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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한미 ‘북한 군사력 평가’ 엇박자

특수전부대, 탄도미사일 수량, 지휘통제 시각차…정보공유 틀리면 대처방안 엇나가

  • 부승찬 연세대 북한연구원 연구원 baramy1001@naver.com

한미 ‘북한 군사력 평가’ 엇박자

북한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자료는 넘쳐난다. 하지만 어떤 자료의 신뢰도가 높은지를 측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은 정부에서 관련 자료들을 대부분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개한 자료라 할지라도 안보 문제의 특성상 위협을 부풀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굳이 가장 권위 있는 자료를 꼽자면 한국 국방부에서 격년제로 발간하는 ‘국방백서’일 것이다.

최근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5월 2일 미국 국방부가 2012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section 1236)에 따라 의회 보고용으로 ‘북한 군사안보 능력의 현재와 미래’를 평가해 작성한 연례 보고서가 그것이다. 비밀자료와 공개자료로 구분한 보고서 가운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개용 보고서뿐이지만, 미 국방부가 국방정보국(DIA) 자료에 근거해 북한의 군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최초 보고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신뢰도도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보고서는 서두에서 북한의 핵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동북아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대한 도전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다. 총 26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북한의 안보 상황, 국가전략, 군사력의 현대화 목적과 추세, 무기 확산 활동, 군사력 현황 등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미 국방부 향후 추가 핵실험 예상

먼저 북한의 안보 상황과 관련해서는 평양이 국력 감소에 따른 역내 국가 간 군사력 불균형 심화를 극복하려고 정권 생존을 보장하는 주요 수단으로서 비대칭적·전략적 억제력을 향상하고 있다고 본다. 김씨 일가의 유일지배, 엄격한 내부 통제 메커니즘, 주권 침해에 대항한 최선의 방어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과 미국을 주된 위협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차우셰스쿠나 후세인, 카다피 정권의 붕괴는 독재정권의 당연한 귀결이 아니라 정권의 생존을 방어할 능력을 충분히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고 보고서는 판단한다.



이렇게 보면 국가전략과 관련한 평양의 목표는 명확하다. 한반도에서 한국과의 국가 정통성을 둘러싼 제로섬 경쟁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하에서 북한의 국가전략은 국내 안보, 강압외교, 경제 및 안보 이익, 외부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인 군사력 개발,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견제에 초점을 두어왔고, 김정은 권력승계 이후에도 이러한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한다.

다음으로 북한은 자원 부족과 군사장비 노후화를 극복하려고 군사력의 선택적인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음에 보고서는 주목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병력과 군사력을 전방에 집중 배치해 기습적으로 한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군사태세를 유지한다는 것. 또한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동형 탄도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핵 개발과 병행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투발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공격에 대한 억제력과 방어력을 향상하고, 한국에 대한 제한공격능력을 증강하려고 지상군은 탱크, 야포, 장사정포 등 포병 분야에서, 공군은 지대공 미사일 등 대공방어능력 분야에서, 해군은 소형 잠수함 및 일부 수상전투함 분야에서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전시 후방침투능력을 강화하는 특수전 부대, 한국, 일본, 미국에 대한 타격능력을 늘리는 탄도미사일 부대, 정보교란, 네트워크 마비 등 군사 컴퓨터 네트워크 작전 수행능력을 키우는 사이버 부대도 현대화가 추진되는 대표적인 전력이다.

무기체계 확산을 보면, 무기 수출은 북한 외화 획득의 주요 원천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며, 따라서 북한이 무기 수출 활동을 포기할 개연성은 적다고 보고서는 판단한다. 북한은 이미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과 2005년 9·19 공동선언에 위배되는 추가적인 핵실험을 향후 실시할 수 있다고 미 국방부는 판단한다.

