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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에서 당으로 기운 권력 추

김무성·유승민 ‘투톱’ 협공에 영(令) 안 서…2인자에서 대통령 꿈꾸는 ‘무성 대장’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청와대에서 당으로 기운 권력 추

청와대에서 당으로 기운 권력 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아래쪽)가 2월 3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무성은 호랑이일까 고양이일까.”

야권 한 고위인사는 지난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개헌론’ 발언 이후 청와대에 급히 사과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그는 “그렇게 당당하던 사람이 박 대통령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느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김 대표가 고양이란 결론은 유보한다’는 암시도 담겨 있었다. 지금은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고자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으르렁’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2월 3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김 대표의 발언에 여권이 발칵 뒤집혔기 때문.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은 술렁였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바로 박 대통령의 대통령선거(대선) 공약이다. 김 대표가 이에 대해 불가능이라고 말한 것은 청와대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다. 가뜩이나 연말정산 문제로 골치가 아픈 여권의 뇌관까지 건드렸다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어쨌든 김 대표가 국회에서 연설한 날 공중파 방송 뉴스의 주인공은 청와대가 아니라 김무성이었다.

유승민 당선으로 ‘비박 천하’ 완성?



김 대표 발언이 ‘당청 관계’를 건드리며 파장을 일으킨 것은 타이밍과도 연관돼 있다. 바로 전날인 2월 2일 새누리당에서 ‘탈박근혜계’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했다. 유 의원의 당선은 ‘비박(비박근혜)계’의 약진인 동시에 ‘친박’의 몰락으로 비쳤다. 유 의원은 이른바 ‘원조 친박’ 출신이지만 현 정부에서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둬왔다. 특히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그의 비판적 발언은 대통령 주변의 참모진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낳은 바 있다.

더불어 유 원내대표의 당선은 의원들이 청와대를 향한 강한 기대를 일부분 철회하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란 예측으로 이어졌다. 한때 ‘친박’의 견제를 받았던 김 대표의 발걸음이 가벼워지리란 전망도 나왔다.

유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초·재선의원의 성향을 봐도 청와대를 무조건 옹호하는 순종형과는 거리가 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인 재선의 김세연 의원은 전 지도부가 추진했던 ‘국회선진화법 헌법 소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비례대표 민현주 의원은 지난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던 ‘초선 6인방’ 중 한 명. 신임 원내수석 부대표로 발탁된 재선의 조해진 의원은 ‘친이명박계’ 직계다. 그는 당내 초·재선의원 모임 ‘아침소리’를 주도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까칠한 조언’을 자주했다. 이런 복합적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김무성-유승민 투톱체제’가 ‘비박’의 단결을 촉진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역설적으로 ‘친박’ 의원들의 반발감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일부는 김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 발언에 대해 “야당 대표냐”며 목소리를 높여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과 ‘박근혜의 입’이란 별명을 가진 이정현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임시국회 연설 바로 다음 날인 2월 4일 당 회의에 불참했다. ‘김무성-유승민에 대한 보이콧’을 한 셈이다.

청와대에서 당으로 기운 권력 추

2월 2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압도적인 표차로 ‘친박근혜계’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여론과 정치권의 뜨거운 반응에 김 대표 측은 다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임시국회 연설에서 증세보다 ‘복지 구조조정’에 방점을 뒀고, 청와대 비판보다 ‘소통 강화’에 초점을 맞췄는데 다른 부분만 집중 조명을 받았다는 것.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평소에도 그런 취지의 말을 김 대표가 했는데 전후 상황으로 마치 그가 특별히 작심하고 새로운 말을 한 듯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 대표의 진의가 무엇이든 그는 최근 정국의 주요 뉴스메이커로 재부상했다. 정치인 김무성이 ‘대통령 옆 2인자’가 아니라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으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은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기도 한다.

떠들썩한 여당, 기대와 비판 사이

여권의 시끌시끌한 모습이 새누리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아닌 당의 변화를 중심으로 보수층의 관심을 다시 끌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야당의 한 인사는 “지금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이 걱정해야 한다”며 “정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유권자의 무관심인데, 전당대회에 대한 여론은 싸늘해지고 역으로 여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당 내에 야당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야당 본래의 기능과 존재감의 무게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재 상황이 김 대표에게 부담이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 내부의 긴장감이 ‘권력 쟁탈전’으로 흐르거나 장기화할 경우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에서다.

김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비칠 개연성도 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2월 4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이지만 불가능한 얘기”라며 “그럼 결국 하나마나한 얘기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능하지도 않은데 왜 그런 얘기를 할까. 그러니까 결국은 내가 볼 때는 대국민 메시지가 아니고 대청와대 메시지인 것 같다”고 비유했다. 청와대와의 선 긋기를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김무성 대표가 증세 논란을 비롯해 주요 이슈를 건드리고, 청와대와 다른 견해를 강조함으로써 정국을 주도하는 이미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래주자로서의 차별화는 불가피하므로,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관되고 진정성이 있어야 유권자에게 인정받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02.09 975호 (p12~13)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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