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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석유모래가 캐나다 경제 망친다?

“돈 벌어 경제 활력” vs “제조업 수출 타격” 치열한 논쟁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석유모래가 캐나다 경제 망친다?

석유모래(oil sand)는 캐나다 경제의 독인가 약인가. 그동안 묵혀뒀던 이 천연자원을 본격 개발하면서 요즘 찬반 논쟁이 뜨겁다. 지금까지 석유모래 개발에 반대해온 가장 큰 명분은 환경보전이었지만, 최근엔 석유모래가 장기적으로 캐나다 ‘경제’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한 것이라 주목을 끈다.

이번 논쟁은 캐나다 전체 인구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온타리오 주의 댈턴 맥귄티 총리가 석유모래의 경제적 기능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석유모래를 개발하려고 중국과 미국 등 막대한 외국 자본이 캐나다로 유입되면서 캐나다달러 가치가 상승해 온타리오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나다달러 가치가 최근 많이 올랐다. 2003년까지만 해도 1캐나다달러는 미국 돈 67센트 선이었으나, 최근 몇 해 동안 환율은 일대일 안팎으로까지 상승했다. 캐나다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외자 유입을 꼽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석유모래에서 뽑아낸 원유 수출이 늘어날수록, 즉 오일 달러가 더 많이 들어올수록 캐나다달러의 강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연방 제1야당 신민당(NDP·New Democ- ratic Party)의 대표 토머스 멀케어도 맥귄티 주 총리의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당장 돈이 된다고 석유모래를 대규모로 개발한다면 다른 산업의 기반이 취약해지고 장기적으로 나라 경제가 무너지는, 이른바 ‘네덜란드 병’을 앓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병’은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한 뒤 제조업과 농업 같은 기본 산업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겪게 된 병폐에 대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77년에 붙인 말이다. 게다가 멀케어 대표는 석유모래 원유를 가리킬 때 꼭 환경운동권 용어인 ‘더러운 기름’이라고 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산업기반 취약 ‘네덜란드 병’우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석유모래 산지인 앨버타 주의 앨리슨 레드퍼드 총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석유모래 원유를 판 돈이 당장은 앨버타로만 흘러들지만, 이 돈으로 앨버타 주민과 기업이 다른 주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게 돼 결국 나라 경제에 활기가 더해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레드퍼드 총리는 석유모래를 개발해 해외, 특히 중국에 수출함으로써 앨버타는 물론 전국 경제의 대들보로 삼는 일에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 한다.

앨버타에 인접한 서스캐처원 주의 브래드 월 총리 등 캐나다 서부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레드퍼드 총리를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낮은 캐나다 돈의 가치에 기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발상이야말로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비난한다.

이 논쟁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구보고서 또한 찬반으로 갈린다. 같은 사례를 찬성 보고서와 반대 보고서가 각각 아전인수 격으로 인용하기도 했다. 스티븐 하퍼 총리가 이끄는 연방 정부는 변함없이 앨버타 주 정부를 지지하고 열성적으로 후원한다.

한 나라에서 석유를 발견하면 보통 온 국민이 환호할 것이다. 캐나다 석유모래는 최근 발견한 것이 아니다. 모처럼 석유모래를 지렛대 삼아 캐나다가 석유 수출국에 올라설 기회를 잡았는데도 내부에서 딴죽을 거는 것은 기이하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캐나다가 중앙집권제가 아닌, 연방제 국가라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석유를 포함해 기업이 지하자원을 개발할 경우 그 허가를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정부로부터 받고, 이후 지급하는 채굴료, 즉 로열티도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정부의 금고로 들어간다. 이러니 캐나다의 한 주가 오일 달러 덕에 부자가 된다고 해서 다른 주들이 기뻐할 까닭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배만 아픈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주들이 석유모래 개발을 경계하는 것을 지역이기주의라고만 할 수는 없다. 네덜란드 병에 대한 우려가 사실일 뿐 아니라, 석유모래 개발 이전부터 캐나다 모든 지역 지도층 인사들은 캐나다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왔기 때문이다.캐나다 경제는 과거 식민지 시절부터 현재까지 천연자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약 400년 전 프랑스 사람들이 유럽계 주민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나라에 정착했을 때 가장 중요한 생업이 원주민이 잡아온 야생동물의 모피를 유럽에 파는 일이었다. 그 뒤 영국계 주민이 정착해 프랑스계와 함께 살면서도 목재, 지하광물, 수산물 등 천연자원을 외부에 판매하는 일이 경제의 기둥을 이뤘다.

캐나다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선진국이라면 국가를 대표하는 몇몇 산업 브랜드가 있다. 예컨대 영국 모직물, 프랑스 럭셔리 패션, 일본과 독일 가전제품, 미국 영화 등이다. 천연자원에 기대온 캐나다는 국가를 대표할 이렇다 할 브랜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천연자원으로 등장한 것이 석유모래다. 캐나다 전체 경제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냥 기뻐하기도 어렵다.

경제 체질 바꾸기 시급한 과제

온타리오 주 맥귄티 총리가 앞장서 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개인적 야심이 깔렸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는 지금 미래의 선진 산업으로 청정에너지를 꼽고, 자신의 주가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이 분야의 선두 주자 자리를 굳히도록 하는 프로젝트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로 온타리오 주 경제에도 찬바람이 불던 2008년 새로운 활로를 고민하면서 맥귄티 총리는 풍력과 태양열 발전 등을 차세대 개발 동력으로 선택했으며, 사업 추진은 민간에 위탁키로 했다.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독일의 사업 방식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온타리오 주 파트너로 2010년 계약한 민간기업이 한국 삼성이다. 삼성 리뉴어블 에너지 사(Samsung Renewable Energy Inc.)가 70억 달러를 투자해 온타리오 주 곳곳에 풍력 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한 뒤 60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맡아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방식으로 생산한 전력은 재래식 전력보다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수요자에게 더 비싼 요금을 징수할 수 없기 때문에 온타리오 주 정부가 일정한 보조금를 지급해주기로 보장했다.

이 계약을 놓고 온타리오 주 정부의 야당은 물론, 맥귄티 총리가 이끄는 여당(자유당) 안에서도 밀실거래, 특혜 같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는 밀고 나갔다. 지난해 주 총선에서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 후보는 자신이 주 정부를 맡으면 삼성과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어려운 선거를 통해 맥귄티가 재집권했다.

맥귄티 총리는 무공해 에너지 공급을 통해 온타리오 주 경기를 살리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사업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온타리오 주의 기업이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청정에너지 산업을 통해 온타리오 주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그로서는 오염 논란이 거센 석유모래가 나라 경제의 중심에 서는 것이 결코 달가울 리 없다.



주간동아 2012.06.11 841호 (p46~47)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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