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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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음반사 새됐어

싸이 ‘강남스타일’ 인터넷 통한 파상공세에 주도권 무너져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2-10-05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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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음반사 새됐어

    싸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강남스타일’의 기세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파죽지세다.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볼’ 기세다.

    언론은 흥분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비(非)영어권 음악이 빌보드 정상을 노리는 지금,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단순히 지역적 관점에서 바라볼 현상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토머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면서 음악은 공연이나 악보뿐 아니라 음반이라는 물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음반시장은 곧 하나의 산업이 됐고, 20세기 중·후반 이후 몇 개 메이저 레이블이 팝시장을 지배하는 체제가 굳어졌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디지털음악이 보편화하면서 이 체제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메이저 레이블이 아닌 인디 레이블 유통망을 통해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는 앨범이 종종 등장한 것이다.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아예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 스타덤에 오르는 뮤지션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들, 혹은 그 음악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국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한 뒤에야 본격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는 식이었다. 결국 인터넷시대의 월드 와이드 스타도 기존 메이저 음반사의 유통망이나 홍보력 없이는 큰 성공을 맛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은 다르다. 그런 한계를 모두 돌파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발표된 이후 아시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 누리꾼과 음악계 거물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유튜브 조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만으로도 세계 각국 차트를 포섭했다. 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메이저 음반사들은 이 파상공세에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음악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해온 서구 메이저 음반사의 배급과 홍보력이 처음으로 인터넷 힘에 밀린 것이다.



    음악산업 헤게모니 상징적 사건

    빌보드 차트 1위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한 마룬 파이브의 ‘One More Night’가 에어플레이(라디오 등을 통한 연주)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반면, ‘강남스타일’은 음원 다운로드에서 강세를 보인 사실이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One More Night’는 올드 미디어, ‘강남스타일’은 뉴 미디어를 통해 지지를 얻은 셈이다. 결국 ‘강남스타일’은 향후 음악산업 헤게모니를 누가 쥘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최근 몇 년간 적잖은 한국 가수가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비, 보아, 원더걸스 등. 그러나 그들 누구도 감히 성공했다고 얘기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유색인종이 음악산업의 중원을 장악하는 건 정치·사회적 맥락과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빌보드는 흑인음악을 별도 차트로 다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흑인음악을 백인화하면서 비로소 흑인음악은 ‘미국 음악’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히스패닉 뮤지션이 미국 주류 무대에서 스타가 된 것은 미국에서 그들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동양인의 인구비율이 크게 늘고 사회적 지위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곤 하지만 미국에서 동양인은 여전히 비주류다. 더욱이 흑인음악, 히스패닉음악 모두 영어 노래였음을 감안한다면 한국인이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미국 음악시장을 재패한다는 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가.

    ‘강남스타일’은 그 선입견을 하루아침에 깼다. 언어 장벽, 인종 구성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에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비영어권 음악의 세계 장악이 더는 무모한 도전이 아님을 실시간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이 문화적 통념을 깨는 순간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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