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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알카에다 프랜차이즈’…중동 먹구름

본부 중심에서 지역별 생존과 지하드…美-이란 ‘적과의 동침’으로 맞서

  • 김기용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kky@donga.com

‘알카에다 프랜차이즈’…중동 먹구름

중동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al-Qaeda)가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은거하던 알카에다 핵심 세력은 미국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완전히 와해됐다. 알카에다를 창설한 오사마 빈라덴도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 주검은 수장됐다. 알카에다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형태로 부활하고 있다.

알카에다가 악명을 떨친 첫 번째 테러는 1998년 8월 7일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주재 미국대사관을 겨냥한 차량폭탄공격이었다. 두 사건으로 22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4000여 명이 다쳤다. 이어 미국 심장부 뉴욕에서 3000여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9·11테러를 일으키며 악명은 정점에 올랐다. 분노한 미국은 테러 발생 26일 만에 전쟁에 나섰고, 10년 만에 빈라덴을 사살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가 ‘알카에다 1.0’ 시대다.

하부조직 활동 강화 ‘2.0’시대

빈라덴 사후 알카에다는 본부 중심의 운영 방식을 버리고 각 지역별로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다. 이른바 ‘알카에다 2.0’ 버전이다. 빈라덴의 후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비디오나 육성메시지 등으로 알카에다에 ‘이슬람 지하드(성전)’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자와히리가 빈라덴만큼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그 대신 알카에다 내에서는 철저한 ‘분화’라는 새로운 생존법이 나타났다. 알카에다라는 브랜드 아래 아프리카, 중동 등 각 지역별 하부조직 활동이 강화된 것이다.

분화하는 알카에다에 맞서려고 중동의 국제정치 지형도 변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단절된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나섰다. 특히 이라크 상황을 둘러싼 두 나라 행보는 완연한 해빙 무드다. 이란을 동원해 이라크에서 ‘힘의 공백’을 틈 탄 알카에다의 준동을 막으려는 미국 측 목표와 이라크에서 자신과 종파가 같은 시아파 정부를 안정적으로 세우려는 이란 측 목표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란은 수니파인 알카에다와 적대적 관계다. 결국 알카에다는 미국과 이란의 ‘공공의 적’인 셈이다.



이란은 최근 이라크 내 알카에다 연계 반군과 싸우는 이라크 정부군에 군사 지원 의사를 밝혔다. 알카에다 연계 세력인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팔루자와 라마디를 장악하면서다.

두 도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수니파 저항군이 가장 치열하게 저항했던 곳이다. 당시 이곳에서 미군 5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심했다. 이곳이 알카에다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은 10년간 군비 1조 달러와 4000여 명의 인명 피해를 감수한 미국으로선 허무한 결과다.

이란-이라크도 군사교류 시작

‘알카에다 프랜차이즈’…중동 먹구름
미국은 최근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란에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1월 22일 재개하는 시리아 평화회담(제네바2)과 관련해 “이란이 공식적으로 참가하진 못해도 측면에서 시리아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이란이 이 제안을 “존엄에 걸맞지 않다”고 거절해 무산되긴 했지만, 미국이 시리아 사태 해결의 로드맵에서 이란 측 지분을 인정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월 6일 “미국과 이란이 공통 접점에 다가가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NYT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로 최근 이란과 미국 관계를 요약하기도 했다. 미 군사전략지 ‘스트랫포’는 한발 더 나아갔다. 1월 5일 ‘전략적 역전 : 미국·이란·중동’이란 글에서 “루스벨트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스탈린의 소련과 협상하고, 닉슨이 마오쩌둥의 중국과 수교했듯 향후 10년간 더 위험한 세력을 상대하려면 이란과 전략적으로 동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ISIL과 싸우는 이라크 정부에 무기 판매와 공급도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르면 봄까지 헬파이어 미사일을 추가로 넘겨주고 몇 주 이내로 스캔이글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10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까지 레이븐 정찰 UAV 48대와 벨 IA-407 헬리콥터 3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1980년부터 8년 동안 전쟁을 지속한 이후 이렇다 할 관계 회복 조짐이 없던 이란과 이라크도 알카에다라는 공동의 적을 앞두고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하마드 헤자지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알카에다 연계 세력인 ISIL과 전쟁을 벌이는 이라크를 위해 군 장비와 군사 자문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헤자지 부사령관은 1월 5일 이란 관영 뉴스통신 IRNA에서 “이라크가 요청한다면 병력을 제외한 군 장비 지원과 자문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군사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1988년 종전 이후 처음이다. 전쟁 당시 이란은 시아파, 이라크는 수니파가 집권했지만, 현재는 이라크에서도 시아파 정부가 집권 중이라는 점도 관계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라크 정부군은 ISIL에 빼앗긴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 등을 재탈환하려고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정부군에 대항하는 반군 내에서 서로 전쟁이 벌어졌다. 반군 내 알카에다 세력이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해하는 극단주의적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알카에다가 시리아 내전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만들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 내전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고 서방이 지지하는 세속주의 반군과 온건 이슬람주의 반군, 쿠르드족 반군, 알카에다 연계 반군 등 4대 세력이 연대해 공동전선을 펴는 구도로 전개돼왔다. 그러나 한편이던 반군 내에서 적전 분열이 일어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하고 위험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반군 對 반군 싸움

