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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흉물이 된 폐교 부실관리에 투기의혹까지…

미활용 장기 방치 폐교 전국 401곳, 놀고 있는 공유재산 어쩌나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흉물이 된 폐교 부실관리에 투기의혹까지…

흉물이 된 폐교 부실관리에 투기의혹까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의 폐교된 원삼초교 청룡분교(왼쪽)와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의 삼남초교 가천분교.

‘○○의 화려한 변신은 무죄’ ‘○○, 흉물에서 보물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 빈칸에 들어갈 말은 뭘까. 정답은 ‘폐교’다. 성공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시골 마을 폐교들은 문화공간이나 공공체육시설, 복지시설로 재탄생해 마을의 명물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성공은 일부에 불과하다. 민간에 매각, 사유지가 되거나 임대 기간이 지났음에도 마을의 흉물로 방치된 폐교도 적잖다.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도 크다.

3월 1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의 한 폐교(원삼초교 청룡분교). 2012년까지 어린이도서관으로 쓰였다는 건물 입구는 쇠사슬로 잠겨 있고,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1994년 폐교된 이곳은 경기도교육청 수원교육지원청에서 관리를 맡아 95년부터 청룡학생수련원으로 개장해 13년간 청소년야영장으로 이용되다 2007년 재정상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다. 수원교육지원청은 그해 4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각 계획을 공고했다.

매입 당시 목적 안 지켜도 문제없어

흉물이 된 폐교 부실관리에 투기의혹까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의 폐교(원삼초교 청룡분교). 주민들은 국가에 희사한 땅을 방치하지 말고 교육 목적으로 쓰길 원하고 있다.

이 땅을 매입한 건 사단법인 A연합회. 수원교육지원청은 이 땅을 5년간 어린이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조건으로 2007년

11월 A연합회에 매각했다. 그러나 A연합회는 환매특약 기간이 끝나기 전인 2010년 11월쯤 이 땅을 B씨(A연합회 전 회장)에게 26억5000여만 원에 되팔았다. 자신들이 산 가격보다 2억 여 원 정도 싸게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연합회가 부동산 매각대금을 2012 회계연도(2012월 4월 1일~2013년 3월 31일)에 정상 처리하지 않았다며 조사를 요구한 한 시민단체의 진정사건에 대해 조사한 검찰의 진정사건 처분결과 통지서에 나와 있다. A연합회 7대 회장 김모 씨와 감사 김모 씨, 해당 부동산을 구매한 5, 8대 회장 B씨는 검찰에서 당시



A연합회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그와 같은 거래가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현재 이 땅은 B씨 소유다.

여기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먼저 환매특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공유재산을 개인이 소유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38조(매각계약의 해지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36조 제2항에 따라 일반 재산을 매각한 경우 매수자가 용도 또는 그 용도대로 사용해야 할 기간을 지키지 않았을 때 매수한 자의 매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환매특약 기간 만료는 2012년 11월 1일이고, 등기상으로 B씨가 땅을 매입한 시점은 같은 해 11월 10일이다. A연합회 측은 이에 대해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곳 관계자는 “당시 연합회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려워 자금 융통을 위해 땅을 판 것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이고, 관련 내용에 대해 검찰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무혐의가 나왔다”고 말했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환매특약 기간 이전 미등기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 변동에 대해 확인된 사실이 없다. 2012년 해당 폐교재산에 대한 환매특약 기간이 만료돼 매각계약이 완료됨에 따라 현재 해당 재산은 사유재산이므로 (교육지원청이) 관여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공유재산을 매입하고 원래 목적으로 쓰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을까. ‘주간동아’가 받은 제보는 “해당 폐교가 어린이도서관으로 쓰인 적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의 주장은 “책 1000여 권을 구비해놓고 5년간 어린이도서관으로 운영했다”는 A연합회 측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주민들은 “(땅을 산 사람이) 5년이 지나가기만 기다린 것 아니겠느냐”며 “한 번도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교육시설로 쓰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번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누군가 드나드는 걸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주민들은 2007년 A연합회가 땅을 매입한 이후 용인시 처인구청에 토지거래계약 불허가 관련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죽능리 청룡마을의 오성환 이장은 “해당 토지는 원 소유주가 1954년 고향의 어린 새싹 교육을 위해 용인교육구(용인교육지원청의 전신)에 희사했다. 교육을 위해 영구히 팔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희사한 토지를 개인 업체가 매수해 학교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토지를 희사할 때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인구 감소로 초등학교가 폐교됐지만 차후 인구가 증가하면 마을에 학교 땅은 꼭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연합회 관계자는 “작은 도서관이었기에 주민들이 찾지 않았으면 도서관으로 사용된 사실을 모를 수 있다. 지금은 기간이 오래돼 도서목록이나 대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교육청에서 매년 관리 감독했고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A연합회가 2008년 도서관운영설립등록을 한 뒤 도서를 구비하고 시설을 갖춰 5년 동안 어린이도서관으로 운영했다. 수원교육지원청에서도 2008년부터 2012년 11월 1일까지 매년 도서관 활용 점검을 했다. 도서관 운영이 활성화하지 않았다고 목적 외 사용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이자 계단식 천수답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의 삼남초교 가천분교는 1997년 폐교돼 2000년 8월 부산의 예술인 C씨에게

