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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홀컵에 걸린 아슬아슬한 공 10초 넘으면 1타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홀컵에 걸린 아슬아슬한 공 10초 넘으면 1타

홀컵에 걸린 아슬아슬한 공 10초 넘으면 1타

샷을 할 때 소란을 피운 갤러리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 미겔 앙헬 히메네스.

어떤 골퍼가 ‘골프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가롭게 지내는 레저’라는 고장 난 시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가. 골프에서 시간을 지키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골프장에서는 통상 4시간 30분을 한 라운드의 경과 시간으로 잡고 팀을 배정한다. 아마추어 세계에서도 그렇거니와 프로 세계에서는 시간이 곧 타수이자 상금이기도 하다.

프로 세계에서 선수들은 티오프 시간에 맞춰 대기해야 한다. 대회장에서 1번 홀이나 10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롤렉스나 오메가 등 고급 시계가 떡하니 한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물론 시계 회사의 홍보 목적도 있지만 말이다.

만약 선수가 정해진 출발 시간 이후 5분 내에 티잉그라운드에 도착하면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2벌타를 받고, 매치 플레이라면 그 홀에서 패하게 된다(골프룰 6조 3항). 더 늦으면 실격이다.

지난해 3월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KIA 클래식 프로암에 지각했다. 결국 그는 본게임에 출전도 못 하고 실격됐다. 청야니는 그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실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후 세계 랭킹이 내리막을 탔다. 반면 이런 점에서 본받아야 할 선수가 있다. 아널드 파머는 60년 가까운 프로 생활 동안 단 한 차례도 지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티샷을 했는데 공이 긴 러프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는 로스트 볼을 찾기 위한 시간으로 5분이 주어진다(골프룰 27조 1항c). 선수나 캐디가 공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간을 측정한다.



1998년 올림픽클럽에서 열린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생긴 일이다. 파4 5번 홀에서 리 젠슨의 드라이버 샷이 사이프러스 나무 숲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3분가량 찾은 후 젠슨은 공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느릿느릿 티잉그라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5분이 지나기 전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에 끼어 있던 공이 떨어졌다. 젠슨은 다행히 그 공으로 다시 플레이를 해 파를 잡았고 결국 1타 차로 우승할 수 있었다. 만약 5분이 지나도 공을 찾을 수 없다면 1벌타를 받고 공을 쳤던 지점으로 돌아가 다음 샷을 해야 한다.

그린에서도 참고해야 할 시간이 있다. 퍼팅한 공이 아슬아슬하게 홀컵 가장자리에 멈춰 서 있다면 10초까지는 공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 있다(골프룰 6조 2항). 퍼팅한 선수가 공에 다가서는 순간부터 10초를 재기 시작한다. 10초가 지나고 공이 홀컵에 떨어졌다면 공을 살짝 쳐서 집어넣은 것과 다름없이 스코어에 1타를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늑장 플레이어에게 경종을 알리고자 한 샷에 걸리는 시간도 정해놓았다(골프룰 6조 7항). 경기 속도는 그 홀의 첫 번째 선수(오너)가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50초 이내에, 두 번째 선수부터는 45초 이내에 샷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차 경고를 내린 뒤 두 번째부터는 1벌타를 부과한다. 만일 당신이 경기위원회에서 할당한 시간 한계를 초과했다면 위반 수준에 따라 페널티 수위가 점차 높아져 최고 실격을 당할 수도 있다. 경기위원만이 골퍼의 플레이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느린 플레이로 지적받는 대표적인 선수는 재미교포 케빈 나(한국명 나상욱)이다. 2011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버디 퍼트에 91초를 사용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부러 샷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긴장한 탓에 못한 것이니 본인도 얼마나 속이 탔을까 싶다. 슬로 플레이로 매치 플레이 대회에서 패배한 선수도 있다. 2012년 5월 LPGA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4강전에서 모건 프레슬(미국)은 아자하라 무뇨스와의 경기를 3업(Up)으로 가져갈 상황에서 늑장 플레이로 그 홀 패배를 선언받아 1업으로 줄어들었다. 벌타에 따른 심리적 충격 때문이었을까. 프레슬은 이어진 16, 17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결국 경기를 지고 말았다.

골프에서 시간은 룰에 분명히 규정돼 있고 이는 곧 스코어이자 상금이다. 골프에서 시간 엄수는 의무다. 룰이 있으니 아마추어 골프에서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주간동아 963호 (p69~69)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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