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1

2014.01.13

아프리카TV 별~별 요지경

별일 아닌 ‘일상 방송’ 영향력 확대…‘별풍선’으로 9개월 새 3억 원 번 BJ도 있어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1-13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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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TV 별~별 요지경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가 최근 ‘먹방’ ‘관찰방송’ 등 트렌드를 선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상 모든 꿈을 생방송하는 곳’ ‘실시간 영상으로 소통하는 소셜미디어플랫폼’ ‘세계 최초, 세계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

    2013년 12월 17일 열린 ‘2013 아프리카TV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진행자가 아프리카TV를 소개한 수식어다. ‘세상 모든 꿈’ ‘생방송’ ‘실시간 영상’ ‘소통’ ‘세계 최대’ 등의 키워드는 아프리카TV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준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출범한 이 온라인 개인방송 사이트는 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며 나날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 말 현황을 보자. 매일 수많은 BJ(Broadcasting Jacky·방송진행자)가 채널 약 10만 개를 열고 평균 38만 명, 최고 77만 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이 채널들을 즐긴다. 방송 주제는 정치·사회 이슈부터 게임, 춤,스포츠 등 분야를 망라한다.

    군 복무 시절 취사병이었던 BJ 최지환 씨(닉네임 ‘요리왕 비룡’)는 당시 경험을 살려 국군 활동복 차림으로 음식을 만들고 이를 먹는 모습을 방송한다. 택시기사 BJ 임이택 씨(닉네임 ‘e택시’)는 자신의 택시 안에 아프리카TV 전용 캠코더를 설치하고 승객과 대화를 나누며 운행하는 풍경을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아프리카TV 별~별 요지경
    밥먹는 모습부터 동네 산책까지 공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그대로 공개하는 BJ도 많다. 한 방송 채널에 접속하자 BJ가 마트에서 간단한 안줏거리와 술을 고른 뒤 사들고 집에 들어와 친구와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모니터에 흘러갔다. 아프리카TV 홍보팀 안세림 과장은 “예전에는 연예인같이 특별한 사람만 방송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TV에선 누구나 BJ가 돼 방송 채널을 만들고 자기 감정과 욕구를 전달하며 시청자와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러한 ‘일상 방송’은 더욱 늘고 있다. 많은 BJ가 자신의 밥 먹는 모습, 집에서 빨래 개는 모습, 동네 산책하는 모습 등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실시간 공개한다. 2013년 방송가에 유행한 ‘관찰예능’과 ‘먹방’ 열풍이 여기서 출발했다.

    2014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발표된 뒤부터는 ‘공부방송’이 또 다른 유행으로 부상했다. 수험생들이 2015학년 수능까지 함께 공부하자는 의미로 자신의 공부 모습을 생중계하기 시작한 것. BJ가 책상 위에 스톱워치를 올려놓고 하루 누적 공부시간을 공개하면 시청자도 자신의 공부시간을 게시판 등에 올리며 서로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최초로 ‘공부방송 시청자’를 공개 모집한 한 BJ의 방송은 시작 15일 만에 누적 시청자 수 16만여 명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물론 방송만 한다고 곧 뜨거운 반응이 따라오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TV 전체 채널 중 40% 정도는 시청자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BJ들은 채널을 만들고, 대중은 마음에 드는 제목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에 ‘접속’한다. 그 과정에서 2013년 아프리카TV 게임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BJ 양지영 씨(닉네임 ‘양띵’)처럼 채널을 열 때마다 수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고 애청자가 82만 명에 이르는 인기 BJ도 탄생한다.

    아프리카TV 별~별 요지경

    아프리카TV에서 스스로 5수생이라고 밝힌 BJ가 내보내고 있는 ‘공부방송’ 화면. 이 BJ는 자신의 책상 위에 스톱워치를 두고 하루 공부시간을 시청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는 플랫폼도 성장 일로다. 최근 아프리카TV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0만 건을 돌파했다. “세상 사람은 아프리카TV 앱을 다운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프리카TV의 2013년 3분기 영업이익도 12억7000만 원으로 전분기 대비 34% 늘었고, 매출은 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전분기 대비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TV라는 이름조차 낯설게 여기지만, 요즘 10~30대에게 이 사이트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와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방송 플랫폼이다.

    아프리카TV라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 서비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5년 5월, 정보기술(IT)기업 나우콤이 비공개 시범 서비스 ‘W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나우콤은 1992년 ‘나우누리’라는 PC통신 브랜드를 출범한 우리나라 1세대 IT기업. 안세림 과장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블로그가 소셜네트워크 수단으로 한창 유행하고,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열풍이 일었다. 머지않아 동영상이 사진과 텍스트 자리를 대체하리라 보고 ‘동영상 블로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온라인 개인방송 사이트를 창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 가장 북적

