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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충성’에 눈먼 깃털들 안하무인 국정 농단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판결 분석…정권 친위조직 부패 실태 생생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충성’에 눈먼 깃털들 안하무인 국정 농단

‘충성’에 눈먼 깃털들 안하무인 국정 농단

5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법사찰 진상 공개 촉구’ 기자회견.

10월 17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관련자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영호 전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은 징역 2년6월,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과장과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은 징역 1년, 최종석 전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우두머리 격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뿐 아니라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관여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이명박 정부의 도덕 불감증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태생부터 불온했다. 공직자 감찰을 위한 공식 기구라기보다 정권 안위를 위한 친위조직 성격이 강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청와대 실세로 통하던 고용노사비서관이 이 기구의 산파 노릇을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은 공직 감찰을 내세워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을 뒷조사하고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직권을 남용하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정권 실세의 비선라인에 의한 국정 농단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A4 용지 90여 쪽에 이르는 판결문 전문을 입수한 ‘주간동아’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주요 내용을 발췌해 싣는다.

1. 공용물건손상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피고인 이영호, 최종석)

2010년 6월 국회와 언론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대두되자 국무총리실은 그해 7월 3일 공직윤리지원관 이인규, 전 점검1팀장 김충곤, 전 점검1팀원 원충연, 점검1팀원 이기영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다음 7월 5일 이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 및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경우 김종익(*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및 KB한마음 관련 사건을 포함해 그동안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진행한 사건 중 문제가 될 만한 사건들의 진행과 보고과정 등 전모가 밝혀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 주무관 장진수에게 지시해 컴퓨터 파일 등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중요한 파일이 저장된 주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손상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은 2010년 7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차명 휴대전화 3대를 마련해 상호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장진수는 7일 오후 사무실에서 모두 4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냈다. 장진수는 디가우저 전문 회사인 세이프하이텍 사무실에 찾아가 각종 컴퓨터 저장자료를 완전히 삭제함과 동시에 하드디스크를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했다. 이후 손상된 하드디스크 4개를 갖고 공직윤리지원관실로 복귀해 각 컴퓨터에 부착했다.

이와 관련, 이영호는 진경락, 최종석에게 “바깥에 나가면 민감한 자료가 있으니 무조건 컴퓨터를 갈아엎어라” “배터리로 지져라” “바닷물에 30분 동안 넣었다가 빼면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따위의 말을 했다. 최종석은 장진수에게 “소프트웨어적인 조치로는 어림없다. 검찰에 가면 다 복원되니 반드시 물리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2.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 횡령(피고인 진경락, 이인규)

피고인들은 특수활동비로 편성·배정된 2억3000여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실 이영호 비서관의 요청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빼돌렸다. 이인규의 지시에 따라 진경락은 특수활동비 중 정책활동비로 책정된 200만 원과 정보·수사 활동 지원경비에서 80만 원을 빼낸 합계 280만 원을 200만 원, 50만 원, 30만 원으로 나누어 3개 봉투에 담아 이영호, 조재정(고용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최종석에게 지급해 임의로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08년 10월 초순부터 2010년 6월 초순까지 총 17회에 걸쳐 예산집행 담당자로부터 특수활동비로 총 4760만 원을 전달받아 6회에 걸쳐 1680만 원을 횡령했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진경락의 진술이다.

“이영호 비서관이 저한테 ‘내가 새빠지게 조직을 만들어줬는데 얘들이 바칠 줄이나 아나’라며 사실상 상납을 요구했다. 이인규 지원관에게 이영호 비서관이 돈을 요구한다고 보고하자 이 지원관은 ‘나는 알아도 모른데이. 돈 주고 인심 잃지 않도록 해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3. 강요, 업무방해 및 방실 수색(피고인 진경락, 이영호)

‘충성’에 눈먼 깃털들 안하무인 국정 농단

판결문 전문.

