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3

2014.11.17

자연과 사람 잇는 노력 40% 매출 점유율이 70%로 ‘쑥’

황톳길 갈고 닦는 소주회사 ㈜더맥키스컴퍼니

  • 조영실 객원기자 esperanza0738@gmail.com

    입력2014-11-17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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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사람 잇는 노력 40% 매출 점유율이 70%로 ‘쑥’

    ㈜더맥키스컴퍼니가 만든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 명물이 됐다.

    지난달 주부 김모(42) 씨는 아이들과 클래식 공연을 즐기려고 공연장이 아닌 산을 찾았다. 김씨 가족이 찾은 곳은 대전 대덕구 장동에 위치한 계족산.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곳에선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악가들이 나오는 수준 높은 공연임에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흥미 요소를 가미한 클래식 공연이다.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가족과 자주 찾는다. 게다가 공연이 숲속에서 열리니 오며 가며 등산까지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김씨는 전한다.

    무료 클래식 공연이 열린 계족산은 매주 3만 명이 찾는 맨발 걷기 명소다. 14.5km에 이르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등산객은 흙이 주는 촉촉한 생명력과 숲의 청량함을 한껏 느낄 수 있다. TV 방송 등을 통해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 시민에게는 친숙한 공간이 됐다. 그러나 황톳길을 만든 주체를 알면 놀랄 만하다. 그 주인공은 ㈜더맥키스컴퍼니(맥키스). 대전, 충남 광역권을 대표하는 주류회사다.

    2006년만 해도 계족산 등산길은 대전 시민조차 별로 아는 사람이 없던 돌밭길이었다. 그런 곳을 조웅래 맥키스 회장이 흙을 깔아 황톳길로 만들었다. 조 회장은 2004년 선양주조를 인수, 연고도 없는 지역에 처음 제조업에 도전하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전했다.

    맥키스가 수행하는 모든 사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Link Tomorrow)’라는 조 회장의 기업 이념에서 비롯된다.

    “계족산에 황톳길을 깔아 자연과 사람을 잇고, 문화와 사람을 잇기 위해 걷기만 하던 황톳길에 ‘뻔뻔한클래식’ 공연을 열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고 지친 몸을 쉬게 해준다는 점에서 술과 산은 다르지 않다.”



    대전 최고 명소가 된 계족산

    계족산 황톳길은 비단 등산로로만 이용되진 않는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마사이마라톤’은 문화·예술적 요소를 가미해 2011년 이후 ‘계족산 맨발축제’로 발전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 축제에는 숲속 음악회, 벨리댄스 퍼레이드 등의 공연과 황토머드체험, 맨발 도장 등의 체험행사가 포함된다.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맥키스는 황톳길에 매년 6억 원을 들인다. 지난해 맥키스 매출은 520억 원, 영억이익은 23억 원. 영업이익의 4분의 1을 핵심 비즈니스와 무관해 보이는 곳에 지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의 CSR 활동이 기업의 전반적인 사업전략이나 경영 시스템에 통합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맥키스 측은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말한다. “설립 초기에는 물건 하나 더 파는 것보다 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선양주조를 인수했을 2004년 당시, 우리 회사 제품인 ‘O2린’의 대전 지역 점유율이 40%였던 데 반해 지금은 70%에 이른다”며 “기업이 지역사회 발전과 환경보존에 책임을 다하는 것을 매출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맥키스의 대표 상품인 홈믹싱주 ‘맥키스’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다른 음료에 가볍게 섞어 마실 수 있게 하고자 고안한 술이다. 조 회장은 “잘못된 술 문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그 폐해를 극복해야 술시장의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 홈믹싱주 ‘맥키스’는 잘못된 폭탄주 문화, 대화보다 술이 먼저인 세태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기업 이념이 제품 개발에서나 황톳길 같은 CSR 사업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맥키스’는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40만여 병이 팔렸다. ‘O2린’ 역시 ‘산소소주’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소주에 함유되는 산소를 숲에서 직접 포집한다. 계족산 황톳길에 담긴 환경적 가치가 제품 속에도 그대로 담겼다.

    맥키스 측은 이윤 추구와 기업의 CSR가 같은 맥락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자사의 경영 활동은 공유가치창출(CSV)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종원 홍보팀 과장은 “CSV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경영전략에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통합하는 개념이다. 기업의 CSR를 비즈니스와 연계함으로써 기업의 일방적인 사회 환원으로 야기되는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06년 이후 이 회사는 광고비도 줄였다. 다양한 사회 사업으로 지역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져 판촉비가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계족산 황톳길은 2008년 여행 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에, 2014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인터넷에는 ‘O2린’을 ‘대전 술’이라거나 ‘대전에 오면 꼭 맛볼 술’로 소개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연과 사람 잇는 노력 40% 매출 점유율이 70%로 ‘쑥’

    ㈜더맥키스컴퍼니가 후원하는 계족산 ‘뻔뻔(fun fun)한 클래식’공연(왼쪽)과 황톳길.

    이윤 추구·사회적 책임 동시에

    한편 조 회장은 주류 제조업과 CSR 활동을 연계하려면 CSR에도 콘텐츠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맥키스는 환경을 뜻하는 ‘ecology’와 치유를 의미하는 ‘healing’을 결합한 ‘에코힐링’이라는 개념의 신조어를 만들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는 정신을 맥키스의 기업철학으로 삼고 있다. 에코힐링은 맥키스가 2007년 상표로 등록, 사용하고 있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는 ‘직원, 지역, 사회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기업의 약속’을 CSR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맥키스가 실현하는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가치는 그 자체로 CSR의 체현이라 할 수 있다. 맥키스는 CSV 경영 모범 사례로 ‘2013년 제6회 중소기업문화대상 장관상(중소기업중앙회)’을 수상했다.

    계족산 황톳길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지난해 계족산 인근 법동·송촌시장은 대전시 최초로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다. 맨발 걷기 축제, 숲속 음악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주말에는 5만 명까지 몰리는 계족산 방문객의 발길이 전통시장까지 이어진다.

    특히 법동시장에서는 매달 생일을 맞은 직원들의 축하파티가 열린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물건들로 생일상을 차리고 시장 내 상가에 모여 맥키스의 술과 음료를 나눠 마신다. 또 직원 상여금과 포상금으로 5000만 원의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한국전통시장학회에서 수여하는 ‘창조경제대상’을 수상했고 10월 31일에는 2014 전국우수시장박람회 ‘정부포상 우수기업체부문 중소기업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에게 “작지만 강한 기업을 만들자”고 늘 강조한다. 그는 “이제 규모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며 남과 차별화된 역발상의 전략과 꾸준한 실행력으로 만드는 독특한 스토리가 기업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규모가 큰 기업이라도 신뢰를 잃으면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반면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는 튼튼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라면 무엇을 시도하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공유가치창출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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