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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지랴

집창촌 여자들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지랴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지랴

‘아비뇽의 처녀들’, 1907년, 캔버스에 유채, 244×234,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집창촌에서 급하게 ‘총각 딱지’를 뗀 경험을 가진 중년 남자가 많을 것이다. 군 입대를 앞둔 젊은 남자에게 집창촌은 필수 코스였다. 군 입대를 앞둔 친구에게 여자와의 섹스를 경험시켜주려고 남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입대 전 소중하지만(?) 거추장스러웠던 총각딱지를 떼곤 했다. 남자에게 집창촌은 하나의 통과의례 같은 곳이었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집창촌 여자들을 그린 작품이다. 아비뇽은 바르셀로나에 있는 유명 집창촌이다. 가면을 쓴 왼쪽 여자가 옆으로 서서 붉은색 커튼을 뒤로 젖히고, 그 옆의 여자 2명은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등을 돌리고 앉은 여자 뒤로 가면을 쓴 여자가 커튼을 열며 들어서고 있다.

가면을 쓴 채 커튼을 젖히는 여자의 자세는 그가 수동적이라는 사실과 매춘부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관능적인 자세로 팔을 높이 들어 올린 여자는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과 더불어 남자를 유혹하는 매춘부임을 나타내며, 다른 여자들과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표현한 것은 현실의 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면은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데, 그는 이 작품에 도곤족의 의식용 가면에서 볼 수 있는 추상적 이미지를 사용했다. 도곤족은 말리 토속민족으로 가면춤과 조각으로 유명하다.

피카소가 가면을 그려 넣은 것은 가면이 악령을 막아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적 욕망이 강했던 피카소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성병이었다. 한때 성병에 걸려 고생한 피카소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이 그린 최초의 액막이 회화”였다고 회상했다.



하단 탁자에는 껍질 벗긴 과일이 놓여 있다. 원래는 탁자 옆에 선원 2명과 의대생을 그려 넣었으나 후에 지워버렸다. 껍질 벗긴 과일은 죽음을 상징한다. 인간의 육체는 과일과 마찬가지로 금방 시들어 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피카소가 이 작품을 처음 공개했을 당시 비평가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인물 몸과 배경을 기하하적 형태로 단순화해 공간적 깊이감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물 모두 누드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는 점도 이유였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서 완전히 납작한 형태의 인물을 창조해 입체주의 시대를 열었다.

중년 남자가 집창촌을 찾는 이유는 빠른 시간 안에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집에 갈 때까지 참기도 힘들거니와 막상 집에 도착해 아내 얼굴을 보면 섹스할 맛이 싹 달아나기 때문이다. 마치 임산부의 입덧과도 같다. 온 거리를 뒤져 원하는 음식을 사다주면 입맛이 없어 냄새조차 맞기 싫다며 갑자기 다른 것이 먹고 싶다는 임산부의 변덕처럼, 남자는 집에 들어선 순간 섹스하고 싶단 생각이 승천해버린다. 늘어진 트레이닝복에 마늘 같은 온갖 반찬냄새로 중무장한 마누라는 그나마 참을 수 있지만, 문제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아빠 오셨어요” 인사하는데 곧장 아내 손을 끌고 침대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의를 참기 힘들듯 남자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섹스가 하고 싶어 집창촌을 찾는다. 매춘부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남자의 선택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지랴

‘두 창녀’, 1906년, 종이 위에 파스텔, 69×54, 오타와 캐나다 내셔널 갤러리 소장(왼쪽). ‘검진’, 1894년, 나무에 유채, 83×61,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소장.

손님의 선택에 긴장하는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조르주 루오(1871~1958)의 ‘두 창녀’다. 매춘부 2명이 스타킹 하나만 걸친 채 서 있고 그들 뒤에는 매춘부 여러 명이 흐트러진 자세로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벌거벗은 여자 여러 명은 이곳이 집창촌임을 나타낸다.

붉은색 꽃으로 머리를 장식한 뚱뚱한 매춘부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있다. 검은색 스타킹은 흰색 피부와 대비되면서 뚱뚱한 몸을 한층 더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 뚱뚱한 매춘부와 대조적으로 금발머리를 틀어 올린 매춘부는 노란색 스타킹을 신었는데, 동일한 색은 날씬한 몸을 더 날씬하게 보이게 한다.

이 작품에서 여자 2명의 몸매가 대조적이지만 축 늘어진 가슴과 넉넉한 뱃살은 그들이 집창촌에 있는 매춘부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매춘부의 애처로운 눈빛과 긴장된 얼굴, 그리고 팔을 늘어뜨리고 서 있는 자세는 손님만이 갖는 선택의 순간을 암시한다.

남자들이 집창촌에 가는 것을 찜찜하게 여기는 이유는 성병 때문이다. 누구나 돈만 내면 매춘부의 음부를 대여할 수 있는 만큼 성병에 걸릴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 그나마 집창촌이 공식화됐을 때는 정부에서 매춘부의 성병을 관리했지만, 요즘은 성매매특별법에 의해 매춘부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성병검사를 받는 매춘부를 그린 작품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의 ‘검진’이다. 매춘부 2명이 속옷을 들고 서 있다. 매춘부가 속옷을 들고 서 있는 것은 성병검사를 위해서다. 19세기 파리에서는 매춘으로 성병이 만연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정기적으로 집창촌 매춘부를 대상으로 성병검사를 실시했다.

로트레크의 이 작품에서 짙은 화장을 한 두 여인의 축 처진 엉덩이는 그들이 늙은 매춘부라는 것을 나타내며, 붉은색 배경은 집창촌을 암시한다.

집창촌과 매춘부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들도 한 집안의 딸이거나 가장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밖에 없기 때문에 매춘을 할 뿐이다. 가족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아도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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