AFP통신에 따르면 1월 3일부터 이틀간 시리아 서북부 알레포와 이들리브 등에서 알카에다 연계 반군인 ISIL이 다른 반군 세력과 교전을 벌였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이번 교전으로 ISIL 조직원 36명이 목숨을 잃었고 100여 명이 체포됐다.

이번 교전은 ISIL이 장악한 시리아 알레포에서 반군 소속 의사를 ISIL가 고문한 후 살해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시민들이 의사 사망과 관련해 항의 시위에 나섰고, ISIL이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다른 반군 세력이 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교전으로 알카에다 연계 반군과 다른 반군 세력 간 새로운 전선이 형성됐다.

그동안 알카에다 세력은 반군 내에서도 눈엣가시였다. 미국 등 서방은 지원한 무기가 이들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반군의 ‘살상무기’ 지원 요청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 결과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킬 기회를 잃고 반군 내 알카에다 세력의 입지만 강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알카에다 반군은 장악 지역을 넓히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온건파 반군의 무기고를 탈취하기도 했다.

시리아 최대 반군연합체인 시리아반군연합(SNC)은 1월 1일 성명을 통해 “ISIL이 테러리스트 정권과 긴밀히 연계해 알아사드 대통령 패거리의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복무한다고 믿는다”며 사실상 알카에다 반군을 적으로 돌렸다. SNC는 ISIL이 내전에서 시리아 정권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다른 반군 세력과 민간인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3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13만 명이 숨졌다. 앞으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알카에다가 불타는 시리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알카에다 2.0’은…

정국 혼란한 지역에서 개별 테러


최근 중동의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말리 등 정국이 혼란한 지역에는 반드시 알카에다의 ‘프랜차이즈 조직’이 준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이 사망할 때까지 알카에다는 단일대오 아래 테러를 벌였다. ‘알카에다 1.0’ 버전이다. 그러나 이제는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테러에 나선다. 지역에 따라 테러단체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테러를 벌인 후에는 꼭 알카에다를 내세운다. 알카에다 브랜드만 이용해 테러를 벌이는 이른바 ‘알카에다 2.0’이다.

이라크에서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알카에다 연계 세력이다. ISIL은 1월 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바로 옆 팔루자와 라마디를 점령하면서 위세를 떨쳤다. ISIL은 로켓포 등으로 무장했으며, 이들 공격으로 정부군은 완전히 퇴각해 외곽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전으로 하루에만 100명 이상이 숨져 최근 몇 년 사이 일일 최다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수니파인 ISIL은 미군이 철수한 2011년 말 이후 세력 확장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무장 병력 1만200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ISIL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최소 9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ISIL은 현재 시리아에서도 반정부군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극단주의적 면모를 보이면서 ‘반군 내 반군’으로 전락해 최근 반군끼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3대 이슬람 무장 세력이 알카에다와 연계해 활동한다. 아프리카의 3대 이슬람 무장조직은 말리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와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그리고 나이지리아가 근거지인 ‘보코하람’이다.

AQIM은 알카에다의 아프리카 북부지부로 알려졌다. ‘마그레브’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해가 지는 땅’이란 뜻이며 나일 강 서쪽 지역을 통칭한다. 조직원은 1100여 명 정도로 비교적 적은 규모로 추정되지만, 말리에 이슬람국가를 건설하려는 1만 명 규모의 반군 ‘안사르딘’을 배후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QIM은 말리 북부 전역을 장악했다가 지난해 1월 프랑스와 말리 정부군에 쫓겨났으나 일부 도시를 되찾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알샤바브는 지난해 9월 69명이 숨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를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2년 결성된 알샤바브는 아랍어로 ‘청년’이라는 뜻이며, 조직원은 최대 7000명으로 추정된다.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다’라는 의미의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요베 주가 은거지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9일 이 지역 농업대 기숙사에 난입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면서 5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들은 알카에다로부터 테러에 관한 전략 전술을 지도받으며, 폭탄 제조에 관한 노하우도 전수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 외에도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핵심 조직과 연계 단체, 동맹 단체 등은 전 세계 65개국 300여 개에 달한다.
‘알카에다 프랜차이즈’…중동 먹구름




주간동아 2014.01.13 921호 (p44~46)

김기용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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