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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하되 한결같은 매력
대책 없이 무덥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다. 더위 탓에 밥 한두 끼 챙겨 먹는 일도 버겁게 느껴진다. 입만 들고 나가면 식당이 줄을 섰지만 무얼 먹고 싶은 마음조차 일지 않는다. 이럴 때 나의 비책은 바로 두부다. 커다란 손두부 한 모…
20170802 2017년 08월 02일 -
여름에 꽉 차는 초현실적 맛
성게를 처음 먹은 것은 전남 목포를 출발해 흑산도로 향하는 배에서다. 열한 살이던 나는 그때까지 아빠가 입에 넣어주는 것은 뭐든 먹고 보는 아이였다. 떡볶이로 시작해 소의 생간, 등골, 선지, 천엽은 물론 군소, 개불, 산낙지까지 …
20170726 2017년 07월 25일 -
열기와 냉기 오가는 버거운 하루 속 작은 위안
서울에는 며칠 내내 장맛비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그치는가 싶다가도 돌풍과 함께 사방에서 비를 뿌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맞게 뚝 멎는다. 광화문에서 종각까지 걷는 중에도 우산을 몇 번이나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하는 요사…
20170719 2017년 07월 18일 -
꽃놀이만큼 반가운 다찌놀이
여러 가지 해산물은 통영 다찌의 시작이다.경남 통영에 가면 하늘과 바다, 총총 솟은 섬들이 내주는 안온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감탄을 자아내는 남해의 비경, 깊고 시린 동해의 풍경, 과묵하고 차분한 서해의 분위기와 달리 통영 …
20170712 2017년 07월 11일 -
‘네 시작은 징그러우나 끝은 맛있으리라’
장어는 몸이 뱀처럼 길쭉하게 생긴 물고기를 일컫는다. 뱀장어는 담수와 해수를 오가지만 주로 민물장어라 부르며, 살집이 많아 두툼하고 기름지면서 구수한 맛이 좋다. ‘아나고’라는 일본어 이름으로 익숙한 붕장어는 잔가시가 없고 살이 담…
20170705 2017년 07월 04일 -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때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한낮에는 길을 걷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밴다. 그래도 해가 넘어가는 무렵부터는 선선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지 직후라 하루 일과를 마쳐도 해가 훤해 일찍 귀가하기도 아쉽다. 바람결에 …
20170628 2017년 06월 28일 -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이번 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예보를 매해 듣는 것 같다. 문제는 매번 일기예보가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느낀다는 것이다. 슬슬 시작된 올여름도 기세가 뜨거울 것 같다. 벌써부터 한낮의 햇빛 줄기는 한여름 못지않고, 에어컨…
20170621 2017년 06월 19일 -
스르르 눈이 감기는 육향이 일품
얼마 전 제주에 다녀왔다. 소소하게 볼일도 있고 제주로 이주한 친구 몇몇이 보고 싶어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낮에는 볼일을 보고 밤에는 섬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며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맛본 가장 특별한 음식이 …
20170614 2017년 06월 09일 -
작은 몸에 가득 찬 바다
‘서민의 참치’라 부르는 고등어는 어디에나 있다. 국적이 다양하고 해동, 냉동, 자반, 통조림 등 가공법도 여러 가지라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이다. 등이 높고 통통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고등어(高登魚)는 살이 많고 맛이 구…
20170607 2017년 06월 02일 -
콧등치기·올챙이국수 별식 유토피아
어릴 때는 곧잘 엄마를 따라 장을 보러 나섰다. 엄마는 품목에 따라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을 구분해 장을 보곤 했다. 나는 주로 재래시장 가는 날에 따라나섰는데, 무거운 짐을 들긴 해도 간식이라는 콩고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
20170524 2017년 05월 22일 -
웅숭깊은 국물에 풍덩 빠지다
겨울을 헤치고, 황사와 미세먼지를 이겨내며, 그토록 기다리던 5월이 왔건만 정작 눈부신 계절 앞에서 삶의 팍팍함만 더욱 도드라지는 기분이다. 어수선한 시국과 5월에 부쩍 늘어날 카드대금 탓일까. 이처럼 스스로 바꿀 수 없는 변화의 …
20170517 2017년 05월 15일 -
눈에는 꽃이 되고 몸에는 약이 되는 밥상
일본은 한적한 마을 어귀 작은 상점이나 화려한 백화점 등 어디를 가봐도 상품 진열과 포장이 참으로 똑떨어진다. 곱고 화려한 포장뿐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과 앙증맞게 소분된 상품이 넘쳐나 눈이 휙휙 돌아간다. 길거리 여느 식당에…
20170510 2017년 05월 08일 -
말랑하고 구수한 고기의 신세계
외식으로 쇠고기를 구워 먹으려면 돈이 꽤 든다. 대형마트, 백화점, 동네 정육점 등에서 사다 집에서 구워 먹는 편이 비교적 저렴한데, 같은 곳에서 구매하더라도 고기 맛이 그때그때 다르다. 환경과 종자가 같은 소일지라도 개체별로 여러…
20170503 2017년 05월 02일 -
하얀 도화지 같은 음식, 피자
토마토소스와 치즈만 듬뿍 올려 구운 심플한 피자.2001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작은 호텔 주방에서 실습생으로 일할 때였다. 연회를 치르고 난 뒤라 나를 포함해 겨우 5명이던 주방 식구는 모두 녹초가 돼 있었다. 주방장은 오늘 …
20170426 2017년 04월 25일 -
그리스 길거리 음식의 풍미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외국에 가도 도무지 길거리 음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현지 재료와 손맛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을 것 같은 기대, 지금 맛보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뒤엉켜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더욱이…
20170419 2017년 04월 17일 -
구수, 시원, 진한 국물 맛에 홀딱
맛좋은 음식을 만나면 다음번엔 누구와 이 음식을 먹으러 올까, 누구에게 알려줄까, 아무개는 먹어봤을까 등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다 나만 아는 비밀로 간직할까라는 욕심도 든다.요즘 같은 때는 맛집으로 소문나면…
20170412 2017년 04월 12일 -
말린 우럭 바람 맞을수록 꾸덕꾸덕 더해지는 맛
개운하면서도 진한 맛이 가득한 우럭젓국.우럭을 말리면 살이 쫄깃하고 노르스름해진다(위). 2주 정도 자연 바람으로 말린 우럭.동네 횟집에 들러 계절이나 입맛에 상관없이 맛볼 수 있는 상시 메뉴가 있다면 광어·우럭 세트가 아닐까. 횟…
20170405 2017년 04월 04일 -
개성 살린 톨레랑스의 참맛
중국 음식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짜장면, 짬뽕! 이탈리아 음식 하면 스파게티와 피자가 떠오른다. 네 가지 음식 모두 본토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나라에 자리 잡았지만 각 음식의 국적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프랑스 음식은 어…
20170329 2017년 03월 28일 -
자연에 가까운 맛이 최고의 음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단어가 있다.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 등을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다. 자신의 내면과 주변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덴마크인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덴마…
20170322 2017년 03월 20일 -
찰나의 봄, 맛의 바다에 빠지다
양념을 포함해 15가지 정도의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 ‘원조시락국’의 이색 풍경(위). 장어 머리 우린 국물에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끓인 시락국.꽃이 필까 시샘하는 추위가 기승인 것을 보니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봄 하면 섬진강을…
20170315 2017년 0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