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6

2011.10.04

“나눠 보세요, 기쁘고 행복해져요”

‘대통령의 귀’ 박인주 사회통합수석비서관…재능 기부 멘토링 시스템으로 100만 인재 양성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0-04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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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눠 보세요, 기쁘고 행복해져요”
    청와대 대통령실 산하 사회통합수석실은 ‘대통령의 귀’에 비유할 수 있다. 민생현장에서 들려오는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통합수석실은 올해 1월부터 대국민 소통 확대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12테마 120민생현장 전국 릴레이 방문’을 진행해왔다.

    박인주(61) 사회통합수석비서관(이하 수석)을 필두로 사회통합수석실 직원이 전국 각지의 장애인, 노인, 한부모 및 다문화 가족, 보육시설, 사회적기업, 노숙인 및 부랑인 시설, 원폭 피해자, 진폐환자, 한센인, 탈북자, 농어민 등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와의 만남을 통해 공생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나눔 문화 실천을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9월 27일 사회통합수석실에서 박인주 수석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었다.

    나눔으로 5대 갈등 지수 낮춰야

    ▼ 민생현장 릴레이 방문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한국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성장의 한쪽에선 상처 입고 절망에 빠진, 아픈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념·계층·지역·세대·노사 등 5대 갈등으로 갈등지수가 높아졌습니다. 갈등지수를 낮추려고 한 것이 민생투어의 계기입니다. 낮은 자세로 현장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잘 듣고, 그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민생투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새날학교’ 사례를 꼽았다. 재혼 이주여성이 현지에서 낳은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제2의 코시안’이라 불리는 이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규교육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을 담당할 수 없다 보니, 많은 제2의 코시안이 대안학교인 광주 새날학교에 몰려들었다. 그런 새날학교가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사회통합수석실이 나섰다. 광주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새날학교가 광주교육청의 위탁운영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폐쇄 위기를 넘긴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요.

    “이명박 대통령부터 재산을 대부분 사회에 환원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8월에는 이태석 신부 같은 나눔 유공자를 발굴해 국민 이름으로 포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전반에 나눔 문화를 확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득세법을 개정해 금년부터 기부금의 소득공제 인정 한도를 개인은 소득액의 20%에서 30%로, 법인은 5%에서 10%로 상향했습니다. 또한 ‘자원봉사 1365포털’을 운영하는 등 자원봉사를 활성화해 나눔 문화를 확산하려 노력 중입니다.”

    ▼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가 소외된 사람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친서민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복지 지출을 꾸준히 확대해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의 복지예산을 확보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뿐 아니라 장애인연금제도, 미소금융, 든든장학금, 보금자리주택 등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10년 대통령실 산하에 사회통합수석실을 둔 것도 소외된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나눔 선순환 위한 민관 협력체계 구축

    “나눠 보세요, 기쁘고 행복해져요”
    박 수석은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회 전체적으로 나눔이 활성화하고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나눔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습니다. 민간의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할 생각인가요.

    “국가가 할 몫이 있고 민간이 할 몫이 있습니다. 정부는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맡아야 합니다. 일례로 과거에는 기부단체에 기부하면 어느 곳에 했느냐에 따라 세금 공제 혜택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공제 혜택을 받는 기부단체의 요건을 어떤 단체까지만 되고 나머지는 안 된다고 규정한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에서 사익을 추구하거나 불법 단체가 아닌 한 모든 단체가 가능하도록 한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으로 바꾸었더니 소액기부가 훨씬 늘어났습니다.”

    ▼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민간 자원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할 정부가 일회성 행사에만 치중한다는 쓴소리도 나옵니다만.

    “정부가 소외계층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틈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원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나눔에 대한 국민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나눔 활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이 나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홍보도 강화해야 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적인 나눔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한국은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정부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소임을 다하려고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012년 0.15%, 2015년 0.25%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과 그동안의 발전 경험을 살린 개발협력 콘텐츠를 개발해 기존의 선진국과 차별화하면서도 효과적인 ODA 사업을 추진하려 합니다. ODA 사업 추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입니다. ‘두 손으로 드리는 따듯한 원조’를 통해 상대국가와의 단기적 이해관계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흥사단 이사회 회장, 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을 역임한 박 수석은 “나눠 본 자만이 기쁨과 행복을 안다”며 “기부와 봉사로 대표되는 나눔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석실 직원과 경기 의정부시 ‘이삭의 집’에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청소도 하고, 고아가 먹고 싶어 하는 피자나 짜장면도 먹으며, 함께 영화도 봤습니다. 그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역 대학생이 주말마다 이곳에 와 학습지도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서 한국 사회의 희망을 봤습니다.”

    자발성과 지속성, 그리고 무(無)대가성이라는 나눔의 특성을 체험하며 나눔을 실천해나가는 대학생을 보면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그 과정에서 나눔 활동을 벌이는 전국의 대학생을 소외된 이웃과 연결해주는 멘토링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대학생 멘토로 하여금 인생 상담과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등을 하게 함으로써 소외된 어린 학생을 돕자는 것. 대학생이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는 일종의 재능 기부인 셈이다.

    “멘토 10만 명을 양성해 멘토 한 사람당 10명의 멘티를 연결하면 100만 명의 미래 인재를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듯 나눔 활동은 한국 사회의 건강과 비전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우리가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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