‘특수병력 20만 명’에 미국은 묵묵부답

한미 ‘북한 군사력 평가’ 엇박자
기실 북한의 무기 확산활동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는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2011년 6월에는 무기 운송 선박으로 의심되는 미얀마행 북한 선적이 미 해군의 검색에 불응하고 북한으로 되돌아간 바 있고, 2010년 2월에는 탱크 부품을 싣고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향하는 북한 선적이 남아프리카 당국에 나포되기도 했다. 2009년 12월에는 태국 당국이 로켓포, 로켓 추진 소화탄, 지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된 북한 무기 약 35t 분량의 전세기 화물을 압수한 바 있으며, 같은 해 10월 한국 당국이 북한제 화학전 보호 장비가 실린 시리아행 선박을 저지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보고서가 추적한 북한의 군사력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상군 전력의 약 70%, 해·공군 전력의 50%를 군사분계선 100km 이내에 배치해 한국과 주한미군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먼저 지상군의 경우 병력 약 95만 명, 정규 군단 9개, 기계화 군단 4개, 전차군단 1개, 포병군단 1개로 구성돼 있으며 탱크 4100여 대, 장갑차 2100여 대, 야포 8500여 문, 다련장포 51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양적 측면에서는 세계 4위 규모지만, 보유 무기의 대부분은 1960~70년대 기술로 개발했거나 그 시점에 도입한 장비여서 질적 측면에서는 큰 한계를 나타낸다. 북한은 이러한 질적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포병전력과 경보병부대의 능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군사분계선 인근에 집중 배치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는 한국의 수도권 지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고서는 평가한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가 제기한 북한 지상군 전력에 관한 평가는 ‘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국방백서’ 2012년판을 통해 한국군이 밝힌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특수전부대의 경우 한국이 약 20만 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한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공군의 경우 병력 약 9만2000명에 4개 비행사단 예하의 13개 전투비행기지 포함 총 23개 비행기지로 구성돼 있으며 전투기 730대, 헬기 300대, 수송기 290대 등 13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한다. 주요 전력으로는 MIG-29과 MIG-23 전투기, SU-25 대지 공격기가 있지만 대다수는 상당히 노후화한 기종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대공방어의 상당 부분을 지대공 미사일(SA-2/3/5), 고사포(AAA), 휴대용 미사일(SA-7)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미 국방부 측은 평가한다. 공군력 평가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해군의 경우 병력 6만여 명으로 동서해 2개 함대사와 11개 전대로 구성됐으며, 수상전투함 420척, 상륙함 260척, 소해정 30척, 잠수함정 70척, 기타함정 30척 등 총 810척을 보유하고 있다. 함정 대부분이 대함순항미사일, 어뢰, 포 등으로 무장했지만 상당히 노후화한 상태다. 다만 잠수함정 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가에 속하며, 상륙작전과 특수전부대 침투 지원을 위해 대규모의 공기부양정과 상륙함을 운영하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해군력 평가에서는 양국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평양은 한국과 일본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한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준중거리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한국과 일본, 태평양 전구(戰區)를 사정권에 둔 이동형 탄도미사일을 작전 배치했으며, 2012년 12월 12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기반이 되는 대포동 2호의 발사실험에도 성공했다. 또한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고체연료 추진용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도 지속한다.

‘표3’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탄도미사일 능력 평가에서도 양국이 다소 차이를 보임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이 KN-02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개량형 SCUD-ER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미 ‘북한 군사력 평가’ 엇박자
100% 정보공유에 100% 평가일치 중요

끝으로 지휘통제 체계의 경우, 미 국방부 보고서는 국방위원회가 국방을 관할하는 상징적인 명목권력에 불과하며 인민무력부야말로 군의 행정적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평가한다. 인민무력부 예하 총참모부가 하부 군사조직에 대한 작전지휘 및 통제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2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군부의 지휘통제 권한을 국가 주석에서 국방위원회로 이관하고 국방위원장이자 최고사령관인 김정일이 직접 군을 통제할 수 있게 했다.

김정일 사후에는 그를 영원한 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그 대신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최고사령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하면서 군을 지휘통제한다. 주목할 점은 이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의 평가가 상이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측 평가와 달리 한국 국방부의 ‘국방백서’ 2012년판은 국방위원회를 군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판단하고 인민무력부와 총참모부가 상호 병렬적인 관계에 있다고 정리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 위협에 대해 동일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연례적으로 한미 정보당국 간 군사력평가회의(MCC)를 개최해 이를 공동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 세부적인 평가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판단 기준과 관점 때문이라면 상관없지만, 만에 하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한국군 ‘국방백서’나 미 국방부 보고서는 모두 북한을 한국과 미국 모두에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한다. 이에 대처하는 첫걸음은 두 국가 사이의 100% 정보공유와 100% 평가일치여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887호 (p51~53)

부승찬 연세대 북한연구원 연구원 baramy1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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