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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4연패 위업…삼성 가을 신화

프로야구 8번째 우승 금자탑…류중일 감독 “항상 우승에 도전”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통합 4연패 위업…삼성 가을 신화

통합 4연패 위업…삼성 가을 신화

1986년 우승 트로피를 들고 관중 환호에 답례하는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

삼성의 8번째 우승(1985년 통합우승 제외)으로 끝난 2014 한국시리즈는 시즌 1, 2위 팀의 맞대결이었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리그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구단과 신흥 강호의 승부였다. 야구장 밖까지 의미를 확대하면 국내 최대 그룹의 팀과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프로야구팀의 대결이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넥센이 우승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넥센을 제외한 모든 구단이 연간 300억 원 안팎을 모기업에서 지원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넥센의 우승이 가져올 파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결과는 마운드와 타격 모두 리그 정상급 전력을 갖췄고 가을야구 경험도 풍부한 삼성의 승리였다. 시즌 52홈런 박병호와 40홈런 강정호, 사상 첫 200안타 주인공 서건창이 버틴 ‘타격의 팀’ 넥센은 단기전에서는 역시 투수 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했다.

삼성, 해태 기록을 뛰어넘다

2011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우승한 류중일 감독은 “2010년대를 삼성 시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목표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류 감독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유격수였고 삼성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번번이 해태의 벽을 넘지 못해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그러나 그는 감독으로 해태를 뛰어넘었다. 1980~90년대 깊은 콤플렉스였던 해태보다 더 위대한 기록을 세우며 새 역사를 썼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은 전성기 현대와 SK도 이루지 못한 영역이다. 지금까지 해태가 유일했다. 해태는 1986년부터 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재패했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에서는 4년 연속 우승은 하지 못했다. 86년 전기리그 2위, 후기리그 공동 1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87년엔 전기리그 3위, 후기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88년에만 전·후기리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89년 단일 시즌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3년 이상 연속 우승은 삼성뿐이다.

4년 연속 우승은 다른 종목, 해외 리그에서도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4년의 시간 동안 주축 전력은 고령화되고 더 높은 연봉을 찾아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 특히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야구는 체력 부담이 커 우승팀은 부상 위험도 높다. 특히 삼성은 지난 4년 동안 단 한 명의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일본 한신으로 보내며 해외무대 도전에 대한 꿈을 이뤄줬다. 지난해 리드오프로 활약한 배영섭이 입대했고, 주전포수 진갑용도 수술과 재활로 시즌 말에나 돌아왔다.

그러나 임창용의 복귀와 이승엽의 부활, 그리고 박해민, 이흥련 등 새 얼굴 발굴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삼성은 진갑용이 현역 황혼기에 있고 이승엽과 임창용은 곧 40대가 되는 등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성환, 안지만 등은 FA 자격을 얻는다. 류 감독은 “내부 FA는 다 잡고 싶다. 삼성은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매년 새 얼굴이 나온다. 항상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통합 4연패 위업…삼성 가을 신화

11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과 넥센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 라이온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삼성의 사상 첫 통합 4연패와 함께 넥센의 준우승은 야구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2005년 현대그룹이 재정 악화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매각을 요청한 지 3년여 만인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했다. 모기업 없이 연간 약 300억 원이 필요한 프로야구 구단 운영에 개인 사업자가 뛰어든 것은 야구는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 전체에서 처음이었다.

가입비와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히어로즈는 2009 시즌 종료 후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 등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현금은 오가지 않았지만 많은 의혹이 뒤따른 트레이드가 이어졌다. 전신 현대는 2000년대 초·중반 최고 팀이었지만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러나 2010년 넥센타이어와 후원 협약을 맺으며 재정이 차츰 안정됐고, 신인 육성은 물론 각 팀 유망주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국내 프로스포츠 업계에서 사실상 유일한 팀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인 이장석 대표는 목동구장에서 팀 전력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타력이 뛰어난 박병호와 윤석민, 김민성, 이성열 등을 영입해 홈런 증가를 노렸고, 투수들은 뜬공보다 땅볼 비율이 높은 선수들을 중용했다.

지난해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완성했다. 공격은 국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서건창을 시작으로 이택근, 유한준,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으로 이어지는 파괴력 있는 타선을 완성했다.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와 함께 올해 20승을 올린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까지 한 팀에 최우수선수(MVP) 후보가 4명이나 나올 정도로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삼성과 승차는 0.5경기. 한국시리즈에서는 수준급 선발투수가 외국인 전력 밴 헤켄과 헨리 소사 두 명뿐이었다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6차전에서 패했지만, 저비용 고효율로 준우승을 차지한 저력은 크게 박수 받을 만하다. 염 감독은 6차전 패배 후 눈물을 펑펑 흘리며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반대의 두 팀 그러나 공통점 한 가지

통합 4연패 위업…삼성 가을 신화

2014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넥센 염경엽 감독.

삼성과 넥센은 대척점에 있는 부분도 많다.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1982년 원년부터 팀 명칭과 모그룹, 연고지가 모두 그대로인 팀은 롯데와 삼성 2개 팀뿐이다. 두산도 모기업은 변화가 없지만 연고지가 대전에서 서울로, 팀 이름도 OB에서 두산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삼성은 팀 역사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라고 자부한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의 적극적인 지원과 꾸준한 성적이 더해진 명문구단이다.

넥센은 2008년 현대를 인수, 창단해 역사가 7년으로 길지 않다. 모기업이 없어 선수들 유니폼에는 광고가 가득하다. 그러나 프로야구 구단이 스포츠산업으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넥센은 철저한 스카우트 시스템을 통해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신흥 강호로 올라섰다.

그러나 두 팀은 공통점도 있다. 최근 실질적인 외부 FA 영입 없이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삼성은 2004년 심정수, 박진만 이후 10년 동안 외부 FA와 계약하지 않았다. 2009년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원삼이 거의 유일한 외부 수혈이다. 주축 전력 대부분도 신인으로 삼성에 입단해 삼성에서 성장한 내부 육성형이다.

넥센은 창단 후 2012년 이택근과의 계약이 유일한 FA 영입이다. 2년 전 현금 트레이드로 LG로 떠났다가 친정으로 복귀했다. FA시장에 뛰어들 막강한 자금력은 없지만 그 대신 박병호, 김민성, 서건창 등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유망주를 집중적으로 찾아 팀 내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신인 스카우트에도 눈부신 실력을 발휘해 2014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 됐다.



주간동아 963호 (p62~63)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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