피고인 이영호, 이인규 등은 “이명박 대통령 및 정부 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는 인사들의 음성적 저항과 일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으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차질이 빚어졌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영호의 주도로 2008년 7월 총리실 소속으로 공직사회 기강확립 및 사기진작을 명분으로 내세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제와 조직이 신설됐다. 이들은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적대적 혹은 비판적 시각을 가졌거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인사들에 대한 사찰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뒷받침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관계 내 영향력을 강화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이영호와 이인규 및 그들의 지시를 받은 진경락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된 이후 이영호-이인규-진경락으로 이어지는 비공식 지휘라인 및 친위조직을 구축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탄생 배경에 대해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상휘는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 내부에서는 민정수석실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고용노사비서관인 이영호가 촛불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며 조직안을 갖고 분주히 움직였는데 그 조직이 바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이었다.”

한편 검찰이 압수한 ‘BH 지휘체계 보고.hwp’ 파일에는 ‘인터넷, 불법폭력 집회로 확산된 조직적 반MB·반정부 흐름 차단’이 그간의 추진실적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 목적에 대해선 ‘새 정부 출범에도 노(盧) 정권 코드인사들의 음성적 저항과 일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으로 VIP의 국정수행에 차질’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또 지휘체계 검토의견으로 ‘야당에 정치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VIP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을 국무총리실에 설치하고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하는 지휘체계가 타당하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비선보고 절차는 ‘공직윤리지원관→BH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라고 규정돼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정부 공무원 내지 공공기관 임직원 외에 국회의원, 민선 자치단체장, 민간인 등에 대해선 조사할 권한이 없다. 또한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조사도 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이 감사·감찰 업무를 조정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영호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초기부터 공직윤리지원관 이인규와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에게 인터넷, 반(反)정부집회 등으로 확산된 반대통령·반정부 여론 차단을 주된 업무로 추진하고 특히 반대통령·반정부 세력의 자금원을 찾아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충성’에 눈먼 깃털들 안하무인 국정 농단
1) 강요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소속 원충연은 2008년 9월 16일 알고 지내던 국민은행 노무팀장 원문희에게 “국민은행 자회사로 보이는 KB한마음 대표이사 김종익이 블로그에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올려놓아 현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국민은행장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원충연은 다음 날 다시 원문희를 만나 “김종익은 이광재 의원과 관련돼 있고 노사모 핵심인물”이라며 “이 동영상이 촛불집회를 점화하는 계기가 됐는데 국민은행장이 그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원문희가 해결책을 묻자 “김종익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국민은행장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문희는 김종익에게 전화해 이 상황을 알려줬고, 김종익은 이날 밤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를 폐쇄했다.

원문희를 통한 원충연의 지속적인 압박에 김종익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했고, 회사 상호도 뉴스타트한마음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점검1팀 팀장 김충곤과 원충연은 국민은행 본사로 찾아가 부행장을 압박해 뉴스타트한마음 사무실을 수색했다. 김종익에 대한 국민은행의 자금 지원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목이었다. 이어 경리부장으로부터 김종익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서를 제출받았다. 이에 겁먹은 김종익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요구대로 자신이 보유한 KB한마음 지분 75%를 타인에게 양도했다.

2) 업무방해 및 방실 수색

김충곤을 비롯한 점검1팀 팀원 4명은 이영호와 이인규 및 진경락의 순차 지시 또는 사전 승인에 따라 2008년 9월 29일 뉴스타트한마음 사무실에 찾아갔다. 이들은 “총리실 공직윤리점검반에서 나왔다”고 위세를 과시하며 사장실 책상 서랍을 맘대로 열어보는 한편 김종익의 후임 대표이사 조○○을 조사하고 경리부장에게 급여총괄표, 퇴직금대장 등 회사 재무회계 서류 100장가량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제출하게 했다.

4.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피고인 박영준, 이영호, 이인규)

피고인들은 대통령과 정부정책에 적대적이거나 비판적 시각을 가진 세력 및 피고인들의 사적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인사나 기업 등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을 동원해 관련 인사나 기업에 대한 사찰을 실시해 약점을 찾아내거나 비리를 들춰내 수사기관, 국세청 등에 이첩해 처리토록 하거나 관련 정보를 축적해 향후 활용하기로 공모했다.

