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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

측근부터 혐의 입증 유 前 회장 일가 전면 압박

검찰 “선박 안전 뒷전, 불법·탈법 경영이 세월호 참사 주요 원인”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nsp@donga.com

측근부터 혐의 입증 유 前 회장 일가 전면 압박

측근부터 혐의 입증 유 前 회장 일가 전면 압박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잔혹사’를 겪고 있다. 유 전 회장과 차남 혁기(42) 씨 등 주범들이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측근들만 죽어나는 것 아니냐.”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착수 보름을 넘기면서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을 하나씩 구속하기 시작했다. 검찰과 유 전 회장 측 세모 인사 사이에서도 ‘측근 잔혹사’라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지만 핵심 피의자인 혁기 씨는 미국에서 돌아올 기약이 없다. 반면 300명 희생자의 한이라도 풀 양 수사 범위와 속도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혐의 내용이 드러날 때마다 국민적 공분은 더해가고 있다.

130개 계열사 통해 돈 빼내 가

그동안 유 전 회장의 측근을 피의자 신분으로 줄줄이 불러 조사해온 인천지방검찰청(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5월 2일 송국빈(62) ㈜다판다 대표를 첫 번째로 구속했다. 이재영(62) ㈜아해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등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뒤 줄줄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모두 하지도 않은 컨설팅을 한 것처럼 꾸며 그 비용을 빼돌렸고 유 전 회장의 사진을 비싸게 사들여 그 자금을 해외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물론 이렇게 빼돌린 자금을 유 전 회장 일가에게 몰아준 혐의(배임)가 핵심이다.

측근부터 혐의 입증 유 前 회장 일가 전면 압박
게다가 검찰은 전북 부지사를 지낸 채규정(68) 온지구 대표도 곧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출신인 채 전 부지사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전북 익산시장에 당선했으며 2006년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 측 인사들과 친분이 있고 정관계 유력 인사가 많은 육군사관학교 25기 출신인 채 전 부지사가 유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창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번 수사에서 정치인으로선 첫 피의자 신분의 조사인 셈. 검찰은 채 전 부지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채 대표를 포함한 핵심 계열사 대표를 줄줄이 엮을 수 있었던 배경엔 지난해 천해지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자리 잡고 있다. 검찰은 천해지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온지구와 다판다, 문진미디어, 세모 등 4개 계열사로부터 받은 130억 원 대부분이 유 전 회장의 사진을 사들이는 선급금(190억 원)에 투입된 뒤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천해지가 유 전 회장의 사진 판매업체인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헤마토) 문화사업 부문을 분할 및 합병하면서 취한 126억 원의 이득이 증발한 점도 알아냈다. 천해지는 회사 합병 후 회계장부에 헤마토가 소유한 유 전 회장의 사진들 가치를 126억 원이라고 등재했다.

‘수상한 거래’의 단서를 포착한 검찰과 금융당국은 광범위한 자금 추적을 통해 천해지의 사진 매입과 관련한 선급금 190억 원, 합병 상품자산 126억 원 등 총 300억여 원이 아해프레스(미국)와 아해프레스프랑스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했다. 아해프레스 대표는 차남 혁기 씨로 검찰은 두 부자가 이 과정을 주도한 증거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가 선박 안전을 뒷전에 두고 불법 및 탈법 경영을 일삼은 것이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측근부터 혐의 입증 유 前 회장 일가 전면 압박
신도 헌금 ‘사금고’화

