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6

2013.02.25

중개인과 ‘커리어 파트너’ 사이

헤드헌터를 보는 시각

  • 이진영 커리어케어 수석컨설턴트

    입력2013-02-25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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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설에 지인으로부터 손으로 쓴 연하장을 받았다. 이메일과 메신저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시대에 그런 연하장을 받으니 기분이 무척 새로웠다. 연하장을 보낸 분은 글로벌 금융회사 임원 A씨였다. A씨는 해외 유수 대학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아 사내 최연소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그는 종종 필자에게 전화를 해 업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호텔 식사 자리에 초대하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 인사 총괄을 담당하던 B씨도 간혹 필자에게 연락을 해왔다. B씨는 실업계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해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 대학을 졸업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기에 학력이 부족함에도 인사 총괄을 맡을 수 있었다. B씨는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필자에게 꽃다발을 보내고,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원하는 기업으로 이직하자 연락이 뚝 끊겼다. 심지어 필자가 안부전화를 하자 ‘당신과 더는 할 얘기가 없다’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응했다.

    A씨와 B씨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헤드헌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A씨는 헤드헌터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함께 나아가야 할 ‘커리어 파트너’로 여기는 반면, B씨는 이직할 때 잠깐 만나는 ‘중개인’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약 8년간 헤드헌팅을 하면서 깨달은 점은 영민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헤드헌터를 친밀한 파트너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임원급일수록, 이른바 스펙이 좋을수록, 얼핏 커리어 관리에 별다른 고민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일수록 헤드헌터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헤드헌터가 고객사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헤드헌터보다 먼저 추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헤드헌터는 기본적으로 후보자 실력에 비중을 두고 추천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런데 비슷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후보자가 여럿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헤드헌터와 꾸준히 네트워킹을 유지하면서 헤드헌터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은 후보자가 유리한 건 당연하다. 이직 희망자가 꼭 알아둬야 할 팁이라고 할 수 있다.

    A씨는 업계 상황뿐 아니라 자기 업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자기 지인들은 어느 쪽으로 이직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필자에겐 어떤 채용건을 담당하는지를 묻는다. A씨는 이렇게 자기 상황을 필자에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기 때문에 필자가 금융 분야 임원급 채용건을 맡으면 추천 후보자로 A씨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헤드헌터 다수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너무 많은 헤드헌터에게 자신을 알리면 이직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헤드헌터는 각자 전문 분야가 있다. 따라서 자기 업계를 전문으로 하는 헤드헌터 두어 명과 꾸준히 교류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같은 금융권이더라도 글로벌 증권회사 전문 헤드헌터와 국내 대형 증권회사 전문 헤드헌터로 나뉜다. 이렇게 전문 헤드헌터 몇몇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신뢰를 쌓으면 적절한 시기에 좋은 이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신이 이직을 원할 때 헤드헌터가 바로 채용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헤드헌터는 당신을 고객사에 추천하고 싶어 하는데, 당신이 이직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서로 기회가 어긋나 당장 도움을 주고받지 못하는 경우다.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헤드헌터를 당신의 ‘커리어 파트너’로 여기고 관계를 이어간다면, 진정성 있는 헤드헌터는 반드시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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