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0

2012.10.29

젊어서 잘 논 사람이 늙어서도 잘 논다

은퇴 후 여가활동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10-29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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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어서 잘 논 사람이 늙어서도 잘 논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우리나라 사람이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아마 ‘여행’일 것이다. 현역 시절 쳇바퀴 돌 듯 직장과 집만 오가며 지낸 사람이라면 은퇴 후 북적대는 도시를 떠나 새하얀 요트에 몸을 싣고 푸른 바다를 향해 떠나는 상상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배우자 손을 잡고 옛 신혼여행지를 찾아 추억에 잠겨보고도 싶고, 내친 김에 세계여행을 떠나고도 싶다.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따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붐비지 않는 평일에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은퇴생활의 즐거움 아닐까.

    직장인 대부분은 은퇴 후 삶을 여행과 취미활동으로 채우려 한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굳이 창업같이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일은 하려 들지 않는다. 청소나 생필품 구매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일만 서둘러 해치운 다음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레저활동에 쏟아붓는 것이 일반적으로 꿈꾸는 노후생활이다.

    이런 유형의 노후를 원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현역 시절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나머지 마치 배터리가 방전된 것처럼 더는 일할 열정이나 의지가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다. 이들은 이젠 일이라면 넌덜머리가 나는 터라 일에서 멀어질수록 행복을 느낀다. 또 다른 부류는 이미 돈과 명예를 거머쥔 사람이다. 이들은 더 성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노년을 고스란히 즐기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여가는 어떤 스타일?



    하지만 원한다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놀던 사람이 잘 논다’고 은퇴 후 삶을 제대로 즐기려면 젊어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09년 통계청이 부부를 대상으로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60대 응답자의 44%가 ‘여행’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나들이 한 번 가본 적 없는 부부가 은퇴했다고 갑자기 손잡고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2011년 통계청이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말이나 휴일 동안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라고 물었더니, 10명 중 7명(71.4%)이 ‘집에서 TV나 비디오를 보며 지낸다’고 응답했다. ‘여행’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8%였다. 현역 시절 주말에 TV를 보면서 소일하던 사람이 은퇴했다고 갑자기 변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은퇴 후 일상에서 탈출하길 꿈꾸지만, 그러려면 젊은 시절부터 노력해야 한다. 은퇴 후 여가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자신이 어떻게 여가를 즐기는지 알아야 한다. 여가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혼자형(Sole Style), 그룹형(Group Style), 정신형(Mental Style), 신체형(Physical Style) 등 4가지다. 혼자형은 주로 독서나 인터넷게임처럼 사물과 교류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룹형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상호교류하기를 즐긴다. 정신형은 독서나 요리처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신체형은 동적인 활동을 좋아한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당신의 여가활동 유형을 확인했다면 이 같은 여가활동을 즐기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여가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크게 시간, 돈, 파트너, 정보 부족 등 4가지를 꼽는다.

    먼저 ‘시간 부족’에 대해 살펴보자. 은퇴자 중에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여가를 즐길 틈이 없다는 사람도 꽤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은퇴 후 여가를 현역 시절 1년에 한두 번 가졌던 휴가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은퇴 후 여가는 현역 시절 휴가처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게 아니다. 이래저래 일이 많아 잠시도 짬을 낼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일 행동기록을 작성해보자.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분석해보면 여가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와중에 단 몇 분이라도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그게 바로 여가다.

    젊어서 잘 논 사람이 늙어서도 잘 논다
    고비용-저비용, 실외-실내 균형 맞춰야

    젊어서 잘 논 사람이 늙어서도 잘 논다

    한 노인복지시설 아코디언 연주반원들이 무료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돈이 없어 여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다. 보통 여가활동이라고 하면 골프나 요트처럼 돈이 많이 드는 레저활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년 이후 삶을 돈이 많이 드는 레저로 채우기엔 살아야 할 날이 너무 길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레저활동을 시작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돈 걱정이 든다. 일상탈출의 대가로 카드대금 청구서가 수북이 쌓일 테니 말이다. 따라서 윤택한 노후생활을 하려면 돈 안 드는 취미활동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젊어서부터 활동적인 여가와 정적인 여가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노후생활이 풍요롭다고 조언한다. 은퇴생활 초기에는 건강이 허락하기에 등산이나 여행 같은 동적인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은퇴 후반부로 갈수록 건강이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바깥활동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니 실내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소일할 수 있는 취미도 필요하다.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현역 시절 인간관계가 온통 회사 중심이었던 사람은 은퇴 후 여가를 함께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 여가를 함께할 파트너를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집과 회사만 오가며 생활한 탓에 앞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게 요즘 직장인이다. 그렇다고 가족에게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녀마저 성인이 돼 둥지를 떠나면 배우자와 단둘만 남는다. 하지만 해바라기처럼 마냥 배우자만 쳐다볼 수는 없다. 현역 시절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배우자와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은퇴 후 갑자기 부부 사이가 좋아질 리 있겠는가. 은퇴 후 제대로 된 여가를 즐기려면 가족 관계 회복과 지역사회 데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가활동의 또 다른 걸림돌인 정보 부족 문제는 큰돈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구청 및 주민센터 도서관, 노인종합복지관, 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다양한 여가활동 정보를 제공한다. 귀를 열고 발품을 좀 팔면 된다.

    윤택한 노후생활을 원한다면 먼저 은퇴 후 당신이 하고 싶은 여가활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시간, 돈, 파트너, 정보 가운데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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