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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거리에 가면 ‘혼돈의 매력’ 숨 쉰다

정신 쏙 빼놓는 소음에 뒤죽박죽 무질서…한 번 경험해보니 자꾸만 생각나

  • 장인석 자유기고가 jis1029@naver.com

인도 거리에 가면 ‘혼돈의 매력’ 숨 쉰다

인도 거리에 가면 ‘혼돈의 매력’ 숨 쉰다

1 델리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인 파하르간지 풍경.

여행의 진수는 거리를 하염없이 걷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해서 나는 낯선 곳을 여행하면 먼저 걷기부터 한다. 천천히 느긋하게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낯설고 기이하고, 그래서 내가 새로운 세상에 온 것을 새삼 실감한다. 글씨를 모르면 어떻고, 만나는 이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들 뭐 대수인가. 그냥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신기하니 여행을 하는 기분이 난다.

벼르고 별렀던 인도 여행. 델리에서의 첫날, 나는 으레 그렇듯 가벼운 복장으로 지도 하나 달랑 든 채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거리에 왜 그리 똥이 많은지, 쓰레기는 왜 또 그리 많은지 심상치가 않았다. 파하르간지는 델리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로, 서울 인사동이나 태국 카오산 로드 같은 곳이다. 하지만 거지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동냥을 구걸하고, 릭샤꾼들은 쉴 새 없이 내 옷깃을 건드리며 호객한다. 심지어 자칭 ‘가이드’라는 작자까지 나서서 말을 걸어대니, 발은 똥과 쓰레기를 피해야 하고 손은 악취를 참느라 코를 막아야 하는데, 귀까지 어지러우니 정신이 없다.

똥과 쓰레기, 사람들로 엉망진창

갑자기 비가 온다. 한바탕 쏟아대니 가뜩이나 엉망인 비포장도로 좌우 곳곳에서 흙탕물이 용솟음치기 시작하고, 도로는 홍수가 범람한 나일강 하류가 된다. 그 많던 똥과 쓰레기는 물과 뒤섞여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밟고 지나가는 물은? 그래서 똥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것인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人道)는 거의 없지만, 있다 해도 곳곳에 함정이 자리하고 쓰레기 등 걸림돌이 많아 차도 가장자리로 걸어야 한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와 험상궂은 버스, 나를 칠 듯 돌진해오는 오토 릭샤(소형엔진이 장착된 삼륜차로 인도의 수송 수단)의 행렬, 끊임없이 달려드는 사이클 릭샤(자전거에 의자를 붙인 것)는 한걸음 떼는 것을 두렵게 만든다. 게다가 경음기는 왜 그리 끊임없이 울려대는지 혼이 나갈 지경이다. 오토 릭샤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 그게 차라리 애교스럽게 보인다면 과장일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해외 고산등반을 할 때도 목숨을 걸지 않던 나지만 여기서는 별 수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으면 호텔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손을 들고 ‘사알짝’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기를 바라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도대체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몇 발자국 시도해보지만 나를 치려고 덤벼드는 차들 때문에 발걸음을 뒤로 물린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잘도 건넌다. 차에 치일 것 같아 소리를 지르려는데, 잽싸게 위기를 모면하고 저편으로 사라진다.

인도 거리에 가면 ‘혼돈의 매력’ 숨 쉰다

2 델리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매장인 셀렉트 시티워크.

인도에 적응하기 전까지 절대 가서는 안 될 곳이 있다. 바로 올드델리의 시장통인 찬드니 초크다. 사람 셋이 지나가면 꽉 찰 것 같은 비좁은 골목, 하늘이 보이지 않아 낮에도 어둡고 소와 개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며 어디서나 똥과 쓰레기가 골목길을 메운 곳이다. 워낙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보니 델리 사람 모두가 나온 것처럼 인산인해로, 이 아수라장에 물건을 운반하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후덥지근해서 비지땀을 흘리며 앞사람 뒤만 쫓아가는데 뒤에서는 빨리 가라고 계속 밀어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갑자기 행렬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고가는 오토바이와 사람의 행렬이 엉켜서 길이 막혀버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길이 뚫리지 않아 마침 옆길이 있기에 우회할 요량으로 그리 빠져나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미로. 하늘은 보이지 않고 나갈 길도 보이지 않는다. 왔던 길로 되돌아나갈 수도 없다. 미로를 빠져나오는 데 1시간 이상은 족히 걸렸다.

그 유명한 재래시장서 “악!”

인도 거리에 가면 ‘혼돈의 매력’ 숨 쉰다

3 델리 거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걸인이 도로에서 잠을 자고 있다. 4 인도인의 아침식사인 푸리. 튀김 종류다.

올드델리라서 그런가 싶어 서울 명동이랄 수 있는 코노트 플레이스로 가봤다. 멋진 쇼핑센터가 보이고 분위기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다. 사람들의 인상도 찬드니 초크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은 많고, 릭샤도 많으며, 말을 거는 거지나 사기꾼도 많다. 어디를 가나 복잡하고 끊임없는 차량 행렬 때문에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나는 첫날부터 기진맥진해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뻗어버렸다.

일단 도보여행은 포기하기로 하고 가까운 곳은 릭샤를, 좀 먼 곳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인도에도 택시가 있지만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일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사이클 릭샤는 4km 이내에 유용하고, 오토 릭샤는 좀 먼 거리를 갈 때 유리하지만 릭샤를 타려면 아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흥정이다. 오토 릭샤는 미터기가 있긴 하지만 전혀 소용없으며, 특히 외국인에게는 내국인보다 몇 배의 요금을 더 달라고 한다. 유적지 입장료를 내국인보다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50배까지 받는 곳이다 보니 릭샤꾼들도 정부 방침에 적극 편승하는 모양이다. 일단 흥정을 했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내릴 때쯤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돈을 더 요구한다. 못 준다고 하면 갑자기 인도말로 떠들어대며 난리를 치는데, 그냥 돈을 좀 더 주고 내리는 것이 신상에 좋다. 릭샤꾼은 인도 사회의 최하계층이다.

