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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의 Job Revolutionist(직업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 스토리 ⑧

250원으로 칼로리 교환 지구촌 식량 불균형 해결사

일본 경영컨설턴트 고구레 마사히사

  •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 purist0@empas.com

250원으로 칼로리 교환 지구촌 식량 불균형 해결사

250원으로 칼로리 교환 지구촌 식량 불균형 해결사

고구레 마사히사 경영컨설턴트. 테이블 포 투 활동은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테이블 포 투 소개물(왼쪽부터).

2011년 스위스 동부 휴양지인 다보스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글로벌 리더들이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자 모였다. 흔히 다보스포럼이라고 부르는 이 포럼에서 그들은 ‘새로운 현실의 공통규범’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그 가운데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일본의 청년 경영컨설턴트 고구레 마사히사의 고군분투로 세계적인 식량 불균형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극찬했고, 사람들은 일본 청년의 용기에 주목했다.

선진국은 과식문화로 몸살을 앓고 또 엄청난 세금을 비만 해결에 쏟아붓는다. 스스로의 탐욕을 조절하지 못해 계속 먹고, 한편에선 비만을 해결하려고 많은 돈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에 아이러니를 느낀 경영컨설턴트 고구레 마사히사는 놀라운 통계를 접한다.

‘전 세계 인구 70억 명 가운데 10억 명은 비만 상태로, 살을 빼려고 고군분투한다. 반면 지구 반대편에 사는 10억 명은 하루 1000kcal도 섭취하지 못해 생명의 위험을 느낀다.’

식량이 남는 선진국과 식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식량 불균형 문제. 고구레의 머릿속에서 이를 해결해보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 찾기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잘나가는 경영컨설턴트였던 고구레. 그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부와 명성을 쌓아가는 전도유망한 30대 중반의 미혼 남성이었다. 어느 날 그는 쉼 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남들은 그의 삶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자신은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하루는 휴가를 내고 자신을 돌아봤다. 백지에 자신이 언제 행복했고, 언제 불행했는지 써내려갔다. 그러곤 ‘좀 더 보람 있는 일, 열정을 100% 이상 쏟아붓는 일, 남을 돕는 일,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세우는 일, 열정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을 할 때 행복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50원으로 칼로리 교환 지구촌 식량 불균형 해결사

SK이노베이션과 제휴를 맺은 테이블 포 투.

결국 그는 2007년 10월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든다. 일본 돈으로 20엔, 우리나라 돈으로 250원이면 개발도상국 아이 1명에게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선진국 사람과 후진국 사람 각각 1명씩 총 2명을 위한 식탁을 만들자는 신선한 발상을 했다. 선진국에선 저칼로리, 저염식의 건강식을 먹고 개발도상국에선 하루 필요 최소 칼로리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말 그대로 양쪽 모두를 위한 식탁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 해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는 법. 테이블 포 투의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엔을 조금씩 모아 언제 도울 수 있겠느냐’ ‘처음 생긴 사회적기업을 뭘 믿고 지원할 수 있느냐’ ‘사회적기업 인건비라도 나오겠느냐’ ‘그렇게 적은 돈을 모아서는 대기업이 원하는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 수 없다. 너무 영세한 접근법이다’ 같은 갖은 핀잔과 냉소를 받아야 했다.

현재까지 20억 원 모금

하지만 1년 동안 문전박대당하면서도 고구레는 포기하지 않았다. ‘딱 한 곳만 오케이하면 된다. 처음 한 곳이 어려울 뿐’이라는 마음으로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려고 발품을 판 결과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식당과 제휴를 맺었다. 그렇게 지자체 식당과 제휴를 확대해가면서 지난 8년간 기업 식당, 병원, 대학, 공단 식당 등 일본 내 530여 기관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그 기관의 구성원은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함유되고 열량은 낮은 저염식 식사를 하면서 오늘도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한 끼를 든든하게 먹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떠올리며 행복을 느낀다. 지구 반대편에서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프로젝트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제휴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1968만 그릇. 지금까지 모금한 기금만 1억7000만 엔(20억 원)에 달한다. 그 덕분에 우간다, 르완다, 말라위, 에티오피아 등 64개 초등학교가 급식 지원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많은 일을 하는 테이블 포 투 직원이 2012년 현재 6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건비를 최대한 아껴 더 많은 아이에게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고구레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그가 추진한 저칼로리, 저염식 식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국가로 퍼져나갔으며 2011년 한국에도 진출했다. ‘누군가의 굶주림은 어쩌면 나의 과한 욕심의 결과는 아닐까’라는 연대의식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일상에 파고드는 것이다.

오늘도 고구레는 이렇게 말하며 달린다.

“우리가 조금 덜 먹고 그것이 조금 더 먹어야 할, 부족한 곳으로 흐른다면 세상의 굶주림은 사라질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위해 오늘도 더 열심히 행복하게 뛰고 싶을 뿐이다.”



주간동아 2013.05.13 887호 (p44~45)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 purist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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