측근부터 혐의 입증 유 前 회장 일가 전면 압박

유병언 전 세모그룹의 둘째 아들 유혁기 씨. 유 전 회장의 종교적 계승자로 새로운 ‘세모왕국’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혐의 내용 가운데 하나는 유 전 회장 측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헌금으로 형성된 자산을 유용했다는 부분이다. 주택건설 및 분양업을 하는 트라이곤코리아는 2010년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280억 원 넘게 돈을 빌렸는데, 검찰은 자금 추적을 통해 이 중 50억 원 안팎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 쪽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또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돈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청초밭영농조합법인에 넘어갔으며, 상당액이 법인 빚을 갚는 데 쓰인 것을 발견했다. 헌금으로 형성된 교회 재산과 사업 자금, 개인 자금이 뒤섞인 부도덕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의 관계 회사가 130여 개에 이르며 이들 관계사로부터 허위 컨설팅 비용으로 400억 원 이상을 빼돌린 흔적도 잡았다. 당초 30여 개 계열사가 하지도 않은 컨설팅을 한 것처럼 꾸며 유 전 회장 일가로 보낸 돈이 20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관계사는 ‘다정한 친구들’ ‘하니파워’ ‘사이소’ ‘에이하나’ 등 수십 개에 이른다. 이 회사들의 경영진에는 유 전 회장 일가와 세모, 천해지 등 핵심 계열사 이사나 감사로 등재된 사람 상당수가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유명무실한 계열사와 관계사를 마구잡이로 설립해 축재에 활용한 것으로 본다.

이런 다양한 혐의 한가운데 혁기 씨가 있다. 검찰은 계열사에서 빼돌린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유 전 회장의 차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포착했다. 400억 원이 넘는 허위 컨설팅 비용 중 절반가량을 혁기 씨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 전 회장의 사진 판매 금액이나 상표권 사용 수수료 등을 합치면 혁기 씨에게 돌아간 몫이 가장 크고, 유 전 회장은 자녀들보다 적게 가져갔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수사 정황이다.

검찰은 국내에 있는 대균 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미루고 미국에 체류 중인 혁기 씨에게 최근 3번째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혁기 씨가 130여 개 계열사의 돈을 빼내 유 전 회장 일가로 보내는 데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고 본다. 유 전 회장이 지시하면 혁기 씨를 포함한 회사 고위 관계자, 즉 ‘부회장 그룹’이 계획을 짠 뒤 실무진에게 실행하게 했다는 것. 수십 개 계열사의 돈이 유 전 회장과 장·차남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 ‘SLPLUS’ ‘키솔루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을 거쳐 유 전 회장 일가로 들어간 과정은 정밀한 설계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은 경영과 신앙의 계승자로 차남을 점찍은 뒤 교회와 회사 돈으로 상속 및 후계 구도를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수사 속도 조절하는 까닭

그러나 혁기 씨는 최근 국내의 유 전 회장 측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끊어 사실상 잠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혁기 씨가 국내에 있는 일가와 회사 관계자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측으로부터 ‘검찰이 법 절차대로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함께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협조를 받아 혁기 씨의 소재 파악과 강제 소환 방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혁기 씨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한미 당국의 공조로 여권을 무효화하면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범죄인인도청구 재판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추방될 수 있다. 검찰이 경기 안성 금수원에 있는 유 전 회장과 대균 씨를 바로 불러들이지 않고 유 전 회장 측근들 수사에 집중하는 데는 여러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10여 년 유 전 회장의 지근거리에 있던 측근 그룹은 혐의를 쉽게 시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집단 특유의 충성심에서 비롯한 말 맞추기와 증거 인멸을 줄이기 위해 측근들을 먼저 구속해 수사하는 것이 수사 전략상 효과적이라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수사 속도를 조절하며 측근과 가족을 하나 둘씩 잡아들이는 게 유 전 회장을 압박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이 같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법행위로 축적한 재산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납하는 수순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정관계 로비 창구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채규정 대표를 피의자로 정조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범죄 혐의나 숨겨진 재산을 이 잡듯 찾아낸다고 해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5월 8일 과적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무시하거나 방치해 세월호를 침몰시켜 많은 승객을 숨지게 한 혐의로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를 체포했다. 김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선박안전법 위반 등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구속되면 사고 원인과 관련해 청해진해운에서만 상무 김모(62) 씨와 해무이사, 물류팀 부장과 차장에 이어 5번째 사법 처리인 셈이다. 한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김 대표를 상대로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의 수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은 물론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 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4.05.12 937호 (p20~22)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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