1억2000여만 원에 매각됐다. C씨는 매입 당시 경남교육청 남해교육지원청에 박물관을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매입한 지 15년이 될 때까지 방치해놓은 상태다. 나무 복도는 썩어서 내려앉았고 유리창도 여기저기 깨져 있었다. 2002년 다랭이마을은 농촌진흥청 농촌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며 관광객이 급증하고 땅값도 상승했다.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폐교를 사들인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흉물이 된 폐교 부실관리에 투기의혹까지…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의 폐교(삼남초교 가천분교)는 개인에게 매각됐지만 15년째 방치된 상태다.

박물관으로 쓴다더니…

지금은 방치돼 있지만 매입 초기에는 박물관으로 쓰였을까. 주민들은 “그런 적은 없다.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런 상태”라고 말했다. 남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폐교는 C씨에게 2000년 8월 박물관 활용을 계약 조건으로 매각됐으며, 정기적인 현지 확인 등 실태조사를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시정요구 조치 등의 지도 점검이 이뤄졌다. 다만 매입자의 경제적 어려움 등 개인 사정으로 활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폐교를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하길 바란다. 김효용 다랭이마을 사무국장은 “지금은 마을 행사가 있을 때 가끔 야영장으로 빌려 쓰는 정도다. 폐교를 방치할 게 아니라 남해군에서라도 사들여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지난해에 군에서 땅을 사들이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꾸며가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땅값이 너무 올라서인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을 번영을 위해 군에서 발 벗고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해교육지원청 측은 “매각 당시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서상의 특약등기 기한(3년)이 현재 소멸돼 법적으로 교육지원청에서 매입자의 사적재산에 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등 강제적 권한은 없다”며 “매입자가 문화시설(박물관)로 조속히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지역 주민과 매입자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교육부의 통폐합 대상 학교 기준은 △농산어촌 60명 이하 △도시 지역 200명 이하다. 2014년 교육부 폐교 활용 현황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집계된 전국 폐교는 3595곳으로, 대다수가 농산어촌에 있다. 이 중 매각이 완료된 건 2195곳. 교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소득증대시설 등으로 활용 중인 건 999곳이다. 아직 미활용 상태인 폐교도 전국 401곳에 달한다.

취재 결과, 대다수 폐교 땅은 수십 년 전 주민들이 교육 목적으로 써달라며 희사한 땅이었다. 이런 땅이 원래의 목적으로 쓰이는 대신 손쉽게 사유재산이 되는 게 옳은 일일까. 실제로 폐교가 매물로 올라온 부동산 웹사이트들은 폐교 땅을 설명하며 ‘전망이 매우 좋고 공기가 맑아 전원주택, 갤러리, 화랑, 캠핑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임대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인천은 임대 폐교들의 임대료 미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계약은 민법에 근거한 사법상 계약이고,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지 못해도 민사소송을 해야 하기에 미납 대부료에 대한 자력 구제가 어렵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임차인들이 법을 악용해 임대 기간이 끝난 뒤 학교를 비워주지 않아도 소송 외에는 구제 방법이 없다.

