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3

2014.04.14

‘웹’은 열려 있다, 고로 진화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 담는 도구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지향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naver.com

    입력2014-04-14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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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은 열려 있다, 고로 진화한다
    채윤의 ‘종이’,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안토니오 무치의 ‘전화기’.

    이것들은 모두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발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이에 버금가는 발명이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9년 4월 12일,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버너스리는 어느 날 ‘여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보관한 문서를 연결해 공유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개념도를 한 장의 메모에 담았다. 그의 상사였던 마이크 센달(Mike Sendall)은 이 메모를 보고 외쳤다.

    “막연하지만 재밌네(Vague but exciting).”

    메모지에 남긴 그의 생각은 세상을 변혁한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그 메모지를 기반으로 해 하나의 서비스가 탄생됐다. 그것이 바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웹)’이다.



    세상을 하나로 묶은 위대한 발견

    ‘웹’은 열려 있다, 고로 진화한다

    웹 창시자 팀 버너스리가 구상한 초기 웹 개념도.

    공자는 서른 살을 ‘이립(而立)’이라 칭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기반을 닦는 시기라고 했다. 아직 스물다섯에 불과한 웹은 기반을 닦는 것을 초월해 이미 세계를 지배하는 듯하다. 웹은 인류 역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세상을 하나로 묶었다.

    버너스리가 처음 웹을 제안했을 때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용어 대신 고려했던 후보들은 ‘정보 그물망(Information Mesh)’ ‘정보의 보고(The Information Mine, Mine of Information)’ 등이었다. 이 용어들이 바로 웹 개념을 그대로 담고 있다. 웹을 풀어 설명하면, 인터넷으로 연결한 컴퓨터들(정보 그물망)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정보 공간(정보의 보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정보가 서로 연결된 것을 의미한다.

    웹은 흔히 인터넷(Internet)과 혼용돼서 쓰이는데,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인터넷은 컴퓨터 간 네트워크를 뜻하고, 웹은 그 인터넷상에서 정보가 얽힌 무형의 정보 네트워크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상위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웹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웹은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수많은 서비스를 통해 인류와 세계 모습을 바꿔놓았다. 25년간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했고 인간의 또 다른 삶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초기 웹은 문자메시지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AOL(American Online)이 출시한 웹 메일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AOL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짧은 시간 안에 수백만 명을 가입자로 두면서 웹이 주류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게 했다.

    ‘인터넷 서핑’ 또 다른 혁명

    또한 도처에 있는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화해 널리 공유할 수 있게 했다. 1991년 웹캠 개발로 영상까지 디지털화했다. 웹캠은 멀리 떨어진 커피메이커에 커피가 다 내려졌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케임브리지대 연구원들의 ‘귀차니즘’ 덕에 개발됐다. 당시 웹캠 기능은 129×129픽셀에 초당 1매를 촬영하는 수준이었다. 현재는 300만 화소(2048×1228픽셀)에 초당 30매 촬영이 기본이다.

    이듬해인 1993년에는 웹이 지금의 영향력을 갖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CERN이 웹 기술을 세계에 무료로 기부한 것이다. CERN은 저작권을 주장하지도, 사용료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CERN의 무료 기술 공개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기적에 가까운 업적을 남겼다.

    전 세계에서 개발자와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이용이 확대되고 ‘인터넷 서핑’이라는 용어가 퍼질 정도로 널리 알려지면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웹과 비즈니스의 접목이다. 시작은 1994년 피자헛에서였다. 신기술에 발 빠르게 대처하던 피자헛은 94년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최초로 구축했다. 첫 번째 주문은 버섯과 치즈를 추가로 넣은 라지 사이즈의 페퍼로니 피자였다. 같은 해 야후가 등장하고 첫 배너광고가 나왔으며, 지금까지 인터넷 유저를 괴롭히는 스팸메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1995년에는 온라인 쇼핑 업체 아마존(Amazon)과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가 등장했다. 인터넷 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웹에 둥지를 튼 것이다. 이베이에서 처음 거래된 물건은 14.38달러짜리 고장 난 레이저 포인터였다. 제품 불량 사실을 알게 된 이베이 측에서 낙찰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재미있게도 그 구매자는 망가진 레이저 포인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95를 출시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탑재한 것도 바로 이 해다. ‘인터넷=IE’라는 인식이 퍼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후 1996년부터 98년 사이에는 오늘날 유무선 인터넷 환경의 기반이 되는 사업들이 등장했다. 노키아가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출시했고 검색엔진, 유튜브, 안드로이드로 웹을 장악한 구글도 이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9년에는 MP3 공유 서비스 냅스터(Napster)가 등장해 웹 비즈니스에 일대 변혁을 불러왔다. ‘무료 공유’ 콘셉트인 냅스터는 미국 대학생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서버가 자주 다운된다는 이유로 대학 기숙사에서 냅스터를 금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2003년 애플 아이튠즈(iTunes)가 등장하면서 음악 비즈니스의 불모지였던 웹에서도 기어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다.

    웹의 미래 ‘사물 인터넷’

    ‘웹’은 열려 있다, 고로 진화한다

    팀 버너스리(왼쪽)가 웹을 개발한 지 25년째, 웹이 우리 삶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이 되자 비즈니스 영역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소비 영역을 장악한 웹은 또 다른 영역에서 인간 생활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바로 ‘네트워킹’이다. 관계를 형성하고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인터넷은 오프라인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주도한 것이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다. 페이스북은 당시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던 마크 저커버그가 만들었다. 하버드대 학생만 가입할 수 있다는 묘한 우월감이 바탕이 됐는지, 만든 지 24시간 만에 가입자 수가 1200여 명, 3주 후에는 6000명을 넘어섰다. 이후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며 현재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리매김했다. 이보다 2년 후 등장한 트위터는 140자 단문으로 특히 정치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SNS를 확산하는 구실을 했다. 또한 2005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튜브는 온라인을 통한 미디어 시대를 활성화하며 영상스트리밍 서비스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데는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영향이 크다.