1) S산업개발 관련

피고인 박영준은 2008년 7월 경남 창원시 I호텔에서 지인인 이상○을 통해 알게 된 S산업개발(이하 S사) 대표이사 이택○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 그해 8월 이○○은 박영준에게 산업단지 허가와 관련된 청탁을 했다. “경쟁사인 T사의 신청서를 자격요건 미달로 빼주면 S사가 산업단지 허가를 받을 수 있으니 울산시에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이었다.

이에 박영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김○○를 통해 울산시 경제통상실장 최○○에게 “S사가 산업단지 인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다. 하지만 최○○은 S사 대표이사 이택○를 만나 “T사에 우선권이 있으니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택○는 박영준을 자신에게 소개해준 이상○에게 “본건 담당 공무원들이 T사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틀림없으니 박영준에게 연락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영준은 그해 10월 이영호에게 “S사가 인허가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영호는 진경락을 통해 이인규에게 박영준의 지시사항을 전해주면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이인규는 다시 점검4팀장 김화영에게 박영준과 이영호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T사와 울산시 공무원 유착관계와 관련해 울산시에 대한 감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인규와 김화영 등은 감사를 빌미로 울산시청에 직원을 보냈다. 이 직원은 담당 공무원에게 산업단지 인허가 업무를 확인하면서 “S사가 산업단지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그해 12월 T사가 이미 농지 및 산지 전용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S사의 산업단지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에 이인규는 직원들에게 울산시에 대한 감사를 재차 지시했다. 점검4팀 직원들은 울산시 공무원 김○○, 고○○ 등에게 산업단지 추진현황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민간산업단지 추진사항을 점검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S사가 승인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이 없느냐”는 뜻을 전달했다.

2) G사 관련

피고인 이영호는 알고 지내던 이○욱으로부터 “내가 설립한 G사를 동생 이○은이 운영하면서 부산 상수도사업본부와 배관 등 자재 관련 거래를 하는데, 이○은이 나도 모르게 G사와는 별개의 S배관을 설립해 부산 상수도사업본부와 거래를 한다. 이○은과 부산 상수도사업본부가 유착한 것 같으니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이영호는 진경락에게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과장, 계장 등에게 최근 석 달 S배관에 얼마나 일을 줬는지, 누가 줬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형사처벌 같은 무거운 조치는 필요 없고 한 번 경고성 액션만으로 충분하다”며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진경락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팀에 이영호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점검팀 팀원은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구매 담당 홍○○ 주임에게 전화해 “공사자재를 특정업체에 몰아준다는 민원이 있으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치 자재구매현황을 보내라”고 요구해 자료 20장을 팩스로 전달받았다.

5. 알선수재(피고인 박영준)

1) 양재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 관련

박영준은 2005년 지인을 통해 경북 포항 출신 이동율을 소개받고 다시 이동율을 통해 서울 양재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 시행자인 파이시티 및 파이랜드 대표이사 이정배를 소개받았다. 박영준은 두 사람으로부터 위 사업 인허가를 받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인허가를 청탁하거나 관련 공무원을 소개시켜주는 등 사업 추진을 도와줬다.

2006년 8월 박영준은 이동율로부터 인허가와 관련해 20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그해 10월까지 총 9회에 걸쳐 1억6478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했다.

2) 울산 임야 관련

박영준은 2008년 7월 경남 창원시 I호텔에서 알고 지내던 이상○을 통해 S사 대표이사 이택○를 소개받았다. 그해 8월 이택○는 서울 서초동 일식당에서 박영준에게 “울산시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S사가 산업단지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박영준은 그해 9월 서울 P호텔에서 이상○으로부터 이택○가 제공한 자금으로 발행한 수표 3000만 원을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원을 수수했다.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42~45)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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