흉물이 된 폐교 부실관리에 투기의혹까지…
임대료 안 내도 버티면 그만

3월 24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의 한 폐교(길상초교 선택분교)를 찾았다. 2001년 폐교된 이곳은 인천시교육청에서 임대료를 받지 못해 명도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폐교 2곳 중 1곳이다. 건물 입구에 놓인 C건강문화원의 간판은 빛바래 글씨가 거의 지워진 상태였고 운동장에는 폐품이 방치돼 있었다. 이곳은 2011년 임대계약이 만료돼 비어 있어야 했지만 건물 입구에 다가가자 사람이 나왔다. 문화원 관계자는 “그대로 문화원으로 쓰고 있다. 명도소송은 해결 중이라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폐교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건강 관련 단체 같지는 않았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종교단체 같기도 하고…”라며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문화원에서 설명회를 하거나 주민 건강 관리를 위해 방문한 적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자기들끼리 종종 행사를 하던데 주민들이 간 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호열 전 선두리 이장은 “임차인이 세를 내지 않아 소송 중인 것으로 안다. 주민들이 모여 좋은 목적으로 써달라며 희사한 땅인데, 얼른 소송이 마무리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의 한 공인중개사는 “명도소송에서 인천시교육청이 이겨 인천박물관이 그 자리에 들어올 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명도소송 중인 두 건에 대해 “내서초교는 교육청의 승소로 임차인이 자진명도를 약속해 명도이행을 추진하고 있고, 길상초교는 2011년부터 소송이 진행 중이며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승소 시 자진명도를 추진하고 자진명도하지 않을 시 법원을 통한 강제집행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향후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폐교 활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시도별 폐교 현황’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에서 임대하고 있는 폐교에서 1억3584만 원의 미납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미납금에서 25.7%의 비중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많았고, 임대료 미납률은 57.1%로 대전(10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2014년 6월 이후 현재까지 미납금 60만 원을 징수했고 독촉, 압류, 재산조회, 소송 등을 통해 재산을 찾고자 노력 중이나 발견된 재산이 없어 미납금 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대부료 미납자 방문 대면을 통해 대부료 납부를 독촉하고 전화와 공문으로도 독촉하는 등 미납 대부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지속적으로 재산조회를 실시해 조회된 재산은 압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노현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자문위원은 “현직에서 직접 살펴본 폐교 중에는 임대료가 수년치 밀려 있거나 교육 목적으로 쓰겠다고 해놓고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폐교는 지역 유지들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내놓은 경우가 많고 학교로 쓰이던 곳이니 가능하면 공익목적을 가진 시설이나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 자문위원은 “매각할 경우에는 교육예산 확보를 위해 제값을 받고, 좋은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임대하되 임대료를 확실히 받아야 한다. 개인이 전세나 월세를 줬는데 몇 년씩 임대료를 못 받는다면 가만있겠는가. 공무원들이 폐교를 단순히 문 닫은 학교, 아무나 줘도 되고 헐값에 팔아치워도 되는 곳이라 여기지 말고 재정적으로 어려울수록 자기 재산처럼 관리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들과 교육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국 미활용 폐교 401곳 어쩌나

교육부 “폐교재산 관리 지도 강화할 것”


정부에서는 폐교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에서 폐교재산과 공유재산을 관리하는 담당자는 1명이다. 교육부는 “다만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4조(폐교재산의 활용계획)에 따라 폐교재산의 실태조사, 관리계획, 활용계획 등은 교육감 관장사무이며 이에 따라 해당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 폐교재산 담당자를 두고 규정에 맞게 관리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폐교재산 관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7조(시정명령 등)에 따라 용도를 지정해 폐교재산을 매각한 경우 매수자가 지정된 날이 지나도 폐교재산을 그 용도로 사용하지 않거나 지정된 용도로 제공한 후 지정된 기간 내 그 용도를 폐지한 경우에는 시정을 명할 수 있다. 또한 시정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 또는 매각에 관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시도교육청에서 폐교재산의 용도를 지정해 매각할 경우 등을 포함해 폐교재산 관리 지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대부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도 폐교재산에 대한 대부료 미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미활용 중인 폐교는 시도교육청별로 대부, 매각, 자체 활용 및 보존 관리 등 활용계획이 수립돼 추진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폐교재산 활용 계획에 따라 폐교재산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5.03.30 981호 (p32~35)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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