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0

2012.10.29

수도권 신흥 명문 가천대!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인재 양성하는 글로벌 명문 될 것”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12-10-29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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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신흥 명문 가천대!

    가천대 스타덤 광장.

    신흥 명문으로 부상한 가천대는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느 대학과는 구조가 달랐다. 지하철 분당선 가천대역에서 내리면 지하 통로로 캠퍼스가 바로 연결됐다. 국내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지하철과 캠퍼스 경계를 허문 것이다. 역 개찰구에서 통합 가천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빌딩인 ‘비전타워’ 지하보도를 통해 캠퍼스 한복판인 스타덤(stardom) 광장까지는 걸어서 1분 거리다. 지하철에서 학교까지 4만4186㎡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캠퍼스’는 가천대의 또 다른 명물이다.

    가천대는 특이한 건물 구조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국내 대학 ‘최초’라는 타이틀을 기록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통합 가천대 출범 자체가 한국 사학 역사상 최초의 일이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천대는 4년제 대학인 경원대와 가천의대, 그리고 2년제 전문대학인 경원전문대와 가천길대학이 5년에 걸쳐 대통합을 이뤄낸 산물이다.

    대학 간 화학적 결합의 시작은 2006년 3월 가천의대와 가천길대학이 결합해 탄생한 가천의과학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경원대와 경원전문대가 통합해 경원대가 됐다. 그리고 2011년 드디어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가 하나가 됨으로써 통합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 것. 이로써 가천대는 총 14개 단과대에 72개 학과를 갖추고 매년 모집하는 신입생 4500명, 대학원생을 포함한 재학생 2만 명으로 수도권 3위 규모의 매머드급 대학이 됐다.

    이 같은 대통합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은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다. 백승우 가천대 기획처장(음대 작곡과 교수)은 “통합 대학이 각각 나뉘어 있을 때보다 더 발전하리라는 이길여 총장의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면 기존 일부 대학 구성원들의 회의적 태도 등으로 대통합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4개 대학이 하나가 되기까지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전체 입학 정원이 60% 가까이 줄었다. 학생 등록금이 학교 운영의 중요한 재원인 사립대로서는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것. 그런데도 이 총장은 “여러 대학으로 나뉘어 있기보다 한국을 이끌어갈 우수한 글로벌 명문대 하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대학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 설립자 대부분은 학교를 나누기를 원하는데 수도권에서, 그것도 잘나가는 4개 대학을 오히려 하나로 합친 것은 이길여 총장의 굉장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지난해 9월 가천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가천대 통합은 자발적 구조개혁의 좋은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가천대가 대학 구조개혁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정·관계 인사들의 대학 방문도 잇따랐다. 지난해 11월 김황식 국무총리가 가천대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올 9월 18일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지도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길여 총장 5년간 1000억 원 출연

    수도권 신흥 명문 가천대!

    가천대 지하캠퍼스에 있는 전자정보도서관.

    이 총장은 3월 2일 열린 통합 가천대 공식 출범식에서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우리는 대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며 대한민국 대학 역사에서 유례없는 모범적인 대학 구조조정 사례가 됐다”면서 “글로벌 명문대가 우리의 진정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또 취임 6개월 만인 9월 3일 가천대 발전기금으로 향후 5년간 1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고, 그 1차분으로 200억 원을 김신복 가천학원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는 이 총장이 지난해 가천의과학대와 경원대 통합을 추진하면서 통합 가천대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겠다고 한 약속의 일환이었다. “이 총장의 기부금은 교육시설 확충, 우수 교원 충원, 연구 인프라 구축 등 대학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가천대 관계자는 말했다.

    가천대는 크게 성남 글로벌캠퍼스와 인천 메디컬캠퍼스로 나뉘어 운영된다. 11개 단과대에 64개 학과를 갖춘 글로벌캠퍼스는 글로벌 경영을 비롯해 정보기술(IT) 융합 및 바이오나노, 의료서비스와 연계한 의료관광, 지식정보산업 등을 특성화해 첨단 분야 선도 종합대로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주 목표로 한다.

    3개 단과대학에 8개 학과를 갖춘 메디컬캠퍼스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중심으로 길병원, 뇌과학연구소,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약학대, 간호대, 의과학대를 상호 연계해 ‘의과학 및 의료보건’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실제로 가천대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의학전문대학원, 약학대, 한의과대를 보유함으로써 의학전문대학으로서의 위상 또한 크게 높아졌다는 게 의대 관계자들의 말이다.

    가천대는 실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가시적 지표는 대학 입학 경쟁률에서 나타났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 총 8만9102명이 지원해 개교 이래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입학생의 성적이 크게 높아졌다. 인문계, 자연계 합격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성적이 백분위 87.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

    이는 가천대에 대한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기대와 신뢰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백승우 기획처장은 “가천대 학생은 서울 강남과 수서, 경기 성남시 분당권에 사는 중산층 가정 자녀들이 상당수인데, 이는 글로벌캠퍼스가 성남에 있다는 입지적 조건과 함께 학부모들이 통합 가천대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수도권 거주 40대 이상 학부모 500명과 99개 주요 대학 처장, 진학상담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가천대가 뽑혔다. 또 올해 입학한 신입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대학 통합에 따른 기대와 발전 가능성을 보고 가천대를 선택한 학생이 가장 많았으며, 가천대의 강점 및 발전 가능성을 꼽은 이유로 탄탄한 재단, 이길여 총장의 리더십, 활발한 국제교류 프로그램 순으로 응답했다.

