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1

2012.06.11

커졌다, 세졌다 ‘디지털 사이니지’

통신과 방송 결합 제4 미디어 갈수록 영향력 확대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06-11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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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졌다, 세졌다 ‘디지털 사이니지’

    투명 LCD를 디지털 사이니지에 활용한 빅뱅 게이트.

    # 서울 강남역 신분당선 환승 통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사진으로 덮인 디지털 기둥이 눈길을 끈다. 빅뱅 홍보영상이 흘러나오는 매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분명 디스플레이인데 빅뱅의 새 앨범이 놓인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언뜻 창 안쪽에 전시물을 진열한 쇼윈도처럼 보이지만, 영상이 흘러나오는 투명 LCD를 채택한 것이다. 빅뱅 사진으로 덮인 기둥 사이를 지날 때는 다른 데서 들리지 않던 빅뱅 노래가 흘러나온다. 특정 방향으로 소리가 흐르는 지향성 스피커 덕분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채택해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앨범도 구매할 수 있다.

    # 서울 C극장 로비. 한쪽 벽면을 빔 프로젝트가 비춘다. 재미있는 영상이 요리조리 움직이는데, 영상에 손을 대니 터치스크린처럼 반응한다. 빔 프로젝트 옆에 장착한 카메라가 동작을 인식하는 구조다. 빔 축구장과 비슷한 원리다. 바닥에 비친 축구공 영상에 발을 가져다 대면 실물 축구공을 찬 듯 축구공 영상이 튕겨가는 빔 축구장은 늘 아이들로 붐빈다.

    # 서울 A커피숍과 D도너츠 가게. 주문한 음식이 나왔음을 알리는 진동벨에 작은 스크린이 달렸다. 주변 상점 홍보 영상이나 TV에서 보던 짤막한 광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잠재적 고객의 눈을 사로잡으려는 의도다.

    매년 19% 성장, 디스플레이 시장도 활기

    어느 순간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 age)’가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디지털 사이니지란 문자와 영상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디지털 광고판이라고도 하고, 제4 미디어란 별칭도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 곳곳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다양한 영상이 끊임없이 나온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친절하게 그날의 날씨와 뉴스를 알려주는 모니터를 접하고, 버스를 타도 디지털 사이니지를 만날 수 있으니 심심할 틈이 없다. 디지털 영상은 이제 TV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으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끌어모아야 하는 광고주 덕분에 디지털 사이니지가 눈을 뜨기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서 첨단기술을 응용하기 시작했다. 쇼윈도나 냉장고에도 일반 유리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투명 LCD를 넣어 정보를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네트워크를 연결해 실시간 제어도 가능하다.

    공공서비스에서도 디지털 사이니지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하철 플랫폼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은 지하철 출구를 몰라 헤매지 않도록 지하철역사 내 지도를 안내한다. 어떤 스크린은 인터넷에 연결돼 검색 기능도 제공한다.

    눈을 돌리면 어디에서나 디스플레이 화면을 접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 사이니지가 확산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디지털 사이니지와 전문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83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매년 19%씩 성장하고 있다. 2009년 1000억 원 규모이던 것이 2015년이면 3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침체된 디스플레이 시장도 디지털 사이니지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욕심을 낼 만하다. 사업자는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띄우고 제어한다. 통신과 방송이 결합해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때문에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라면 어디든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AT·T와 NTT 등 통신사업자가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KT가 NHN과 플랫폼 제휴를 맺은 데 이어 LG유플러스가 CJ파워캐스트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말 NHN과 플랫폼 제휴 계약을 체결한 KT는 최근 NHN에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KT는 전국에 디지털 사이니지 3만9000여 대를 갖췄다.

    디지털 사이니지도 한류

    커졌다, 세졌다 ‘디지털 사이니지’

    일본 요코하마 부르그13 극장에 설치한 CJ파워캐스트의 디지털 사이니지.

    LG유플러스와 CJ파워캐스트는 서로의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영업권을 공유하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주거지역 중심으로 단말기 1만3000여 대를 통해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진행한다. CJ파워캐스트는 코엑스몰과 이마트, CGV 등에서 3000여 대를 운영하고 있다. 고현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CJ파워캐스트와의 제휴에 대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양사가 보유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윈윈 구조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원격관리기술을 탑재해 관리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한 차원 높인 디지털 사이니지를 선보였다. 삼성SDS 디지털 사이니지는 서울 지하철 혜화역에 설치됐다. 디지털 전광판 수준의 기존 사이니지에 원격관리기술을 적용해 관리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격관리가 가능해 시스템과 운용체제(OS)에 장애가 발생해도 즉시 해결할 수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디스플레이는 주로 삼성이나 LG가 개발하지만, 개인용 컴퓨터(PC) 부문에서는 여의시스템, 에이텍, 넥사이트 등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이다. BBMC, 비전코스코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은 매체 성격에 특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후반 서울 강남역이나 코엑스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이니지가 퍼져나갔다. 일찍이 디지털 사이니지를 도입하고 개발한 한국 기업은 이제 이를 수출도 한다.

    CJ그룹 계열로 방송 송출 사업을 주로 해온 CJ파워캐스트는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통해 수출 기업으로 변신했다. 일본 티조이 계열 극장인 요코하마 부르그13(Burg13)에 처음 수출한 후 일본에 대한 수출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 아이티도 지난해 디지털 사이니지를 수출했다. 원격관리가 가능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개발해 유럽 푸조 자동차 매장에 공급한 것. 푸조 영업매장을 찾은 고객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화면을 이용해 원하는 차종과 색깔, 옵션 등을 미리 볼 수 있는 기기다.

    키오스크코리아는 초대형 투명 디스플레이 ‘아이스 7K’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투명 제품으로는 최대 규모인 70인치(177.8c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철탑인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634m)에 설치했다. 해상도는 1920X1080을 지원한다. 이명철 키오스크코리아 대표는 “일본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스카이트리에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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