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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시장 600억 원 ‘쩐의 전쟁’

자유계약선수 제도 과열 “프로야구 망한다” 비난 쏟아져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FA시장 600억 원 ‘쩐의 전쟁’

FA시장 600억 원 ‘쩐의 전쟁’

12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서재응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가운데)을 비롯한 각 구단 선수협 임원진이 비활동 기간,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99시즌이 끝난 후 한국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도입했다. LG 김동수(46) 2군 감독은 당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포수였다. LG에서 신인왕에 오른 것은 물론, 우승을 이끌었던 공격 능력과 빼어난 수비 실력까지 갖춰 당연히 각 구단의 영입 0순위 선수였다.

김 감독은 15년 전 상황에 대해 “FA시장이 처음이라 선수는 물론 구단도 과연 얼마부터 협상해야 할지 몰랐다. 10년을 뛰었으니 1년에 1000만 원씩 1억 원을 계약금으로 요구하라는 말도 들었다”며 웃었다. 1999년 12월 삼성은 해태 잠수함 이강철과 3년 8억 원, LG 포수 김동수와 역시 3년 8억 원에 계약했다. 사상 첫 FA 계약, 리그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연봉 1억 원은 특별한 선수만 누리던 상징적인 액수였다. “연 3억 원 가까이 되는 액수다. 지나치게 높다.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말도 나왔다.

14년이 지난 2013년 12월 포수 강민호는 롯데에 잔류하며 4년 75억 원에 계약했다. 2014년 12월 투수 윤성환이 삼성과 4년 80억, 왼손투수 장원준이 두산과 4년 84억 원, 그리고 내야수 최정이 SK와 4년 8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계약 속출

최초 FA 계약은 연평균 약 2억6700만 원으로 3년을 보장했다. 15년 만에 FA 최고 몸값은 연평균 21억5000만 원, 그리고 4년 보장을 기록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 경제 발전 등을 고려해도 말 그대로 폭등이다. 김 감독에게 “15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70억 계약서에 사인했겠다”고 농담 섞어 말하자 그는 “그래도 우리는 선배들에 비하면 큰 혜택을 받은 세대”라고 답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FA시장의 ‘머니 게임’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제9구단 NC와 제10구단 kt가 리그에 참여하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경쟁이 치열해져 과거 상상도 할 수 없던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최초로 10억 원대를 돌파한 선수는 2000년 김기태(현 KIA 감독)다. 쌍방울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좌타자 김기태는 그해 삼성과 4년 18억 원에 계약했다. 연평균 4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액수였다. 삼성의 연이은 전력 보강이 이뤄지자 LG는 해태 홍현우를 역시 18억 원에 영입했다. 그리고 2001년 양준혁이 삼성과 4년 27억2000만 원에 계약하며 제도 도입 3년 만에 20억 원대 계약이 탄생했다. 2003년 12월에는 롯데가 두산 정수근에 6년 40억6000만 원이라는 블록버스터급 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최고액 기록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은 2004시즌 후 현대 심정수와 4년 60억 원에 계약했다. 1999년 첫 FA 계약 때보다 더 큰 파장이 일었다. 심정수의 60억 원 계약은 지난해까지 13년간 깨지지 않았다. 구단들은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9년, 10년 뛴 선수들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닌, 앞으로 뛸 전력을 영입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선수들에게까지 자리 잡았다. 최악의 실패 사례도 이어졌다. FA시장에서 구단은 더 똑똑해졌고 특급 선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9~2010년에는 다년계약을 금지하고 계약금도 줄 수 없게 규정을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구단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선수의 실제 계약금과 연봉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구단과 FA의 실랑이가 더 커졌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은 2011년 시작됐다. 모기업 없이 홀로 구단을 운영하는 넥센은 이택근과 4년 50억 원에 계약하며 리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넥센은 FA시장에서 구매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이택근의 50억 원은 이후 각 팀 주전 외야수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꺼내는 첫 번째 키워드가 됐다. 이듬해 김주찬이 KIA와 4년 50억 원에 계약했다. 슈퍼스타만이 받을 수 있던 파격적인 연봉과 계약금이 주전급까지 확대되는 순간, 제9구단 NC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몸값은 폭등했다.

강민호와 함께 정근우, 이용규가 한화와 각각 70억, 67억 원에 4년 계약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사이 계약 종료 시점이면 30대 후반이 되는 이종욱과 손시헌이 각각 50억, 30억 원(4년)을 받고 NC 유니폼을 입는 등 대형 계약이 이어졌다. 지난해 FA시장은 523억 원을 돌파했다. 19명이 500억 원 이상 계약을 터뜨렸다. 프로야구 구단 운영비가 1년 약 400억 원 수준이고 그 상당액을 모그룹 지원에 의지하는 리그 현실상 ‘지나치게 높은 연봉’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 해 만에 모그룹에 의지하는 그 팀들이 다시 수백억 전쟁에 뛰어들었다. 송은범이 한화와 4년 총액 34억 원에 이어 배영수도 한화와 3년 총액 21억5000만 원에 계약하며 사상 첫 6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프로야구는 망한다”는 비난이 나오지만 이 같은 걱정은 1999년 첫 계약 때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오히려 프로야구는 더 발전했고, 돈의 전쟁에서 더 많은 실탄이 쏟아졌다.

FA시장 600억 원 ‘쩐의 전쟁’

한화와 각각 34억 원(4년), 21억5000만 원에 계약한 송은범과 배영수, 협상 중인 SK 나주환(왼쪽부터).

학생야구 발전에 투자해야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시장이 과열돼 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구단들도 능력이 되기 때문에 FA시장에서 큰돈을 지출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KBO와 각 구단은 8~9년인 FA 자격 획득 기간을 줄이고 자원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거나, 선수 능력에 따라 보상선수와 보상금액을 달리하는 등 전력 보강 채널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선수들은 억울한 처지다. 일부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럽다. 서재응(KIA)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은 12월 2일 취재진 앞에서 “FA는 구단이 원해서 돈을 제시하고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이라며 시장 과열 속 일부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비난받고 있는 것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4년 계약이다. 한 번에 받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FA시장은 장기적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대로 제10구단 kt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빨리 냉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이적료를 더해 10억 원 이상 필요하다. 4년 40억 원이다. 여기에 티켓 파워도 있고 다른 팀 전력이 악화되는 효과 등을 모두 더하면 국내 정상급 선수에게 과감히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야구인은 “많은 구단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기업 이미지에 기여하는 효과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각 그룹의 자존심이 걸려 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기록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FA시장은 kt가 자리 잡고 또다시 계약 실패 사례가 나오면 합리적인 가격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지적했다. 그는 “수백억 원을 고교팀 창단, 운영 등 학생야구 발전에 투자한다면 좋은 선수가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 현재 50개 정도인 고교팀이 100개까지 늘어야 한국 야구가 살아남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FA시장의 거품도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4.12.08 966호 (p58~59)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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