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2

2012.08.27

따뜻한 사운드 2030 사로잡다

추억의 LP

  • 이채강 인턴기자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lck0728@naver.com

    입력2012-08-27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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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사운드 2030 사로잡다

    최근 발매된 인기 팝가수들의 LP.

    추억의 물건으로 여겨지던 LP(Long Playing)가 패스트 뮤직(fast music)이 장악한 가요계에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음원의 등장으로 대중음악이 빠르게 소비되는 가운데 일부 마니아층을 통해 이어져온 아날로그 음악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음악 주요 소비자인 20~30대 역시 자연스레 MP3에서 LP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LP 전문 판매점 메타복스 대표는 “대중가요가 LP 형태로 제작되면서 20~30대 고객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리듬앤드블루스(R·B)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하 브아솔)이 대중가수로는 15년 만에 발매한 LP를 시작으로 대중가수의 LP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브아솔 소속사 산타뮤직 고기호 이사는 “국내에 LP 생산공장이 없어 일본에서 제작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브아솔이 LP를 발매한 마지막 가수가 될 줄 알았는데, 이후 많은 회사에서 LP 제작에 대해 문의해 놀랐다”고 말했다.

    브아솔에 이어 장기하와 얼굴들, 김C, 적우 등이 LP를 발매했고, 아이돌그룹 2AM은 5월 미니 음반 ‘피츠제럴드식 사랑 이야기’ LP 1000장을 한정 판매했다. 이 앨범을 구매한 고객층은 주로 20~30대였으며 주요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로 품절됐다. 2AM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김윤지 대리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하는 모든 음반은 LP로도 제작해 LP 시장에 꾸준히 숨결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LP에 대한 20~30대의 뜨거운 반응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LP 열풍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 음반 판매량 집계기관인 닐슨사운드스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LP는 약 400만 장으로, 이는 2008년 판매량보다 2배 이상 많은 수량이다.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린킨 파크 같은 인기 가수도 LP를 발매했다. 또한 미국과 영국 주요 팝스타들이 소규모 독립 음반점과 연합해 한정판 LP를 출시하는 ‘레코드 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에는 매년 LP가 3000장 이상 팔린다.

    레코드 스토어 데이와 비슷한 형태로 6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2회 ‘서울레코드페어’에는 관객 약 3500명이 찾았고 대부분 20~30대였다. 김영협 서울레코드페어 조직위원회 본부장은 “LP 추억을 회상할 만한 세대는 음반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며 “LP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20~30대가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LP의 따뜻한 사운드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P 수집이 취미인 오유장(35) 씨는 “CD보다 사이즈가 큰 LP에는 가수의 멋스러운 화보가 들어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다”고 말했다. 요즘 LP에는 음반 판매 마케팅의 일환으로 MP3 음원 쿠폰, 스티커 같은 기념품이 함께 제공되기도 한다. 턴테이블이 없는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도록 LP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따뜻한 사운드 2030 사로잡다

    LP를 찾는 젊은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1970~80년대 가요의 서정적인 가사도 젊은 세대가 LP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 상수동에서 LP 카페를 운영하는 권혁일 씨는 “예전 가요의 감성적인 가사를 좋아하는 20대 손님이 LP로 노래를 신청하곤 한다”고 말했다.

    가요계 LP 제작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6월에는 국내 유일한 LP 생산공장인 LP팩토리가 문을 열어 저렴한 비용으로 LP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한편, LP 열풍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음반 쇼핑몰 LP레코드 권영훈 대표는 “주요 구매층은 여전히 40~50대”라며 “젊은 고객은 호기심에 몇 번 들을 수 있지만 턴테이블 등의 하드웨어가 없으면 마니아층에 합류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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