인도는 국토가 넓다 보니 야간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이 많다. 델리에서 바라나시까지는 야간열차로 20시간 정도 가야 한다. 하지만 1등 에어컨 침대칸은 생각보다 아주 편안하고 쾌적해 장기간 승차해도 무방하다. 한 가지 짜증스러운 것은 지정석임에도 항상 누군가가 타서 자고 있으며, 그를 깨워 내쫓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다(이때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잘 먹힌다^^). 그런데 더 웃기는 일은 어차피 자리를 비워줄 거면서 뭔 말이 그리 많은지, 가족까지 다 동원해 한바탕 장광설을 해댄다는 것이다.

오토 릭샤가 싸다고 해도 우리 돈으로 최소 800원을 달라고 하고,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의 경우 2000원까지도 요구하기 때문에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럴 때는 합승이 싸게 탈 수 있는 방법이다. 지하철역이나 유적지 입구에 가면 오토 릭샤가 사람들을 태운 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명 정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2000원 거리면 400원만 부담하면 된다. 게다가 인도 젊은이들과 같이 릭샤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어 나는 틈날 때마다 릭샤 합승을 했다. 하지만 복잡한 시내에서의 오토 릭샤 탑승은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목숨을 걸고 타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클 릭샤는 위험하진 않지만 너무 느리고, 릭샤꾼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델리에 지하철이 개통된 것은 2005년. 교통지옥이던 인도는 지하철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델리 지하철은 한가한 낮시간대에도 한국의 출퇴근 시간만큼이나 사람으로 붐빈다. 그래도 시원하고 빠르고 정확해 지하철 없이 델리를 관광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한국 지하철을 경험한 우리는 델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다만 매번 짐과 몸 검사를 해야 하고, 수많은 인파 속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 것이 번잡스럽긴 하지만 인도에서 지하철만큼 편한 대중교통수단은 없다.

10루피(190원 정도)에서 20루피 정도의 요금을 내야 하는데, 매번 토큰을 사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우리나라처럼 충전카드를 구매하면 된다. 인도에는 여성들만 타는 전용칸이 있으며, 칸마다 여성이 앉는 좌석이 2개씩 있다. 남자가 앉아 있다가도 여성이 타면 자리를 양보하는데, 아주머니가 타면 남자들이 엉덩이를 옆 사람에게 붙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지하철을 타면 자리를 찾으려고 죽는 시늉하는 아주머니들은 인도로 가면 좋을 듯^^). 지하철을 타는 외국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내가 타면 수많은 사람의 눈이 나에게 쏠려 좀 당황스러웠다. 지하철을 타면서 놀란 것은 인도 사람들이 무척 잘생겼다는 점이다.

버스도 굉장히 유용하다.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고, 타고 내리기가 지하철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빨간색 버스는 에어컨이 장착된 것이고, 녹색 버스에는 에어컨이 없다. 녹색 버스는 5루피부터, 빨간색 버스는 10루피부터 받는데, 뒤로 타면 차장(전부 남자임, 인도는 식당 종업원도 거의 다 남자, 그것도 나이 많은 남자임)이 행선지를 묻고 표를 끊어준다. 내릴 때는 앞문으로 내리는데 표는 버리면 된다.

인도 거리에 가면 ‘혼돈의 매력’ 숨 쉰다

5 델리의 쿠트브 미나르 사원. 원래는 이슬람 사원과 다양한 건축물이 함께 있던 거대한 유적군이었으나 현재는 흔적만 남은 상태다. 6 인도의 대표적인 이슬람 건축인 타지마할. 무굴제국 황제였던 샤 자한이 왕비를 추모해 건축했다.

인도와 인도인의 생생한 삶

인도에서는 외국인이 버스를 거의 타지 않는지, 아니면 외국인이 버스 타는 것을 싫어해서인지 몰라도 행선지 표시가 없다. 어쩌다 있는 버스정류장에도 힌디어로만 써 있고, 버스 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최종 목표 지점만 적어 놓았다. 그러니 이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나 버스 차장 또는 운전사에게 끊임없이 물으며 버스를 이용했는데, 지하철보다 훨씬 좋았다.

많은 사람이 인도에 가지만 대부분 관광버스를 대절하거나 택시를 타고 이동해 인도의 한쪽 면만 보고 돌아오게 된다. 인도 거리를 알아야 인도를 제대로 보게 되는데, 그러려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그곳에 인도가 있고 인도인의 삶이 있다.

파하르간지나 찬드니 초크에서 충격을 받았던 나는 며칠 후 말비야 나가르의 셀렉트 시티워크와 구르가온의 대형 쇼핑몰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온갖 똥과 쓰레기, 거지가 뒤섞인 곳이 인도지만, 호화로운 명품과 사치스러운 인테리어에 둘러싸인 사람들 또한 인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착해서 며칠은 혐오스러워 놀라고, 집에 돌아가기 전 며칠은 이상해서 놀라며, 집에 갈 때쯤 돼서는 묘한 매력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는 인도. 나는 그런 인도를 더 알려고 겨울엔 남인도, 여름엔 레라다크로 떠날 그날을 꿈꾼다.



주간동아 2013.09.02 903호 (p62~64)

장인석 자유기고가 jis10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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