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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학도 글로벌화는 필수 최고의 교육환경 만들 것”

이길여 가천대 총장 “2020년까지 10대 명문사학 진입”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대학도 글로벌화는 필수 최고의 교육환경 만들 것”

“대학도 글로벌화는 필수 최고의 교육환경 만들 것”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성남 도심으로 길게 이어지는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를 바로 옆에 끼고 자리 잡은 가천대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 맨 앞 가천대 국제어학원 건물에 이길여 총장의 사무실이 있다. 가천대 관계자들은 이 총장 앞에 있으면 이 총장이 내뿜는 엄청난 기운(氣運)에 어쩔 수 없이 압도당한다고 한다. 명불허전이랄까, 이 총장이기에 범상치 않은 바람의 기운을 품은 가천대를 능히 이끌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총장은 5년간 작업 끝에 4개 대학을 하나로 묶은 통합 가천대를 출범시키는 위업을 이뤘다.

▼ 통합 가천대는 순항한다고 평가하는지요.

“순항 중이라고 봅니다. 여러 대학을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구성원 각각의 생각이 다르기에 중간중간 어려움도 겪었지만, 번듯한 대학을 만들자는 열정으로 슬기롭게 통합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통합 대학 출범 이후 우리 대학의 변화와 혁신, 발전 가능성에 대한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의 높은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입시 경쟁률이 매년 상승하는 것도 그 증거겠지요. 또 우리 대학을 찾는 외부 손님들이 교직원과 학생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달라졌다고도 말합니다.”

이 총장은 대학 간 통합은 완성이 아니고 새로운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여러 변수와 어려움을 겪겠지만 글로벌 명문대로 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즐기면서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 물론 이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 총장은 “우리 교직원과 내가 사랑하는 학생, 동문, 그리고 우리 대학을 지지해주는 많은 분을 믿고 있으며 잘되리라는 확신도 든다”고 말했다.



▼ 가천대를 글로벌 명문대로 키우기 위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요.

“국제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대학 ‘글로벌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성화와 글로벌화, 연구 역량 강화, 교육 여건 개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더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죠. 우리 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각종 평가에 대비해 교육에 내실을 기하고, 각종 지표 검증을 통한 경영·관리 선진화 방안 수립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천대는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해 12월 말까지 작업을 끝낼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 여건 및 재정, 교수연구 실적, 국제화 역량 강화 방안 등 정부 재정지원 및 교육 역량 강화사업 지표 향상 방안은 물론, 학과평가와 학과개편 방안 수립에 대한 포괄적 컨설팅이 이뤄진다. 이 총장은 이를 토대로 또 한 번 대대적인 교육 여건 개선 작업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20년까지 10대 명문사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는 실현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학 서열이 유독 강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이미 대학 서열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대학이 있는가 하면 부단한 경쟁력 강화 노력으로 명문 반열에 이름을 올린 대학도 있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처지고, 노력하면 앞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우리 대학은 앞으로 지표로 말할 것입니다. 취업률, 연구실적 등 각종 지표를 통해 대학 발전상을 입증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2015년까지 국내 20대, 2020년까지 10대 명문에 진입하는 것이 우리 가천대 목표죠. 또한 이를 토대로 ‘글로벌 명문대’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내 인생 멘토는 어머니

▼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입학사정관제가 여러모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줄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없지 않죠. 경력 허위 기재와 자기소개서 대필 등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역차별 논란도 있습니다. 공부만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재능 있는 학생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요.

“대학 교육의 질은 재정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재정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채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한다면 결국 교육환경이 나빠지는 등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정부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 같은데, 좋은 해법을 내놓으리라 기대합니다. 경기 불황으로 일반 가정도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학도 학비 문제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없도록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2012년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선정되고 최근에는 동아일보사에서 수여하는 인촌상을 받았는데, 소감이 어떤지요.

“평생 의사와 교육자로 살았습니다. 그동안 환자를 따뜻하게 돌보고 학생들을 마음으로 대하며 실천해온 박애, 봉사 정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진심은 통하듯 제가 하는 일에 공감하는 분이 많아지면서 ‘박애, 봉사, 애국’이라는 우리 재단 정신도 점점 공감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분이 나눔과 돌봄을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거기에 공감한다는 ‘희망의 증거’가 아니겠어요? 나누는 ‘봉사의 정신’ ‘공존의 정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가진 의료와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경을 넘는 봉사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갈 계획입니다. 젊은이 가운데 이런 제 봉사 철학을 이어받아 계승하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 ‘건국 이후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 CEO’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열심히 살아왔다는 평가 같아 좋습니다. 다만 저 혼자 이룬 것은 아니고, 재단 임직원 모두의 합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변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목표한 일을 하나하나 이뤄나갈 것입니다.”

▼ 인생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우리 집은 거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바가지에 동냥을 주지 않고 꼭 개다리소반에 밥과 반찬, 국까지 챙겨 귀한 손님 대하듯 거지를 대접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밥상을 꼭 저에게 나르도록 시키시며 ‘사람은 다 똑같다. 거지라도 내 집에 찾아온 사람을 홀대하는 법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나눔의 실천을 가르쳐주셨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마을 부녀회장을 하면서 30~40명이 넘는 주부를 모아 봉사와 자선활동을 주도했습니다. 어머니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죠. 지금 5000명이 넘는 가천길재단 임직원을 이끄는 리더십은 이런 어머니에게서 비롯했다고 생각합니다.”

후회 없는 삶 살려고 최선

▼ 일정이 매우 빡빡하던데 행복하십니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하루에도 대학과 병원 등에서 보고를 수십 건 받습니다.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게 행복이죠. 늘 하루를 보람 있게 보냈는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예전에는 네 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했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을 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저에게도 큰 행복입니다.”

이 총장은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게 이 총장 지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러면서 빈틈이 한 치도 없을 만큼 곧고 깐깐한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이길여 총장을 만나면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이 총장은 후회 없는 삶을 살려고 최선을 다해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매일 하루가 시작되면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단다. 그리고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이 우리 국민에게, 또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고민한다는 게 이 총장이 지론이다.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는 의료인으로서, 교육자로서의 소명에 충실하려고 오늘도 노력합니다. 타인의 평가도 중요하겠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해서 잘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34~35)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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