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3

2014.11.17

블랙프라이데이, 놓칠 수 없데이

美 11월 넷째 금요일 연중 최대 할인…국내 직구족 다양한 상품 노려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입력2014-11-17 09:0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경기 분당에 사는 주부 안소민(34) 씨는 최근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도전했다. 네 살 된 아들의 레고 장난감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서다. 아들이 갖고 싶어 하는 레고 ‘스타워즈 드로이드 건쉽’은 한국에서 사면 8만6000원, 미국 레고 홈페이지 직구로는 49.99달러(약 5만4000원)다. 아들 친구들과 조카 생일선물로 미리 여러 개를 구매하면 배송비를 더해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했다.

    직구로 재미를 본 안씨는 11월 28일로 예정된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세일을 노리는 중이다. 웹사이트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전 0시, 1시 등 파격 세일을 제공하는 ‘핫딜’을 이용하려고 한국 시간도 확인해놓았다.

    매년 11월 넷째 금요일인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하는 연중 최대 할인 기간이다. 미국에는 1월 새해맞이, 4월 부활절, 7월 독립기념일, 11월 추수감사절 등 크고 작은 세일 기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는 최대 80~90% 할인율을 자랑한다. 기업들이 흑자(black figure)를 꾀하는 날이라는 뜻에서 ‘흑자 금요일’이란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누리꾼 사이에선 약어로 ‘블프데이’라고도 불린다. 블랙프라이데이 그다음 주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놓친 소비자를 위해 온라인 위주로 50~80% 할인행사가 열린다. 전 세계 쇼핑족에겐 놓칠 수 없는 주간이다.

    해외 직구 중국, 독일로 확대

    국내 누리꾼의 해외 직구는 최근 4~5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2억4200만 달러였던 해외 직구 금액은 2011년 4억3100만 달러, 2012년 6억4200만 달러, 지난해에는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6억88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5%나 증가했다.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관세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수입 통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수, 와인, 전기면도기, 진공청소기, 립스틱 등 10개 공산품의 국내 판매가격은 수입 가격 대비 2.7~9.2배 수준이었다. 특히 A유모차는 수입 가격(약 62만4000원)보다 국내 가격(약 159만 원)이 100만 원 정도 비쌌고, B립스틱은 수입 가격(약 1700원)에 비해 국내 판매가격(약 1만5000원)이 9.16배 정도 뛰어올랐다.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는 독점적인 유통구조와 마케팅 비용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데, 비싸도 잘 팔리는 국내 소비문화 특성상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

    이에 20, 30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직구 이용자 가운데 30대의 이용 건수는 177만(52%), 20대는 77만(22%)이었고, 40대 56만(16%), 50대 19만(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 직구 이용 건수는 여성이 213만(62%), 남성이 130만(38%)이었으며, 품목별로는 의류·신발 133만(27%), 건강식품 67만(14%), 화장품 42만(8%), 핸드백·가방 39만(8%) 순이었다. 모 배송 대행업체 관계자는 “가격 정보에 민감한 ‘엄마 소비자’가 할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의류, 건강식품을 주로 소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놓칠 수 없데이

    ‘직구족’이 즐겨 찾는 이베이쇼핑 홈페이지(왼쪽)와 인천 본부세관에 쌓인 직구 물건들.

    아마존, 이베이 등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 직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4월 해외 직구 대상 국가별 이용 건수는 미국 367만(74%), 중국 57만(11%), 독일 24만(5%), 홍콩 21만(4%), 일본 10만(2%) 순이었다. 특히 커피머신, 전기레인지, 진공청소기 등 가전제품은 우리나라와 전압이 같은 독일에서 직구하는 편이 더 저렴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독일 제품은 지멘스 전기레인지, 세버린 우유거품기, 밀레 청소기 등으로 독일 아마존(www.amazon.de)에서 판매하고 있다. 중국도 인터넷 전자상거래 포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www.aliexpress.com)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카메라 등 전자제품 위주로 한국 직구족의 가입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 직구족을 잡으려고 카드사들도 발 벗고 나섰다. 직구 쇼핑몰, 배송대행업체와 제휴한 할인, 포인트 적립, 추가 할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신한카드는 ‘몰테일 신한카드 샤인(Shine)’ 이용자에게 전월 사용 실적에 따라 국제 배송료 5000원을 할인하고 몰테일 포인트 3배를 적립해준다. KB국민카드는 자사 홈페이지에 이베이 등 해외 180개 쇼핑몰로 연결되는 ‘해외 직구 쇼핑몰’을 개설하고 해당 쇼핑몰에서 국민카드로 행사 대상 상품을 구매하면 최대 7%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이달 말까지 해외 직구 쇼핑몰 ‘테일리스트’ 이용자에게 캐시백 3%을 제공하거나 12개월 할부 시 할부수수료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BC카드는 아마존 등 10개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할 경우 최대 8%를 할인해준다.

    구매 전 꼼꼼한 비교, 계산은 필수

    ‘직구의 달인’이 추천하는 ‘직구 잘하는 법’은 할인가격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여러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 더파인드(www.thefind.com)와 넥스태그(www.nextag.com)에서는 상품명에 따라 이미지와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할인 정보는 딜스플러스(www.dealsplus.com), 미씨쿠폰(www.missycoupon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믿을 만한 웹사이트인지 알아보려면 스캠어드바이저(www.scamadviser.com)에서 신뢰도를 판별할 수 있다. 회사 설립연도, 주요 판매 품목, 실제 회사 위치, 웹 속도 등을 기준으로 유해 사이트를 파악해준다.

    해외 직구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직구가 무조건 이득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6의 경우 일본 판매가가 우리나라 출고가보다 16만 원 저렴하지만 직구할 경우 관부가세와 배송비 등이 포함돼 거의 비슷하다. 이베이코리아 해외직구팀 정소미 팀장은 “구매하기 전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계산해봐야 한다. 또 한국어 버전이 없는 순수 외국 사이트는 반품이나 교환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의류 품목은 한국과 사이즈가 다르니 주문 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또 일부 애완동물 사료, 아스피린 같은 의약품 등은 수입이 금지돼 있으므로 관세청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