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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척 원전 주민투표 10월 강행

삼척시, 민간 주도 투표 관리위 출범키로…민심은 ‘원전 반대’로 중심 이동

  • 이인모 동아일보 기자 imlee@donga.com

삼척 원전 주민투표 10월 강행

삼척 원전 주민투표 10월 강행

2013년 4월 28일 오후 강원 삼척시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이 삼척시 근덕면 삼척재가노인복지센터 인근 공터에서 삼척 핵발전소 결사반대 범시민 궐기대회를 가졌다.

인구 7만여 명의 동해안 작은 도시 강원 삼척. 이곳은 1990년대 탄광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장기 침체를 겪었다. 이 때문에 삼척은 관광산업과 수산업이 중심을 이룬 그지없이 조용한 도시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삼척이 최근 소란스럽다. 정부가 삼척시 근덕면 일원에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때문이다. 더욱이 삼척의 원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3년 정부가 삼척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은 5년간의 끈질긴 반대 투쟁으로 백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최근의 반대운동 역시 20여 년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사활을 걸고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올해 말로 예정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전에 반드시 원전 건설 예정 부지 지정고시를 철회해 청정에너지 생태도시, 시민 모두가 행복한 삼척을 건설하겠습니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김양호 삼척시장은 7월 취임과 함께 ‘원전 건설 백지화’를 역점 시책으로 내세웠다. 선거 운동 당시 핵심 공약이던 만큼 당연한 수순. 김 시장은 원전 건설 철회를 위한 첫 단계로 ‘주민투표’를 제시했다. 2010년 원전 유치 당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만큼 원전에 대해 확실한 주민 의견을 묻겠다는 것. 그러나 주민투표 결과가 원전 철회 쪽으로 나온다고 정부가 삼척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 삼척시는 정부가 예정 부지로 고시했을 뿐 아직 건설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원전 철회 정당성을 알리고 정부에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원전 유치 철회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는 10월 중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투표 실시가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8월 삼척시가 제출한 주민투표안이 삼척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삼척선관위)는 주민투표법 제7조를 근거로 ‘원전 철회’가 국가 사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사실상 주민투표 사무 위탁을 거부한 셈이다.

원전 건설 철회 위한 첫 단계



이에 대해 삼척시는 성명을 통해 “주민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고 원전 찬반 논쟁을 종식하고자 했지만 삼척선관위가 정부 의견에 따라 주민투표 사무 관리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삼척시는 이어 삼척선관위 주도의 주민투표가 불가능해진 만큼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 실시를 결정했고 이를 위해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가칭)를 출범할 예정이다.

당초 원전 ‘찬성’에 쏠렸던 삼척 민심은 현재 ‘반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상태다. 6·4 지방선거에서 김양호 시장이 원전을 유치했던 재선의 김대수 전 시장을 압도적 득표율(62.44%)로 꺾고 승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2010년 시의회 동의를 얻어 추진한 원전 유치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4년 만에 돌아선 것일까. 지역 주민들은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전환점으로 꼽는다.

김 전 시장이 원전 유치에 나섰을 당시에도 반대 여론은 거셌지만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높아 이를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했다. 김 전 시장의 원전을 통한 지역 발전론이 오랜 침체기를 겪은 일부 주민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김 전 시장은 당시 삼척을 에너지 메카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이를 실현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김 전 시장은 “LNG(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와 종합발전단지를 유치하고 원전, 스마트 원자로, 제2원자력연구원을 유치하면 삼척은 세계적 에너지 메카로 성장할 것”이라며 “원전 유치에 실패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으로 원전 유치에 매달렸다.

원전 부지 삼척과 영덕 2곳 고시

삼척 원전 주민투표 10월 강행

원자력발전소(원전) 유치에 나섰던 김대수 전 삼척시장(왼쪽)과 원전 건설 백지화를 내걸고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김양호 삼척시장.

그러나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대운동이 이어졌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반대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원전 사고가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현실적 불안’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결국 2012년에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가 당시 김대수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했고 소환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율 25.9%로 개표 기준 33.3%에 못 미쳐 부결됐지만 김 전 시장이 입은 상처는 컸다. 찬반 주민 간 갈등의 골 역시 더욱 깊어졌다.

삼척 원전 건설은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포함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개연성이 크다. 현재 원전 부지로 고시된 곳은 삼척과 경북 영덕 2곳이다. 정부도 원전 반대를 부르짖는 삼척의 민심을 외면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월 실시하는 주민투표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삼척뿐 아니라 주변 지역과 정치권도 ‘원전 반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척·동해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은 사회적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전의 경제성을 믿을 수 없다”며 삼척 원전 건설 반대를 명확히 했다. 또 이 의원은 8월 원전 건설에 앞서 주민투표를 통한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주민이 반대하는 원전 건설은 법적으로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원전 건설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최 지사는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전체 이익을 생각해도 강원도는 청정지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원전 유치가 공약이었던 경북에 (원전을) 건설하고, 강원도는 친환경 에너지 공간으로 하면 서로 좋지 않겠나. 정부에 이를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호 시장 취임 후 원전 건설 찬성 주민의 목소리는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정치적, 지역적 환경 변화에 따라 원전에 대한 민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다. 삼척시가 ‘채무 제로(0)’를 선언한 지 2년도 안 돼 재정난에 봉착했다는 사실도 하나의 변수로 꼽힌다. 삼척시는 8월 인건비, 필수 경상비 등 올해 추가로 필요한 세출 예산 예상액은 344억 원이지만 세입 예산은 143억 원이라 200억 원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4년 전 김대수 전 시장이 원전을 추진할 때 이렇게 쉽게 찬성 의지가 꺾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것이다. 정부가 삼척 원전 건설 결정을 보류할 경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삼척시민의 살림살이가 계속 팍팍해진다면 원전을 통한 지역 발전론은 누구든 다시 꺼낼 수 있는 메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임 후 삼척에서 조용히 지낸다는 김대수 전 시장은 아직도 원전 건설에 대한 소신에 변함이 없다. 김 전 시장은 9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원전이 있고 선진국에도 원전이 무수히 많다. 삼척에서만 반대할 필요가 있나. 미국이 우리보다 못해서 원전을 많이 지은 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원전을 통해 지역 경제를 일으켜보려던 뜻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후대는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다.”



주간동아 2014.09.15 954호 (p26~27)

이인모 동아일보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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