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2017.03.15

특집 | 점입가경 중국 사드 보복

롯데, 사드 보복에 ‘10조’ 날아가나

롯데마트 절반 이상 영업정지, 여행객 발 묶는 중국 정부…더 큰 파도가 몰려온다!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3-13 18: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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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2월 28일 롯데그룹의 ‘사드 대지 교환 확정’ 발표 이후 ‘롯데 때리기’로 구체화되고 있다. 3월 4일 롯데마트 랴오닝성 단둥완다점과 둥강점, 저장성 샤오산점, 장쑤성 창저우2점이 소방안전·위생법 위반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 시작해 그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3월 8일 하루만 16곳이 추가로 영업정지되면서 중국 내 롯데마트 절반 이상이 한 달가량 셔터를 내리게 됐다.

    지역별로는 화동법인 51개(장쑤성 41개, 안후이성 4개, 저장성 4개, 산둥성 2개), 동북법인 2개(랴오닝성 2개), 화북법인 2개(허베이성 2개)다. 현재 롯데그룹은 중국에 마트 99개 외 슈퍼마켓 13개, 백화점 5개 등 120개 유통계열사 점포를 운영 중이다. 중국 롯데마트 한 달 평균 매출액이 1000억 원임을 감안할 때 영업정지 점포 수에 따른 월매출 손실액은 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매출액만 따졌을 때 금액으로 그 밖에 협력사의 기대수익 손실, 대외 신뢰도 추락 등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업정지 조치가 한 달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소방안전시설 및 위생시설 미흡에 따른 보강 작업은 바로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추후 또 어떤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장기화할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롯데마트의 1년 매출액은 약 1조1300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이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영업정지까지 지속되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임금 지불

    문제는 롯데마트에서 시작된 중국의 ‘롯데 보복’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다. 롯데그룹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미 마트뿐 아니라 롯데식품(롯데제과, 롯데칠성)에 대한 보복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롯데제과의 요구르트맛 사탕에서 금지 첨가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을 소각했고, 롯데제과와 미국 허쉬사(社)가 합작해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에 대해서도 3월 7일 소방안전시설 미흡을 이유로 1개월 생산 정지를 결정했다.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은 허쉬 키세스, 허쉬 바 등을 생산하며,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판매되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도 수출된다. 매출은 연 800억 원 규모다.



    심지어 중국 내 다른 유통업체들도 당국의 사드 보복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태국계 유통업체 로터스는 광둥성 33개 매장에서 열기로 했던 한국 식품 판촉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고, 앞서 베이징에 진출한 프랑스계 대형유통업체 까르푸 역시 3월 6일 시내 12개 지점에서 한국산 제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중국 국유 유통업체 화룬완자와 텐흥쇼핑몰 등도 한국 식품 판촉행사 및 신규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마트 등 유통업은 ‘반한감정’ 같은 소비자의 심리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사업 분야인 만큼 중국 내에서 고전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롯데마트는 영업정지 기간에도 현지 직원들의 임금을 100%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노동법은 특정 사업체가 소방안전·위생법 등을 위반해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임금의 100%, 그 후에는 70%, 두 달이 경과하면 50%를 지급하게끔 돼 있다. 현재 중국 내 99개 롯데마트 점포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 수는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로도 옮겨붙고 있다. 중국 내 롯데그룹 계열사는 총 22개로 백화점·마트·영화관 같은 유통업뿐 아니라,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롯데호텔·롯데월드·롯데캐피탈·롯데상사 등이 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수만 2만6000여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이 중국 당국의 보복에 강하게 반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대부분 정부의 인허가를 취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3조 원 규모의 랴오닝성 선양 롯데월드타운 사업이 지난해 말 일시 중단된 것도 중국 측 사드 보복의 전초전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월드타운 사업은 대형쇼핑몰과 호텔, 테마파크,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총대지 16만㎡, 건축면적 150만㎡ 규모다. 2008년 착공에 들어가 2014년 백화점, 영화관 등 1기는 이미 준공돼 운영 중이며, 테마파크와 아파트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돼왔다. 선양 당국은 롯데월드타운 내 초고층건물 높이를 100층 규모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조건하에서 지난 연말에야 허가를 내줬지만, 곧 중국 지방정부에 공사 일정 등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때만 해도 롯데그룹 측은 중국의 몽니를 사드 보복으로 명명하기를 꺼렸다. 양국 간 외교 문제인 만큼 롯데그룹이 직접 나서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다. 그 무렵 베이징에 진출한 롯데슈퍼 매장 3곳이 폐쇄됐을 때도 그 이유를 “비효율 영업 점포의 구조조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현지의 반(反)롯데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자 롯데그룹 측은 뒤늦게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의한 현상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3월 5일에는 그룹 차원에서 ‘중국 현황 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처음으로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롯데그룹은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주재로 주요 임원들이 참석해 중국 관련 현안을 점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를 비롯한 중국 진출 기업의 피해 및 기업 활동 위축과 관련해 정부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중국 전 주재원과 상시 대응체계를 갖추고 롯데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롯데의 공식적인 움직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단 정부에 구조요청(SOS)을 하는 형태로 간접적인 항의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정부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작은 불이익은 감수하겠다는 생각이었을 텐데, 지금처럼 롯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 등에서는 롯데 제품 불매 목소리가 높다. ‘LOTTE라는 상표가 붙은 제품은 구매하지 말자’는 내용과 함께 롯데 제품 사진을 모아놓은 페이지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중국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쌓아두고 굴착기로 부수는 과격한 모습도 웨이보에 올라왔다.



