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7

2012.10.08

“베트남 무어삽 놀이 정말 재밌어요”

한·베트남 다문화가정 청소년캠프… 엄마의 나라 문화 이해와 체험의 시간

  • 임은선 자유기고가 kshatria@daum.net

    입력2012-10-08 10: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베트남 무어삽 놀이 정말 재밌어요”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대나무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대나무 춤 무어삽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놀이다.

    “씬 짜오(Xin chao).”

    낯선 인사에 서울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 모인 청소년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오자이를 입고 베트남 말로 인사를 건넨 사람은 트란티 마이란 씨. 한국 이름으로는 ‘윤하영’인 그는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베트남 국기와 역사, 생활풍습, 명절 등 베트남에 대해 재미있게 소개했다. 베트남 추석음식인 ‘바인 쭝투(Banh Trung thu)’를 설명하면서 먹어본 적 있느냐고 묻자, 이정훈(16) 군을 포함해 아이 여러 명이 손을 번쩍 든다.

    ‘문화공간 어울림’에 큰 호응

    베트남 다문화가정 청소년인 이정훈 군을 비롯한 아이 80명은 베트남가정, 다문화가정 청소년이다. 이들이 국민체육진흥공단(KSPO)과 동아일보사가 공동주최하고, 서울 올림픽파크텔과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회장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이 공동주관한 다문화가정 청소년 캠프 ‘문화공감 어울림’에 참여한 것. 한·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아 열린 ‘문화공감 어울림’은 베트남 및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베트남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리였다.

    트란티 마이란 씨의 베트남 문화 소개가 끝나자 아이들은 5개조로 나뉘어 베트남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 전통 악기와 전통 음식, 베트남 인형과 바구니 등 베트남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소품을 전시한 작은 전시관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베트남 배경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치마로 된 전통 의상이었지만 아이들은 남녀 구별 없이 함께 입으며 즐겁게 사진 촬영에 임했다. 전통 모자를 거꾸로 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의 제기차기와 비슷한 ‘따까오’와 눈을 가리고 흙으로 빚은 돼지 모형을 깨뜨리는 ‘복돼지 잡기’ 놀이, 대나무 춤 ‘무어삽’ 등 베트남 놀이 체험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오른쪽.” “왼쪽.” “조금 뒤.” “쳐, 쳐!”

    눈을 가리고 흙으로 빚은 돼지 모형 대신 빨간 돼지저금통을 대나무 막대기로 내리치는 친구에게 같은 조 아이들은 큰 소리로 말했다. 돼지가 막대기에 맞아 부서지자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서정우(14) 군은 “사진과 책으로만 보거나 베트남 출신인 엄마에게 들었던 전통 놀이를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특히 복돼지 잡기 놀이는 돼지를 친 학생에게 선물을 줘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베트남에서는 흙으로 빚은 돼지를 쳐서 깨뜨리면 선물이 떨어진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대나무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대나무 춤 무어삽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놀이다. 박자를 맞추지 못해 대나무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신발이 날아가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대나무 사이를 지나다녔다. 가장 재미있는 놀이로 무어삽을 꼽은 김채원(16) 양은 “베트남 전통 의상 외에는 베트남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체험을 통해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고, 그 외 나라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무어삽 놀이 정말 재밌어요”

    2박3일 동안 열린 캠프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엄마의 나라’를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기회가 됐다.

    다문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5개조로 나눠 체험을 하던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다 같이 모여 앉아 베트남 추석 등불 ‘르억 댄’을 만들었다. 한국인이 추석에 보름달 아래서 서로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췄던 것처럼 베트남에서는 르억 댄을 들고 달밤에 모여 함께 행진하고 춤도 춘다. 르억 댄 만들기는 베트남 이주여성 이홍옥 씨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대나무를 엮어 별 모양 등불을 만드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등불을 만들었다. 엄마에게 배우는 엄마의 나라 베트남 문화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어울리고 놀면서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며 “엄마의 나라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캠프 ‘문화공감 어울림’은 베트남 다문화가정 2세가 문화적 차이로 겪는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먼저 교포가수 메이건 리,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가수 소모뚜, 개그맨 김준호 씨가 함께 하는 미니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또한 학교나 또래집단에서 발생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집단 따돌림을 막고 대인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도 있었다. 그 밖에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88서울올림픽 역사의 현장 탐방, 도시 문화체험 같은 즐거운 문화체험 시간도 가졌다.

    규리(12) 양은 “다양한 체험이 재미있었고 다문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하성수 서울올림픽파크텔 청소년팀장은 “아이들이 서로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동질감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캠프가 갖는 의의를 설명했다. 또 “이주민 140만 명, 다문화가정 자녀 16만 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편견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이번 캠프는 다문화 청소년의 사회 적응은 물론, 차별과 소외 없이 꿈과 희망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개관한 서울올림픽파크텔은 청소년 육성 사업을 하는 청소년 수련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소년소녀 가장, 도서벽지 청소년,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