. 물론 만 3세 이하 아동과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샴푸 형태의 머릿니 치료제는 약을 머리와 두피에 고르게 바르고 약 10분 뒤 깨끗이 감으면 된다. 만약 열흘 뒤에도 이가 다 사라지지 않으면 다시 사용해야 한다.
보건교사도 서캐와 두피 각질 구분 못 해
화학성분이라 치료제 사용이 내키지 않는다면 전통 방식인 참빗으로 이를 잡을 수 있다. 이때 서캐는 쉽게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잘 살펴보며 하나하나 없애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참빗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불이 있다면 자주 햇볕에 말려 소독하는 게 좋다. 가족끼리는 이가 쉽게 옮을 수 있기 때문에 머릿니 전염자와는 수건과 이불, 베개를 따로 써야 한다. 또한 외출에서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고 깨끗이 씻은 후 물기가 남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잘 말려준다. 머릿니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번식하므로 예방 차원에서라도 머리카락을 잘 말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또 개인이 사용하는 용품(빗, 목도리 등)을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일부 보건교사는 머릿니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해 머릿니 전염 학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소재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농가진으로 머리에 종기가 나 그 주변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 경우임에도 아이에게 머릿니가 있다고 말해 학부모 사이에서 논란이 인 적이 있다. 학부모는 “보건교사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이가 있다’고 말해 졸지에 머릿니 있는 아이로 소문날까 봐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보건교사가 서캐와 두피 각질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초등학생 위생 점검을 위해 보건교사부터 머릿니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단체여행 등으로 언제든지 폭발적인 집단전염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학교 보건교사는 머릿니 감염 학생 조사와 머릿니 전염자 구분법, 머릿니 치료에 대한 지식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