    중국 내 사업 철수는 없다?

    또 한 가지 복병은 3월 15일 방송 예정인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다. ‘완후이’는 매년 3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특정 제품의 불량, 서비스 미흡, 속임수 사실 등을 제보받아 파헤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몇 년간 주로 외국계 기업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2011년 금호타이어 제품이 품질 면에서 논란이 됐고, 베이징현대 등도 중국 소비자의 불만 접수 건수가 늘어나는 사례로 보도된 바 있다. 올해는 롯데그룹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중국 내 사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게 빤한 만큼 롯데그룹도 이 부분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방송이 어떻게 나가느냐에 따라 사드 보복 양상이 또 한 번 달라질 것 같다. 분명한 건 지금보다 더 힘든 시기가 오리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속화될 경우 차라리 롯데그룹이 중국 내 사업을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사업 부진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공격했던 빌미가 되기도 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골치 아픈 중국 내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시각인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 중국 정부에게 밉보이는 것이다. 어떻게든 계속 공격받게 돼 있다. 롯데는 중국 내 사업 대부분이 적자투성이인 만큼 조만간 중요한 결단의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중국에 처음 진출한 1994년 이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시장인 만큼 유통업과 식음료업에서 비전이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투자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이 중국에 쏟아부은 금액만 10조 원이 넘는다. 반면 롯데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시장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중국은 그중 30%가량을 차지한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도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영업손실은 롯데백화점이 830억 원, 롯데마트가 124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적자 가운데 80~90%가 중국 내 사업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롯데그룹은 이번 사드 보복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 사업을 전반적으로 면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중국에서 철수는 논의 사항 자체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중국 당국의 조치로 타격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중국 내 사업을 접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진출은 롯데그룹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해온 일로, 단순히 수익성만 놓고 사업 철수를 운운하는 건 맞지 않다. 더욱이 모든 계열사가 적자인 건 아니다. 롯데식품은 줄곧 흑자를 이어오는 등 그룹 차원에서 기대를 거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필수 코스였던 롯데면세점, 롯데마트가 외면받기 시작한 것. 관광업 종사자들에 따르면 한국으로 고객을 송출하는 중국 현지 여행사의 상당수가 롯데면세점과 롯데마트를 여행 일정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한다. 인바운드 전문의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으로 하루에도 몇십 대의 관광버스를 들여보내던 여행사가 최근에는 2~3대밖에 들여보내지 않는 식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단체여행객 유커가 급격히 줄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롯데면세점 대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개별여행객(싼커)의 변심은 더욱 빠르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발등의 불

    실제로 3월 7일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져 한산하기까지 했다. 케이팝(K-pop) 스타들의 홍보 동영상과 핸드프린팅으로 장식된 면세점 입구부터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관광객은 2명 정도였고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화장품 매장을 제외하고 매장 대부분이 비어 있는, 다소 낯선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명품 의류나 액세서리 매장 앞 복도는 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면세점 내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전부터 관광객이 줄어들어 요즘에는 의류 매장을 찾는 중국인 손님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만 해도 롯데면세점 측은 “유커가 줄어든 자리를 싼커가 채워주고 있어 매출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지금처럼 관광객이 의도적으로 방문을 꺼리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원래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쇼핑 성지’로 알려져 중국인 관광객으로 늘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었다. 라면 등 한국 식료품코너를 비롯해 중저가 화장품 매장, 푸드코트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최근 이곳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3월 7일 정오 롯데마트 서울역점 푸드코트는 점심시간임에도 텅 비어 있었다. 손님은 거의 인근 주민이었다. 가끔 들리는 일본어나 영어 덕에 마트 안에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 정도였다. 한국 식료품이 대거 진열된 곳에도 중국인 손님은 거의 없었다.

    롯데마트 내 화장품 매장도 조용했다. 매장 직원들은 상품 진열대를 정리하거나 계산대 앞에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품 매장의 점원 윤모(26) 씨는 “2월 말부터 관광객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12월 매장을 방문한 중국인 손님이 10명이었다면 지금은 3~4명밖에 안 된다. 중국어로 손님을 맞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한국 방문 금지 조치 이후 마트 매출 하락이나 중국인 손님 감소에 대해 아직 조사한 내용이 없어 실정을 알기 어렵다. 현재 중국 현지에 입점한 롯데마트의 영업정지나 롯데 제품 불매운동 등을 파악하는 데도 손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3월 15일부터는 단체관광객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2일 중국 국가여유국은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한국행 여행상품을 전면 판매 중단하라고 구두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행 단체관광은 물론이고, 자유여행이라도 온·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끊고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이 금지된다. 한국행 관광상품 모객을 즉각 중단하되, 이미 계약된 관광상품은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했다. 지난 연말 한국행 단체여행 정원을 20%가량 축소한 데 이어 한국 관광산업을 겨냥한 사드 보복 조치를 노골화한 셈이다.

    특히 개별여행객보다 단체관광객이 많은 제주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제주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크루즈 116만 명, 항공편 306만 명이다. 제주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지속되면 올해 예상 관광객 중 200만 명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주 내 중국계 운영 여행사 78곳과 중국 전담 지정여행사 5곳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기항 크루즈의 97%를 차지하는 중국발(發) 크루즈도 3월 15일 이후 더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면세점과 관광버스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더는 한국행 관광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국내 여행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유커보다 싼커를 위한 관광정책을 늘리고, 최근 들어 조금씩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 무슬림 등으로 관광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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