    ‘아프리카’라는 이름은 이듬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때 붙였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짜 방송(Any FREE CAsting)’을 뜻하는 단어의 머리글자를 연결한 조어이면서, 다양한 부족 문화가 살아 있는 아프리카대륙처럼 다양한 개인방송이 한데 모인 미디어를 지향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당시 기획자 7~8명이 조촐하게 운영하던 이 사이트는 나날이 성장했고, 2012년엔 약 490억 원이던 회사 매출 절반을 담당하는 수준이 됐다. 급기야 나우콤은 2013년 3월 사명을 아예 아프리카TV로 바꿨다. 이제 아프리카TV는 신개념 개인방송 서비스 이름이면서,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TV가 이처럼 급성장한 비밀은 뭘까. 현재 개인이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플랫폼은 아프리카TV 외에도 유튜브, 판도라TV, 다음TV팟 등 여러 개 있지만 아프리카TV에는 이들과 다른 특유의 ‘커뮤니티 문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11년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시작한 뒤 2년 만에 누적 시청자 3300만 명을 모은 ‘먹방’ BJ ‘더디바’의 최근 방송은 그 힘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다. 날씬하고 청순한 외모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식욕으로 유명한 ‘더디바’는 2013년 12월 아프리카TV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MBC TV ‘컬투의 베란다쇼’(베란다쇼)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꽃등심 1kg, 된장찌개 1인분, 물냉면 1인분, 비빔냉면 1인분을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장면을 녹화한 ‘더디바’는 베란다쇼 방송 당일 아프리카TV에 자신의 채널을 열고, 시청자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 도중 부모에게 축하전화가 걸려오자 스스럼없이 통화하고, 국수와 치킨을 ‘흡입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시청자 또한 실시간 채팅창에 ‘공중파 입성 축하’ ‘역시 아름다우세요’ 등의 코멘트를 올리며 그의 ‘성공’을 함께 기뻐했다. 시청자에게 ‘더디바’는 스타인 동시에 친구처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2년 기준으로 약 454만 가구. 전체 가구의 25.3%다. 일상에서 홀로 밥을 먹고, 홀로 TV를 보는 이들은 아프리카TV를 통해 비로소 대화 상대를 만난다. BJ가 먹는 음식을 같이 먹고, BJ가 보는 TV를 함께 보며 실시간 채팅으로 공감을 나누는 것. 요즘 아프리카TV가 가장 북적이는 때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지는 시간이다. 특히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추신수의 경기가 있을 때는 모바일 앱의 하루 이용자 수가 150만 명 이상으로 치솟는다.

    아프리카TV는 시청자가 마음에 드는 BJ에게 ‘별풍선’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를 더욱 부추긴다. ‘별풍선’은 일종의 후원금으로, 개당 110원이다. 시청자가 아프리카TV에서 별풍선을 구매해 마음에 드는 BJ에게 보내면, BJ는 500개 단위로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이때 수익은 아프리카TV와 4대 6 비율로 나눈다. 즉 세금을 제한 별풍선 가격 100원 가운데 60원이 BJ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BJ가 방송 실력과 인기를 인정받아 ‘베스트 BJ’가 되면 별풍선 수익의 70%를 받게 된다.

    인지도와 경쟁력 강화 전략

    별풍선을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방송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는 방송이 재미있거나 실용적일 때 자발적으로 별풍선을 보내며 BJ와 소통하는 재미를 느낀다. 공감도가 높을수록 별풍선 개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BJ도 시청자와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쓴다. ‘먹방’ BJ들은 실시간 채팅창에서 대중이 요구하는 메뉴를 주문해 먹고, 상당수 BJ는 시청자가 보내온 사연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보이는 라디오’ 형태로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3년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을동 의원은 한 BJ의 경우 1~9월 번 별풍선 수입이 3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연간 별풍선 수입이 1억 원이 넘는 BJ가 수십 명이며, 아프리카TV 매출의 75%도 바로 이 별풍선이 차지한다.

    문제는 ‘별풍선=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높은 수입을 원하는 이들이 더 많은 별풍선을 받으려고 선정적인 채널을 만들 수 있다는 점. 실제로 일부 BJ의 노출방송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관리자 50여 명이 3교대로 24시간 내내 모든 채널을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많을 경우 7000개 채널이 동시에 열리는 플랫폼 특성상 모든 프로그램을 필터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BJ와 시청자의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모니터링과 별개로 신고제도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BJ 교육도 한다”고 밝혔다. 문제를 일으킨 BJ에게는 영구 접속금지, 방송정지 같은 제재도 가한다고 한다.

    아프리카TV가 직면한 또 하나의 위기는 경쟁 확산이다. CJ E·M은 최근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면서 온라인에서 유명한 개인방송 제작자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대표 BJ 양지영 씨와 손잡고 2013년 8월 ‘양띵 in me’라는 스마트폰 전용 앱을 출시했고, 최근엔 또 다른 아프리카TV 인기 BJ 나동현 씨(닉네임 ‘대도서관’)의 방송 콘텐츠를 담은 ‘대도서관 in me’도 내놓았다. 미모의 여성 BJ를 앞세운 이른바 ‘여캠’ 방송 등으로 회원 수를 확대하는 군소 개인방송 플랫폼도 나날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자기 표현과 소통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아지는 만큼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TV가 택한 전략은 인지도와 경쟁력 강화다. 2013년 12월 글로벌 기업 구글과 동영상 콘텐츠 유통에 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아프리카TV에서 생산한 게임, 스포츠, 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동영상 콘텐츠를 유튜브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다. 또 최근 모바일게임 플랫폼 ‘게임센터’를 오픈해 BJ와 시청자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세계 최초 개인방송’ 시대를 연 아프리카TV가 지금까지의 승승장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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