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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다시 뜬 ‘호남신당론’ 애드벌룬

새정치연합 12명 의원 정당법 개정안 발의에 정가 관심 집중

  •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다시 뜬 ‘호남신당론’ 애드벌룬

다시 뜬 ‘호남신당론’ 애드벌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이뤄진 당이다. 당이 바뀌어야 한다.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로 중도개혁 정당으로 복원돼야 한다. 우리 가치를 대변하고 섬길 줄 아는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은 11월 7일 ‘호남정치 복원,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새정치연합이 우리 뜻대로 고쳐지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집권 가능성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집권 불가능한 사람들과 한 지붕에 살기보다 가능성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날 발언은 호남의원이 분당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에서 정치권 관심이 집중됐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탈당 소동 이후 잠잠했던 ‘호남 신당론’이 새정치연합의 복잡한 당내 상황과 맞물리면서 또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호남發 정계개편 정지 작업 관측도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 등 12명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11월 3일 발의했다. 현재 정당법은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소재하는 5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이 규정을 고쳐 중앙당과 1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도록 완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 정당의 출현이 손쉬워진다. 예컨대 중앙당과 광주시당, 중앙당과 전남시당만 있어도 정당 설립이 가능한 것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황주홍 의원은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정당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며 “여야 거대 정당의 독점적 구조를 타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황 의원의 설명에도 당내에서는 이번 개정안 발의가 호남발(發)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승남, 김영환, 김춘진, 문병호, 박민수, 백재현, 신학용, 유성엽, 이종걸, 장하나,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발의 의원 12명 중 장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중도파나 비노(비노무현) 인사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김승남, 김춘진, 박민수, 유성엽,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6명이다.

한 중도파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당권을 잡았을 경우에 대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남에는 상대적으로 비노 의원이 많다.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잡고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했을 때 호남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것이란 불안감이 적잖다. 친노와는 함께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의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당장이야 분당이나 신당 창당을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움직임만으로 친노 측에 일종의 경고는 될 것이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공식이 선거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호남의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당선하면서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호남의원들 사이에 널리 형성돼 있다. 전남 한 의원은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하락세가 멈추긴 했지만 호남에서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10%p 차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은 예산 폭탄을 앞세우며 호남 공략에 나섰는데 우리가 생활정치와 무관하게 이념을 갖고 싸우면 다음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럴 바에는 호남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세력이 새롭게 당을 꾸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호남 정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 호남신당이 출현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당 창당의 깃발을 치켜들 기수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1996년 15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이 충청과 대구·경북(TK) 지역을 휩쓸고 50석의 제2 야당으로 발돋움한 데는 김종필(JP)이란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만고만한 인물끼리 모여 호남신당을 만들어봤자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호남 인물 키우기’엔 공감대

다시 뜬 ‘호남신당론’ 애드벌룬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박주선 의원(왼쪽부터).

박지원 비대위원이 ‘호남 맹주’를 자처하지만 과거 인물이란 인식이 강하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중진 호남의원들은 많지만 당내에서 입지가 그리 탄탄하지 않다. 대통령선거(대선) 후보군을 살펴보면 더욱 참담하다. 호남에선 전남 신안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당선하고 2007년 전북 전주 출신인 정동영 전 후보가 큰 표 차로 낙선한 이후 호남 출신 대선후보가 사라졌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영남에서 상당한 득표를 해야 하는데 호남 출신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야권에 광범위하게 퍼진 탓이다.

실제 각종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유력 대선후보가 여야 가릴 것 없이 영남에 집중돼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등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새정치연합의 ‘빅3’로 꼽히는 문재인 비대위원,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영남 출신이다. 최근에는 충청 출신 주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대선 출마설로 정국을 달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이고, 새정치연합의 친노 다크호스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남 논산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 일각에선 호남신당론을 ‘반기문 대망론’과 연결하기도 한다. 이른바 ‘뉴 DJP 연합’이다. 충청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신당 얼굴로 내세우면서 호남의원들이 정치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당 관계자는 “신당이 성공하려면 지지율이 30% 넘는 유력 대선후보가 깃발을 들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반 총장만한 사람이 없다. 호남정치인들이 반 총장은 우리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말했다. 광주(8석), 전남(11석), 전북(11석) 등 호남 전체 의석수는 30석. 호남만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가뿐히 채울 수 있다. 호남신당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이어 일약 제3당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호남신당론과는 별개로 호남의원 사이에선 “호남 인물 키우기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호남이 당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다. 호남의 한 의원은 “호남의원들이 당직도 열심히 맡고 새로운 인물들이 차기 전당대회에도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 패권정치, 지역정치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호남의 가치와 철학을 전국 정치에 접목할 수 있고 낙후되고 소외된 호남을 대변하는 새로운 지도자를 키우자는 의미로 이해해달라.”

다시 뜬 ‘호남신당론’ 애드벌룬

1987년 10월 30일 열린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대회.





주간동아 963호 (p30~31)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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