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1

2015.03.30

주택청약제도 변경 후폭풍 아파트에 투기바람이 분다

1순위자 급증, 공급 물량 증가…국지적 공급과잉 불가피할 듯

  • 서동한 KB경영연구소 연구원 pilot@kbfg.com

    입력2015-03-30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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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청약제도 변경 후폭풍 아파트에 투기바람이 분다

    2월 문을 연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방문객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건설사 측은 주말 이틀 동안 방문객 1만7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오랜만에 ‘활황’이라는 뉴스를 볼 수 있는 시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전국 총청약자 수는 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청약경쟁률도 전년도의 2.82 대 1에 비해 크게 상승한 7.45 대 1을 기록했다. 한동안 볼 수 없던 일명 ‘떴다방’이 모델하우스 앞에 출현하는가 하면,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넘어서기도 했다. 말 그대로 뜨거운 열기다.

    이러한 활황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9월 1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강화방안’ 일환으로 개편을 예고한 주택청약제도가 2월 27일 변경 시행됐기 때문. 이러한 변화는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폐지, 1%대 초저금리, 부족한 전세 공급과 높은 전세가 등 분양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외부 요인과 맞물려 분양시장 강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청약제도 개편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1순위 자격 요건 완화다. 수도권 주택청약 가입자의 1순위 확보 기준이 기존 가입 기간 2년(24회 납부)에서 1년(12회 납부)으로 완화됨에 따라 수도권 내 1순위자만 약 23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1월 말 현재 500만 명이던 1순위자가 100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

    1순위자 1년 새 500만에서 1000만으로

    가입 금액별 주택청약 가능 면적의 하한선을 폐지해 예치금액 이하에 해당하는 모든 규모에 청약할 수 있게 변경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중·대형 면적(85㎡ 초과) 가입자도 전용 85㎡ 이하 주택에 1순위로 청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이전에는 주택청약 면적을 변경하는 경우 추가로 3개월이 경과해야만 상위 면적 청약이 허용됐지만, 이제부터는 예치금액을 올리면 즉시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쉽게 말해 주택청약 예정자가 개인 사정이나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택 규모를 선택해 청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입주자 선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기존 국민주택 등의 경우 13단계에서 3단계로 줄었고, 민영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는 5단계에서 3단계로, 85㎡ 초과의 경우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됐다. 민영주택 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적용되던 가점제도 2017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정 권한을 이양해 40% 범위 안에서 지역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전반적으로 무주택자 위주의 주택청약제도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게 이번 변경의 주요 특징이다.

    주택청약제도가 변한 만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지속되는 극심한 전세난으로 청약을 활용한 주택 구매 수요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최근 전국 주택 전세가는 2009년 2월을 저점으로 7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아파트 기준)도 70.6%를 기록하며 매월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더욱이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전세 공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택청약시장의 호황세와 제도 개편에 힘입어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이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보류해오던 사업지 분양을 서두르면서 올해 안에만 36만 호 안팎을 공급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3년 이후 최대 규모.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아파트 분양 물량이 지방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92% 증가한 5만8000호를 공급하면서 2001년 이후 최대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그래프1 참조).

    한 번에 풀린 물량, 입주 때는 ‘폭탄’

    주택청약제도 변경 후폭풍 아파트에 투기바람이 분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분양가격 상승이나 단기 차익을 노리는 과수요 발생 같은 부정적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단연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줄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신규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는 것. 반면 최근 3~4년간 분양시장을 통해 공급된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횡보 중이다.

    분양가격과 기존 아파트가격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실수요자들은 더욱더 분양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기준에 따르면 2월 경기 지역의 평균 아파트가격은 3.3㎡당 1140만 원으로, 해당 지역의 지난 3년간 평균 분양가격인 1050만 원보다 오히려 높다(그래프2 참조). 분양시장이 이렇듯 높은 가격경쟁력을 지닌 상황에서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까지 더해져 분양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청약에 나서는 과수요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주택청약제도 변경 자체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주택시장의 흐름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완화된 제도로 무분별한 투자가 발생한다면 이는 마땅히 대비책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기존 주택을 사는 것보다 유리해진 건 사실이지만, 한꺼번에 증가한 공급 물량으로 향후 입주 시점에서는 단기적인 공급 충격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4~5년간 공급이 뜸했던 수도권 위주의 공급이라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국지적인 공급 과잉 문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럴 때일수록 분양시장은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지 전매 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청약을 시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거주한다는 전제하에 꼼꼼히 모델하우스를 살피고, 입지는 물론 향후 발전가능성, 인근 지역 시세 등을 확인한 다음 주택청약에 나서는 현명한 소비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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