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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정년 연장 성공조건 03

‘정년 60세 연장’ 일단 환영 분위기

경제적 혜택 늘고 사기 진작 기대…인사적체, 임금피크제 우려도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정년 60세 연장’ 일단 환영 분위기

#1 지난해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GS칼텍스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리고 그 기간에 기존 임금의 80%를 지급하고 있다. 정년 연장 혜택을 받아 근무 중인 직원은 50명. 회사 측은 “정유사라서 정년을 연장한 직원이 사무직보다 엔지니어(기술직) 쪽에 많다. 정년 연장 제도 시행으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된다. 숙련된 인력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평가했다.

#2 200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우리은행은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했다. 만 55세 신청자에 한해 정년을 연장하면 해마다 순차적으로 임금이 기존 대비 70~30%로 줄어든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대상은 매년 평균 200~250명이다. 그중 절반이 정년 연장을 하고 나머지는 전직이나 퇴직을 택한다. 임금피크제를 보완하려고 회원사, 자회사 등으로 전직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 제도를 병행한다.

#3 굴삭기 등 중장비 부품 제조기업인 에스틸은 1986년 창업 초기부터 ‘무정년’을 내세웠다. 10년간 보험사에서 일하며 직장생활을 경험한 김용석 회장이 창업과 함께 ‘평생직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원 220여 명 가운데 법적 정년인 58세를 넘겨 근무하는 직원 수가 현재 10명이며,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은 67세다. 회사 측은 “58세가 되면 부서장에서 물러나 결재권을 후임에게 넘겨주고 팀원이 되게 한다. 그 대신 결제 때 ‘참조란’에 사인하게 해 노하우를 조언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고 했다.

일명 ‘정년 60세 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직장인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조금이라도 사회적 퇴출을 늦추고 싶어 하는 직장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희망하는 7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5.3%가 생계비 마련 등 경제적 이유로 일하거나 일자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년을 훌쩍 넘기고도 현직에서 왕성하게 일하는 문영신(64) 에스틸 부장은 “나이 들어도 사람이 자기 일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게 중요하다. 퇴직 후 집에서 논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불편한 점이 많을 거다. 동료들과 얼굴 맞대고 일하는 게 좋고, 아직 사회생활을 한다는 자부심도 크다”고 했다.



40대를 넘기면서 하나둘 직장을 떠나는 동료들을 지켜본 박상훈(52) 씨는 “할 수만 있다면 단 하루라도 퇴직을 미루고 싶은 게 우리 또래 직장인의 심정이다. 법 통과로 일단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다.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빚을 진 사람이 훨씬 많을 거다. 부모 봉양에 자식들 대학 졸업시키고 결혼도 시켜야 할 나이라 어느 때보다 돈이 많이 드는데, 대책 없이 퇴직하면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현직 때 결혼시켜야 봉투 두둑 체면도 서

한편 금융회사 간부 이정훈(50) 씨는 “정년퇴직까지 살아남는다 해도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정년 연장이 되면 자녀학자금 지원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어 연간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박씨나 이씨처럼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지 몰라 불안에 떨던 중·장년층이 정년 60세 연장법의 국회 통과를 반기는 이유는 여러 혜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들이 꼽는 혜택은 △국민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 전환 유예로 인한 금전적 부담 해소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장으로 인한 월 연금수령액 증가 △은퇴 시기와 국민연금 수령 시기의 격차 축소 △자녀 학자금 지원, 정기 건강검진 등 사내 복지 혜택 연장 등이다.

특히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중년 직장인은 “예비 장인 혹은 시아버지가 ‘현직’과 ‘퇴직’인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자식이 배우자를 고를 때도 아버지가 현직에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인사부 담당자는 “정년 연장이 되니 직원들 사이에서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올라갔다. 특히 정년 연장 시기에 자녀를 결혼시킨 직원들은 퇴직한 ‘백수’보다 현직에 있으니 아무래도 하객이 훨씬 많고 사돈 될 집안에도 체면이 서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더 크다”고 밝혔다.

한편 직장인 서모(49) 씨는 정년 60세 연장법의 국회 통과 이후 선후배와 동료 사이에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고 속내가 “복잡하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서씨는 “그동안 50대 초반이 되면 회사에서 명퇴금을 주고 나가라는 식이었다. 이번에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했지만 조기퇴직까지 금지한 건 아니므로 외환위기 이후 굳어진 회사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년 연장이 실시되면 적지 않은 목돈을 챙길 수 있던 명퇴금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직원도 있고, 젊은 직원 사이에선 승진이 안 될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나갈 사람이 나가야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년 60세 연장’ 일단 환영 분위기

일러스트레이션·오동진

인사적체 불만…조기퇴직 잔존 반신반의

일각에선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로 ‘부하직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상사’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부하직원’ 같은 직장 내 역전현상이 생길까 우려한다. 우리 사회 정서상 위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상황을 쉽게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 그와 함께 고령 직원의 임금 대비 생산성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하지만 법 개정에 앞서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실시 중인 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2012년 6월 현재 국내 1인 이상 기업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곳은 1만8670여 개다. 이 수치는 고용노동부가 표본조사를 통해 뽑은 추정치로 정년 연장형, (퇴직 후)재고용형, 근로시간 단축형을 포함한다.

그 가운데 한 곳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년 연장을 한 직원의 경우 임금이 단계적으로 줄어 회사가 그들에게 100% 노동 강도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런 점을 회사와 직원이 서로 감안하기 때문에 임금 대비 생산성이 문제될 건 없다. 위계질서 문제는 어린 상사와 나이든 부하직원을 같은 부서나 보고 라인에 함께 두지 않는 것으로 해결한다. 직원 간 소통도 별 문제없고 젊은 직원은 오히려 정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이다. 10~20년 후 자신에게 닥칠 문제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희망자에 한해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직원들의 사기와 충성심을 끌어올리고 우수 인력을 붙잡는 효과가 있었다. 그와 함께 노조가 임금인상을 양보해 회사 차원에서 정년 연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한편 법 시행 시기를 놓고 직장인 사이에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300명 이상 사업체는 2016년 1월 1일, 300명 미만 사업체는 2017년 1월 1일로 시행 시기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정년퇴직을 맞아 정년 연장 혜택을 못 받는 직장인 사이에서 특히 불만이 높다. 노동조합(노조)의 힘이 막강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조 힘이 약한 기업의 직장인들은 “임금피크제 협상에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라며 우려한다. 법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노사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포함한 재계 및 노동계는 물론이고 학계와 전문가까지, 더욱이 직장 내에서조차 각자 처지와 견해에 따라 부정 및 긍정적 시각, 우려와 환호가 엇갈리면서 정년 60세 연장법은 국회 통과 이후 시간이 갈수록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업과 직장인은 그에 대해 말하길 꺼려하거나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말도 많고 논란도 많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중·장년층 직장인이 희망을 거는 이유는 “경제적 혜택을 떠나서 백수로 지내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고, 나이에 비해 건강한 만큼 스스로 일해서 정당한 노동 대가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3.05.13 887호 (p30~31)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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