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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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아파트 화재 사상자 1075명… 절반 가까이는 대피하다 화(禍) 입어

비상구 연기 막는 방화문 개방한 아파트 상당수, 계단실 불법 적치물 방치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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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1-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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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성탄절 화재로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 1월 9일 오후 1시쯤 찾아간 이 아파트에선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불에 탄 가구가 건물 밖에 쌓여 있었고, 살수차로 건물 외벽 분진(그을음)을 없애는 물청소가 진행되고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가구와 채 지워지지 않은 분진 자국엔 거센 불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화재가 나고 일주일 뒤엔 경기 군포시 산본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다. 연말연시 아파트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화재 예방과 올바른 대피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에 불이 나 사상자 32명이 발생했다. [도봉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에 불이 나 사상자 32명이 발생했다. [도봉소방서 제공]

    같은 아파트에서 1월 9일 오후 1시쯤 화재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슬아 기자]

    같은 아파트에서 1월 9일 오후 1시쯤 화재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슬아 기자]

    스프링클러·완강기 없었다

    도봉구와 군포시 화재엔 ‘노후 아파트’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아파트는 각각 2001년, 1993년 건설돼 강화된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소방법(소방기본법) 및 소방시설법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순차적으로 확대했다. 1992년 ‘16층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의 16층 이상 층’, 2005년 ‘11층 이상 공동주택의 전층’, 2018년 ‘6층 이상 모든 건물의 전층’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발화 시작점인 도봉구 아파트(전체 23층) 3층과 군포시 아파트(전체 15층) 9층, 그 인접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30대 아버지가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변을 당한 도봉구 아파트 4층의 경우 완강기도 없었다. 2005년부터 공동주택 저층(3~10층)에 완강기 설치(바닥 면적 1000㎡당 1개, 통상 층별 1개)가 의무화됐고, 특히 계단실형 공동주택은 세대별로 1개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노후 아파트는 자율에 맡겨진 것이다.

    소방시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두 아파트의 복도엔 화재 시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 안전한 대피로(직통 계단 등)를 확보해주는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다. 건축법 및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임의로 개방하거나 폐쇄할 경우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화재 당시 두 아파트의 방화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계단실엔 연기가 유입된 상태였다. 이에 도봉구 아파트 10층 주민은 대피 중 연기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방화문의 중요성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1월 10일 도봉구 아파트와 인접한 3개 아파트 단지를 돌아본 결과 방화문을 열어둔 곳이 적잖았다. 2주 전 이웃 단지에서 화재 사망사고가 났음에도 ‘불편’을 이유로 방화문을 닫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1월 10일 “아파트 방화문을 모두 닫고 603세대에 ‘방화문은 생명문’ 스티커까지 다 붙였지만 다시 (방화문을) 여는 주민이 많다”며 “빛이 안 들어와 답답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방화문과 이어진 계단실에 물건을 적치해둔 가구도 수두룩했다.

    2020~2022년 아파트 화재 8200건 발생

    도봉구 아파트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 중에는 여전히 방화문을 열어둔 곳이 많았다. [이슬아 기자]

    도봉구 아파트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 중에는 여전히 방화문을 열어둔 곳이 많았다. [이슬아 기자]

    방화문과 이어진 대피로(계단실)에 물건을 적치해둔 가구도 적잖았다. [이슬아 기자]

    방화문과 이어진 대피로(계단실)에 물건을 적치해둔 가구도 적잖았다. [이슬아 기자]

    신축 아파트라도 소방법 강화 이후 생겨난 소방시설물 이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92년부터 공동주택 3층 이상 세대의 발코니엔 경량칸막이(화재 시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 만든 벽) 설치가 의무화됐고, 2005년부턴 경량칸막이 대신 별도의 대피공간(방화문으로 일반 공간과 분리된 2㎡ 이상 공간) 설치도 허용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시공된 공동주택이라면 경량칸막이나 대피공간 대신 하향식피난구(위·아래층을 연결하는 60㎝ 이상 간이사다리)가 설치된 곳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설을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고 무작정 건물 밖, 옥상 등으로 대피하려다 더 큰 화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 아파트 화재는 총 8233건 발생했고 1075명(사망 111명·부상 964명) 인명피해를 냈는데, 사상자의 40.3%가 대피 중에 화를 입었다.



    이에 소방청은 1월 9일부터 ‘화재 상황별 안전 행동요령’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표1 참조). △자기 집에서 불이 났고 대피가 가능하다면 집 밖으로 나와 대문을 닫은 뒤 계단을 통해 건물 밖, 옥상 등으로 대피하면 된다. △자기 집에서 불이 났지만 현관 쪽 불길이 거세 대피가 어렵다면 경량칸막이, 대피공간, 하향식피난구, 완강기 등 소방시설을 이용해 몸을 피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화재가 났는데 자기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라면 일단 창문을 모두 닫고 세대 내에서 상황을 주시한다. △다른 곳에서 화재가 났고 자기 집까지 화염과 연기가 들어온 경우라면 대피 가능(복도, 계단 등에 화염과 연기가 적으면) 시 대피하고 대피가 어렵다면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개개인 노력 중요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예방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최근 5년간(2018~2022) 1월에 발생한 화재 사고를 분석한 결과 평균 2629건의 화재 중 ‘부주의’가 원인이 된 화재(1428건·54.3%)가 가장 많았다. 도봉구와 군포시 화재 원인도 각각 담뱃불, 전등 누전으로 인한 발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평소 세대 내에서 흡연하지 않고 누전차단기를 설치하며 가스 밸브를 잘 잠그는 등 예방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표2 참조).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월 11일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노후 아파트에 소방시설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면서 “보조금을 50%까지 지원해준다 해도 주민들이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평소 개인이 화재 예방을 철저히 하고, 설령 불이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화문을 잘 닫고 대피로에 적치물을 쌓아두지 않는 것인데, 그마저도 잘 안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축소된 신고포상금 제도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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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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