    여기에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로 시작한 스마트폰 대중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해소하며 게임 룰을 바꿔놓았다. 여기에 2008년 HTML5가 발표되며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까지 표현하고 제공할 수 있게 돼 웹은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기에서 쓰이게 됐다.

    웹은 세로 화면의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형태로 재탄생하며 인터넷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이에 빠르게 대응한 기업은 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다가오는 25년간의 문을 열고 있다.

    웹 생태계는 진화를 거듭하며 변화를 이뤄왔다. 과거 25년간을 뒤돌아보면 이는 분명 발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웹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즉 착용 가능한 전자기기가 가져올 변화는 향후 25년간을 이끌 첫 번째 주자로 꼽힌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란 단순히 전자기기를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신체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기를 말한다. 몇 년 전까지도 생소하게 여겨졌지만 스마트폰이 시장 성숙기에 들어서고 혁신이 더뎌지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차세대 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과 달리 사용자의 기존 디바이스와 연계 및 융합해 활용성과 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다. 올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글 글라스’가 대표적이다.

    웹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사소한 일상까지도 데이터화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속에서 개인은 데이트나 취직 면접부터 전문적 네트워킹, 스파이 행위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 건강 관리와 개선을 도와주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이다. LG전자가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발표한 ‘라이프밴드 터치’는 그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단초다. 이는 손목밴드 형태로 운동량,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웹’은 열려 있다, 고로 진화한다

    웹 생태계는 진화를 거듭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필연적으로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키워드와 연계된다. 이는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삽입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기기와 공유하면서 상호작용하도록 만든 지능형 네트워킹을 의미한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이를 감지해 커튼을 자동으로 젖힌다거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의 스마트 신발과 통신해 자동적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하게 하는 것이 그 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류가 상상해온 모든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사물 인터넷은 웹의 향후 25년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손꼽힌다.

    미래 25년간 웹은 초소형 기기들을 통해 우리 생활체계를 에워쌀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H2H)에서 사람과 기계(H2M), 그리고 기계와 기계(M2M)를 연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웹은 인간의 삶 속에 더 녹아들 것이다.

    하지만 웹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웹 개방성이다. 개방성은 사용자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웹사이트 정보를 접할 수 있는지를 뜻한다. 4월 9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웹 분야 세계 최대, 최고 권위의 학술행사 ‘2014 국제 월드와이드웹 콘퍼런스(WWW2014)’에서도 이에 관련한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개방성, 정보 격차 문제는 풀어야

    행사에 참여한 버너스리는 “지난 25년간 웹이 발전한 원동력은 ‘개방성’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와 거대 기업들이 웹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경우 웹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픈소스(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 제작자의 권리를 지키면서 원시 코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한 것) 같은 개방적 시스템을 일반 사용자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보 격차다. 정보 격차는 교육 및 소득 수준, 지역 등의 차이로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에서 차별이 발생해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가 인터넷을 통해 심화해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서 SNS는 박탈감을 부추기고 증폭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 세계 20% 정도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 수 증가만큼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얼마나 부담 없이 웹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버너스리는 이날 행사에서 “웹의 접근성 문제나 경제력 차이로 인터넷 정보 격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정보 취합 능력을 갖춘 부모의 자녀만이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용학 연세대 사회과학대 학장도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하면 또 다른 정보 격차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뷰 | WWW2014 학술대회장 정진완 KAIST 교수

    “더욱 지능적이고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할 것”


    ‘웹’은 열려 있다, 고로 진화한다

    정진완 KAIST 교수

    웹 분야 세계 최대, 최고 권위의 학술행사 ‘2014 국제 월드와이드웹 콘퍼런스(WWW2014)’가 웹 개발 25주년을 맞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4월 9일부터 닷새간 열렸다. 학술대회장인 정진완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이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진행하는 데 핵심 구실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WWW2014 개최 배경 및 의의는?

    “정보기술(IT) 및 전산 분야의 빠른 기술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웹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대회를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했다. 웹 분야의 첨단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저명한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해 국제적인 기술교류와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발표 지원자 수와 경쟁률은 어땠나.

    “다양한 학술 트랙이 있었으나 이 가운데 대표적인 연구 트랙에서 논문 640여 편이 투고돼 약 13%인 84편이 승인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요즘 많이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이것의 기반이 되는 그래프 관련 주제가 많았다.”

    급변하는 IT 환경과 업계 특징을 생각하면 웹에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 속에서 SNS는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나.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SNS는 모바일 SNS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사용자 위치와 프로파일을 사용한 더욱 지능적이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웹을 둘러싼 보안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산학관연이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 현재 암호화 방식이 학계에서 연구한 공개 키 암호방식(RSA)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해 방안을 마련하고, 산업체에서 이를 제품화하며, 정부에서 관련법을 제정하는 한편 연구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웹과 관련해 현재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부에서 웹 분야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웹 분야 교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대학에 학사 조직을 만드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등에서 창의성을 살릴 수 있도록 규제 철폐와 지원을 한다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웹의 향후 25년간에 대한 전망은?

    “웹은 앞으로 지능적이고 더 개인화되며 속도와 정확성이 현저히 개선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술적, 사회적, 예술적, 경제적 측면이 융합한 문제해결 방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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