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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거액 뭉칫돈’ 갈팡질팡

가계 이어 기업도 단기 부동자금 급증…경제 주체들 심리 회복이 급선무

  •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dbpark@hri.co.kr

‘거액 뭉칫돈’ 갈팡질팡

‘거액 뭉칫돈’ 갈팡질팡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2월 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시중은행에 공급할 자금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란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 탓에 장기 투자처보다 단기 금융상품 등에 몰린 자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경제의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 등으로 장기 투자자금이 유입되지 못하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된다. 또한 단기 부동자금은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를 약화하는 등 실물경제 침체를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대규모 단기 부동자금이 금융권 사이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손쉽게 자산 버블을 형성하고 붕괴시키는 등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 수신을 이용해 추정할 경우 2011년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단기 부동자금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것. 이 자금은 2013년 3월 현재 767조8000억 원(현금 포함 시 814조50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을 이용해 추정해도 최근 2년간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급증해 2013년 1분기 925조40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2012년 말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단기 부동자금 비율이 비록 금융위기 당시만큼(금융기관 수신 기준 2009년 65%)은 아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2012년 말 58.3%)을 지속하고 있다.

시중자금 선순환 구조의 필요성

앞으로도 시중자금이 선순환하지 못하면서 단기 부동자금이 더 커질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회복되던 경제심리지수가 2011년 하반기 이후 다시 하락했고, 회사채 수익률 간 리스크 분산도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하기는커녕 올해 들어 오히려 상승한 것이 최근의 불확실성 증가를 방증하는 예다.



이에 따라 국내 개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하고 있다. 빠르게 회복되던 선진국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고, 수도권 주택시장 위축세도 지속되고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금융상품의 장기 수익률이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장·단기 수익률 차이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배경을 고려할 경우, 국내 단기 부동자금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최근 급증하는 단기 부동자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경제 주체별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 불안 심리 급증으로 기업보다 가계의 단기 부동자금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유보자금 역시 투자되지 못하고 단기 부동화하는 조짐을 보인다.

둘째, 금융기관별로 보면 단기 부동자금이 은행에서 증권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70%대 비중을 보이던 예금은행의 경우 2013년 3월 현재 약 67%로 감소했고, 증권사는 2010년 지급결제 기능이 부가된 종합자산관리계정(CMA) 상품의 급증에 힘입어 약 17%로 크게 증가했다.

셋째, 금융상품별로 보면 저금리 기조하에서 금리형보다 실적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통적인 단기 금리상품인 6개월 미만 은행 정기예금의 경우 2012년 하반기부터 감소하고, 금리형 수익상품(CD·양도성예금증서), 매출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반면 증시 관련 상품(투신의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의 고객예탁금과 CMA)이나 단기채권형 펀드, 증권의 RP 등 채권 실적형 상품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거액 뭉칫돈’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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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기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요구불예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2009년 6월 5만 원권 출시 이후 현금통화도 급증하는 등 손쉽게 이동 가능한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또한 일정 금액 이자와 지급결제 기능을 결합한 증권사 CMA, 은행 수시입출식저축예금(MMDA) 등이 견고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서 단기 부동자금 비중이 커질 경우 이들 자금들이 아직 버블이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자산으로 손쉽게 이동하면서 또다시 버블을 형성하며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카드사태 이후 증가한 단기 부동자금이 2004~2006년 경제가 안정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버블을 야기했다. 이후 경제 여건이 악화하자 결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으며,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대책에도 부동산값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만 원권 결제 기능 활성화

현재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로 단기 부동자금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기 부동자금을 방치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할 경우(금융긴축 등) 나타나는 부작용이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일관된 정책과 경기회복 및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임으로써 가계나 기업들의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조속히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미흡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이동 현상을 가속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증시 관련 단기 부동자금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경제 불안 심리를 제거해 국내 흑자 경제 주체의 중·장기적 주식투자를 유도 및 확대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자칫 지하경제에서 이용될 수 있는 5만 원권의 지급결제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5만 원권 출시 이후 현금이 단순히 통상적인 예비비 차원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주간동아 2013.08.12 900호 (p42~43)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dbpark@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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