    수도권 신흥 명문 가천대!

    1 가천대 전경. 2 캠퍼스를 누비는 친환경 에코 순환버스. 3 가천대 지하캠퍼스에 마련된 독서 공간.

    2020년까지 10대 명문사학 진입

    2013학년도 입시 수시모집에서도 수험생들의 수시 6회 지원 제한 등의 조치에 따라 다른 대학의 입시경쟁률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가천대는 수시 1차에서 지난해보다 오른 2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적성고사와 학생부로 선발하는 적성고사전형의 경우 경쟁률 28.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학교 위상이 달라지면서 국내외 유명 대학이나 기관과의 교류도 빠르게 늘었다.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은 국내 의대 가운데 최초로 세계 최고 의대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공동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카자흐스탄 키맵대학, 우즈베키스탄 국립미술대와 교류협정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역량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 가천대는 5월 2일 인천시, 인천도시공사와 청년 일자리 창출, 인천시 관광 활성화, 2014년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밖에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과 데이터베이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도 체결했다.

    가천대는 이 같은 새로운 변화를 계기로 학교를 더 발전시켜 2020년까지 국내 10대 명문사학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명문대로 성장하기 위한 ‘2020 톱(Top) 10’을 선포했다.

    먼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학 특성화 발전을 위해 ‘G2N3+GL’ 전략을 내세웠다. 가천대가 보유한 세계 수준의 선도적 연구기관인 뇌과학연구소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을 중심으로, 영상의학과 첨단 의료기기 분야, 난치성 질환 치료 신약 개발 분야 등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원천기술 확보와 산업화를 달성하고 글로벌 수준의 연구기반(G2)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뒷받침하려고 국가 선도적 연구 분야 3개(N3)를 중심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는 것. 또 경영 분야, 건축 및 예술문화 분야, 공공 분야에서 차세대 사회지도자급 인력(Global Leader·GL)을 양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교수 경쟁력이 곧 대학 경쟁력

    한편, 학과 특성화를 비롯해 교육체계 혁신, 연구역량 혁신, 학사체계 혁신, 행정체계 혁신, 대학 경쟁력 강화 등 6대 혁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천대는 글로벌 명문대에 걸맞은 대학평가지표를 달성하고, 세계 수준의 첨단연구소 및 특성화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무엇보다 가천대는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연구환경 지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천대는 세계 3대 유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네이처’ ‘셀’ 표지 논문으로 수록될 경우 장려금 5억 원, 본지 논문으로 게재될 경우 1억2000만 원을 연구자에게 지원한다. 이 같은 파격적 지원은 교수 경쟁력이 곧 학생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석학을 적극 영입하는 등 우수 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조장희 박사, 국내 장수의학 권위자 박상철 박사, 바이오나노 분야 석학인 이은규 박사를 영입했으며, 우수 교원을 데려오려고 이길여 총장이 직접 외국에 나가 채용설명회와 면접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0대 명문사학에 당당히 입성할 수 있을지, 가천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글로벌 교육 거점’ 가천하와이교육원
    수도권 신흥 명문 가천대!
    가천대는 올 2월 우리나라 첫 해외 이민 정착지인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에 기숙형 교육원을 개관,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 기숙사 시설을 갖춘 어학센터를 낸 것은 국내 대학으론 가천대가 처음이다. 이길여 총장은 가천하와이교육원 개관식에 참석해 “어학연수뿐 아니라 하와이주립대 등 하와이의 여러 대학과 학점을 교류하고, 서로 교환학생을 파견해 세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우 가천대 기획처장은 “학생들이 가천대에 다니는 동안 영어만큼은 비용 부담 없이 배워 졸업 후 글로벌 인재가 되게 하겠다는 이길여 총장의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가천하와이교육원은 관광지로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지상 3층 규모로 2~3명이 기숙할 수 있는 방을 32개 갖춰 한꺼번에 7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방마다 최신식 에어컨과 주방, 샤워부스가 있으며 야외 수영장, 공동 라운지와 빨래방 등 쾌적한 환경과 시설을 갖췄다.

    가천대는 연간 학생 300명 이상을 4~15주간 하와이로 보내 어학연수와 현지 문화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글로벌 역량을 키워줄 계획이다. 방학 중 연수를 받는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와 왕복 항공료를 전액 지원한다. 학기 중 연수를 받는 학생의 경우 일부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올 1월부터 교수와 직원 1명씩을 파견해 학생들의 현지 적응을 돕고 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파견된 학생들은 영어 몰입교육을 받으면서 다양한 미국 문화를 체험한다. 학생들은 현지 정규 어학원인 임팩(IMPAC·International Mid Pac College)에서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수업을 받는다. 또 현지인을 만나 영어로 실생활을 체험하며 주어진 과제를 실행한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295명이 가천하와이교육원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7월 한 달 일정으로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박신영(22·산업디자인과 3년·사진) 씨는 “현지인과 인터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리스닝(listening) 능력이 부쩍 느는 등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천대는 앞으로 학생들이 하와이주립대에서 한 학기 최대 18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와이주립대와 학점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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