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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칵테일 | 진토닉

깔끔한 열대 느낌…파티의 감초

주드 로 주연 ‘알피’에서 주인공의 공허감 상징적 표현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깔끔한 열대 느낌…파티의 감초

영화 ‘알피(Alfie)’는 찰스 샤이어 감독의 2004년 작품으로, 1966년 제작된 동명의 영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나를 책임져, 알피’라는 제목으로 2005년 개봉했다. ‘알피’는 전형적인 B급 영화로, 주인공 알피(주드 로 분)가 카메라를 보며 내레이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주드 로의 끼 넘치는 남성미에 크게 의존한다.

20대 후반인 알피는 돈과 여자를 쫓아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건너온 영국 출신 바람둥이다. 여자를 옮겨 다니며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는 그는 어떤 여자든 자신에게 책임이나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곧 그녀를 떠나버린다. 그가 중국인이 경영하는 작은 리무진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도 쾌락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기본 생계대책일 뿐이다.

진+토닉워터 간단한 레시피

영화 전반부는 시종 알피의 여성 편력과 거기에서 비롯한 온갖 우여곡절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알피는 여러 일이 계기가 돼 복잡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 생활을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피는 리무진 회사를 찾아온 50대의 리즈(수전 서랜던 분)라는 여자 손님을 만난다. 그녀는 나이보다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를 지닌 돈 많은 여자였다. 한눈에 자기의 작업 대상임을 알아차린 알피는 새 생활에 대한 다짐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만다.

호화 아파트에 사는 리즈는 과거 남편 둘이 모두 의문사한 전력이 있다. 어쨌든 알피와 리즈는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알피는 리즈가 자기에게 단단히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마 후 알피가 꽃을 들고 리즈를 찾아갔을 때 그는 리즈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책임지거나 누군가에게 속박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녀에게 새 남자가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 알피는 그녀에게 그 남자가 자기보다 나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한다. 그러자 리즈는 냉정하게 대답한다. “그는 너보다 젊어”라고.

알피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자신이 수많은 여자에게 했던 일이 그대로 자신에게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지금까지 많은 여자가 자신에게 보여준 사랑과 호의에 대해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러면서 알피는 자신이 만났던 여자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며 진정한 삶의 목적에 대해 스스로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독백한다. “과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깔끔한 열대 느낌…파티의 감초

영화 ‘알피’ 포스터.

이 영화에는 마티니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칵테일이 하나 등장한다. 각종 파티의 감초이자 대중적으로 유명한 칵테일 가운데 하나인 ‘진토닉(Gin · Tonic)’이 그것이다. 영화에서는 알티가 단골 나이트클럽을 찾아갔을 때 바텐더에게 ‘G·T’를 달라고 주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G·T’가 바로 진토닉의 약자다. 미국에선 약간의 멋을 부리려고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이어서 알피는 테이블에 앉아 두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데, 이때 알피 앞에 주문한 진토닉 잔이 놓여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진토닉은 널리 알려진 칵테일이지만, 정작 다른 영화에선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아마도 진토닉이 외견상 별로 아름답지 않고 또 영화 장면을 빛낼 만한 별다른 특징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진토닉은 진과 토닉워터를 섞은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를 가진 칵테일이다. 만들기도 쉬워서 사각얼음을 넣은 일반 하이볼 잔 또는 온더록 잔에 적당한 비율로 진과 토닉워터를 넣으면 된다. 진과 토닉워터 비율은 1대 1로 시작해 자기 취향에 맞게 1대 2, 1대 3, 2대 3 정도로 적당히 진 농도를 낮춰나간다. 일반적으로 1대 2 비율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장식은 레몬이나 라임 조각을 잔 안에 넣는 것이 원칙이지만, 진토닉의 캐주얼한 성격상 굳이 장식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영화에서도 별다른 장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진토닉은 이처럼 제조 방법이 간단한 데다, 깔끔한 맛에 청량감이 뛰어나 국내에서도 각종 파티 리셉션 등에서 단골로 제공하는 대표적인 칵테일로 자리 잡았다.

진토닉에 사용하는 토닉워터는 19세기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키니네를 함유한 탄산수를 말한다. 토닉워터는 이 키니네 성분 때문에 원래 아프리카나 아시아 남부지역에서 말라리아 예방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키니네는 그 특성상 쓴맛이 아주 강한 물질이다. 그래서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 인도에 근무하던 영국 군인을 중심으로 토닉워터 맛을 더 부드럽게 만들려고 솔잎향이 나는 진을 첨가해 마시기 시작한 것이 바로 진토닉의 유래가 됐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술 사용

깔끔한 열대 느낌…파티의 감초

영화 ‘알피’에 등장하는 ‘에그노그’ 칵테일.

오늘날 토닉워터는 과거보다 키니네 함량이 훨씬 적어 더는 의학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토닉만큼은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런 진토닉의 인기 때문에 진 대신 보드카나 테킬라를 넣은 보드카토닉이나 테킬라토닉도 함께 인기를 누린다. 진토닉은 청량감 있는 맛에, 과거 열대지방에서 주로 음용되던 이미지 때문에 여름에 특히 인기가 높지만, 사실 사철 어느 때 마셔도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다.

영화 ‘알피’에는 진토닉 외에도 흥미 있는 칵테일이 하나 더 등장한다. 바로 ‘에그노그(Eggnog)’다. 에그노그는 이름 그대로 달걀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칵테일로, 우리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선 크리스마스나 신년 시즌에 많이 음용한다. 에그노그는 우유, 설탕, 생달걀, 향료를 섞어 만든다. 우유 대신 크림을 사용하기도 한다. 달걀은 충분히 휘저어 혼합하고, 향료로 계핏가루 또는 육두구(nutmeg) 가루를 쓴다. 이대로 마시기도 하지만, 보통 여기에 알코올 성분을 섞어 마신다.

칵테일은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위스키, 브랜디, 럼 등 여러 가지 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영화에도 알피가 사귀는 여자와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가서 에그노그 두 잔을 들고 와 그중 한 잔을 여자에게 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알코올 도수가 강한 에그노그일 거야(Maybe it’s the heavily spiked egg nog)”라고 말한다.

다시 진토닉으로 되돌아오면, 이 칵테일은 어쩌면 영화에서 보이는 알피의 전반적인 이미지와는 그렇게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외관상 화려하거나 그다지 유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영화에서 수시로 새 출발을 다짐하다 결국 “과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하며 강한 공허함을 한탄하는 그에게 이만큼 어울리는 칵테일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주간동아 2014.01.13 921호 (p78~7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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