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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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문 분석 | 朴 대통령 파면 이유… ‘지속적 헌법 침해 우려’

파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압도적’으로 커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7-03-13 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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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헌재) 대심판정은 무거운 침묵이 지배했다.

    이날 오전 헌법재판관 8명은 평소보다 1시간 빠른 7시 50분쯤 출근을 마쳤다. 재판장인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마음의 결정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정문을 통과했다. 이 권한대행은 긴장한 탓인지 머리에 헤어롤 2개를 그대로 꽂은 채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 오전 11시 정각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다”는 이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재판정 분위기를 일순간 긴장케 했다. 이 권한대행은 7288자의 결정 요지문을 차분히 낭독했고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끝으로 다른 7명의 헌법재판관과 함께 재판정을 나갔다. 걸린 시간은 21분이었다. 사안이 복잡해 1시간은 족히 걸리리라는 예상을 엎은 것은 물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발표 시간 25분보다도 짧았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9일 이후 휴일을 제외한 매일 평의를 진행했고,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84시간50분. 증거자료 4만8096쪽과 속기록 3048쪽 등 총 6만5000여 쪽의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당사자 이외의 탄원서 자료도 40박스 분량일 만큼 전례 없이 압도적이었다. 92일간 이어진 탄핵심판은 이렇게 끝났다.



    “사건번호 ‘2016헌나1’ 선고”

    헌재 결정을 들여다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모든 사안에 ‘8 대 0’ 결론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만큼 헌법재판관 간 충분한 의견 조율과 합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위가 제출한 13가지 탄핵안을 4가지로 압축해 판단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 등 대통령 권한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보호의무와 직책성실성의무 위반 △언론의 자유 침해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등이다.

    이 가운데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세월호 사고 관련은 대통령 파면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의 경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게 지시해 6명의 1급 공무원 가운데 3명의 사직서를 수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통령과 연관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언론의 자유 침해의 근거가 됐던 세계일보 사장 해임건 역시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이 권한대행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번 판결의 숨은 포인트가 드러난다. 즉 무능력은 헌재의 판단 범위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 대목에서는 헌법재판관 2명이 ‘보충의견’을 냈다.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이다. 이들은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부터 7시간이 지날 때까지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 지시만 했다”며 “이 지시에는 현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관한 인식이 없고 어떤 해법을 강구할지에 관하여 어떠한 고민도 담겨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대응이 ‘지나치게 불성실’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결정의 핵심 대목은 대통령의 파면 근거가 된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이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정호성을 통해 최순실에게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서를 전달한 점, 안종범을 시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 원을 받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게 하고 대통령과 최순실이 운영한 점, KT와 현대자동차그룹, 롯데 등을 이용해 최순실이 사익을 취하도록 지시 혹은 방조한 점 등을 모두 사실관계로 인정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등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검찰이 인정했던 범죄 혐의만 사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가 삼성과 관련한 뇌물 혐의를 중요하게 다룬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특검 수사 결과가 헌재의 최종 변론기일 이후 나와 참고자료로만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결국 공문서를 최순실에게 전달한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비밀 엄수 의무 위배,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한 것은 헌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배, 또 두 재단법인의 의사결정을 최순실이 한 것 등은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재는 이례적으로 그동안 대통령의 태도로 미뤄보아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이러한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했다”면서 특히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무수행 허용 불가”

    마지막은 정치적 심판인 탄핵심판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 판단으로 이어졌다. 법률 위반이 있더라도 중대성 여부에 따라 판단의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국가 중대 사안을 결정하면서 이익형량, 즉 파면할 때와 파면하지 않을 때 어떤 것이 국가에 더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했다.

    헌재 재판부 전원은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밝혔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의 ‘직무수행 계속 허용 불가’를 확인했다.

    보수성향의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장문의 ‘보충의견’을 통해 이번 심판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결정임을 분명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헌재는 사실관계에서 논란의 여지나 반론이 있을 만한 부분을 과감하게 피하고, 헌법 가치와 헌법 수호 관점을 중심으로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헌재는 탄핵소추안의 가결 절차와 관련해 흠결이 없다는 점도 밝혔다. 특히 재판관 8명이 결정하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 이유로는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란 점을 들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 요지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 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 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저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 일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 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결정에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재판장인 저나 주심 재판관이 임의로 개인적으로 진행한 상황은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그간 3차례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갑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12명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 결정 및 1건의 사실조회 결정, 피청구인 측 증거인 을제60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17명의 증인, 6건의 문서송부촉탁 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 결정을 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 조사된 자료는 4만8000여 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자료들도 40박스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고자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가결 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헌법상 탄핵소추 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됩니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 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 위배 행위 부분과 종합하여 보면 소추 사유를 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 법사위에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발의 시 사유 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탄핵사유는 개별 사유별로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사유 전체에 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안으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 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규정도 없습니다.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관의 공무상 출장이나 질병, 또는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재판관 임명까지 사유의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탄핵의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 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는 헌정 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 여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습니다.
    이제 탄핵사유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탄핵사유별로 피청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진하였으며 장관이 된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합니다.

    다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은 국기문란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음,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관한 점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보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추상적 의무 위반으로 탄핵소추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음으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과 미국 국무부 장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 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그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추구를 도왔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자동차 부품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의 거래를 부탁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K스포츠를 설립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재단법인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의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습니다.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에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특정인 두 사람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KT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 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습니다.

    한편, 최서원은 K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K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K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더블루K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하여 그랜드 코리아 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K가 스포츠팀의 소속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K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K가 이익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체육인재육성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K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 보겠습니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익의 실현 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K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케이디 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여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혐의로 구속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규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사유를 구상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 탄핵 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선고를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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