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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망치는 오심, 너부터 “아웃”

야구 중계 장비와 기술 발달로 심판 오심 급증…장비 활용·판정 번복 등 도입해야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경기 망치는 오심, 너부터 “아웃”

경기 망치는 오심, 너부터 “아웃”
시작은 4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있었던 LG와 KIA전이었다. 양 팀 모두에게 무척 중요한 경기가 결정적 오심으로 얼룩졌다. 수많은 비난이 심판들에게 쏟아졌다. 이후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순식간에 스타 선수의 홈런이 아닌 심판 판정으로 옮겨갔다.

최근 프로야구는 오심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오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심판 능력이 문제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 외국인 심판, 전 경기 6심제 도입 등의 해결책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4월 25일 경기는 명승부로 꼽을 만큼 치열한 접전이었다. LG는 5연패 중이었고, 김기태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단 1승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전원 삭발까지 한 선수단은 물러난 사령탑의 오명을 씻으려고 온몸을 내던졌다. 상대팀 KIA도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주축 전력의 부상 속에 단 1승이 절실한 상황. KIA 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LG 선수들을 보며 “마음이 참 짠하지만 승부 세계는 어쩔 수 없다. 이런 날일수록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양 팀은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듯 온 전력을 쏟아부었다.

LG가 3-2, 1점 차로 앞선 9회 초 2사 1, 2루. KIA 브렛 필의 타구를 가까스로 잡은 LG 투수 봉중근은 넘어지면서 1루로 송구하는 투혼을 보였다. 1루수 김용의가 송구를 잡았지만 그순간 발은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 세이프 상황. 그러나 이계성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KIA 선수들과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규정상 아웃과 세이프는 번복될 수 없다.

김기태 감독이 물러난 이후 LG가 거둔 첫 승은 9회 말 2사까지 무척이나 극적이었고 최고 스포츠영화를 보는 듯했지만 마침표는 허망했다. 명승부를 망친 아쉬운 판정이었다.



이후 심판들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믿기지 않는 실수를 연발했다. 최고 베테랑이자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인정을 받아온 나광남 심판이 연이은 오심으로 경기 도중 스스로 물러났다.

최고 명승부가 졸전으로 돌변

4월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만취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박근영 1루심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박 심판은 6회 중계화면상 오심으로 보이는 석연치 않은 판정을 했고, 이 관중은 격분해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오심이 심판 안전까지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치는 “올해 들어 오심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이 발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베테랑 선수도 이에 의견을 같이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 전 양 팀에서 재판정을 요구했을 때 오심 비율은 20% 선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막상 제도가 도입된 지금 재판정 시 오심 비율이 4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첨단 장비는 우리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정확하고 예리하게 심판 실수를 잡아낸다. 최근 프로야구 중계에는 12대 이상의 카메라가 투입된다. 야구장에 투구 추적 시스템 장비가 설치돼 구심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 실수를 잡아내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스포츠 케이블채널 중계 기술진은 수년간 페넌트레이스 전 경기를 찍으며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한 해에 많아야 10경기 안팎을 소화하는 지상파 중계 스태프와 수년간 1년 내내 전 경기를 찍은 촬영팀은 타구를 쫓고 그에 따른 주자 움직임을 따라가는 순간의 판단력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는 스마트폰과 초고화질TV 보급도 과거와 달라진 환경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때부터 심판들의 정확한 판정을 독려하려고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심판 자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그 주전 마무리 투수 출신으로 KIA와 SK에서 뛰었던 아킬리노 로페즈는 “메이저리그 심판들에게는 슈퍼스타만의 스트라이크존이 따로 있다. 한국 심판이 훨씬 공정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농구나 축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에 비해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도 적었다.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심판들은 분명히 큰 공헌을 했다.

매년 겨울과 봄 각 팀 스프링캠프에서 심판들을 만날 수 있다. 심판도 선수처럼 전지훈련을 한다. 각 선수의 특징도 파악하고 체력훈련도 한다. 퓨처스리그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야 1군에 설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수년간 축적한 노하우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노력만으로 인간 능력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최첨단 중계 기술로 민낯이 드러난 그라운드는 마치 시력교정수술로 안경을 벗은 후 더 또렷이 보이는 세상과 같다. 결국 가장 큰 고민인 ‘오심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로봇 도입 등 혁신적인 것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히려 오심 영향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육성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기 망치는 오심, 너부터 “아웃”

4월 30일 열린 KIA와 SK의 경기 중 그라운드에 난입해 박근영 심판을 폭행한 관중을 SK 백재호 코치가 제압하고 있다(왼쪽). 4월 23일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 중 한화 이용규 선수가 오훈규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기계 도움 받아

“비디오 판독 도입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심판 인원(41명)이 부족한 수는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심판들이 자긍심을 갖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신적 복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처럼 6심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는데, 논란은 대부분 누상에서 이뤄진다. 다른 리그도 시즌 때는 4심제를 운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 심판들이 오심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했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이제 기계 도움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판정을 뒤바꿀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오심이 승부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줄었다.

메이저리그는 총 300억 원을 투입해 각 구장에 카메라 12대를 설치했고, 사무국 본부에 관제센터를 만들어 전문 인력이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6회 이전 양 팀이 한 차례씩 요청할 수 있고, 판정이 번복되면 감독에게 비디오 판독 요청권이 다시 주어지며, 심판 판정이 맞으면 요청권이 사라지는 제도다. 7회 이후부터는 심판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당장 국내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에는 장비 등 인프라 문제가 있지만 프로야구 전 경기가 중계되는 상황인 만큼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와 추가 계약(방송 편성에 관계없이 전 경기 영상 촬영)을 통해 관련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방송장비 활용과 함께 횟수에 제한을 두는 공식 항의에 대해 심판들이 4심 전원합의제로 판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수 있다. 4심 전원합의제는 번복이 불가하기 때문에 퇴로가 없는 심판들의 현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빠른 해결책이다.

심판들이 바꿔야 하는 문화도 있다. 최근 연이은 논란에 심판들은 인터뷰를 고사했다. 2010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 경기를 오심으로 망친 심판 짐 조이스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대기록을 놓친 갈라라가는 “실수를 인정한 조이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2014년 큰 위기에 처한 한국 프로야구 심판들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용기다.



주간동아 2014.05.12 937호 (p58~59)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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