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2017.03.15

책 읽기 만보

은퇴에 대한 생각 바꿔야 하는 이유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3-13 16: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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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절벽을 넘어 다시 성장하라
    알렉스 자보론코프 지음/ 최주언 옮김/ 처음북스/ 312쪽/ 1만6000원


    “몇십 년 전, 여러 국가가 연민의 차원에서 가난한 노년을 대비하는 안전망을 제공해줄 목적으로 노년층 대상 복지 제도를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20세기 후반에 의학이 발달해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복지 프로그램의 크기와 비용도 극적으로 늘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노령 인구가 지금처럼 급증하면 국가가 세금으로 연금을 유지하고 충당할 수 있는 한계도 금방 넘어버린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의학박사이자 노인 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미래의 경제공황은 노인 복지 제도 때문에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 수명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 비해 노동 인구는 줄기 시작했다. 노인 복지를 현재처럼 유지하려면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노동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머지않아 노령 인구 한 명에 드는 비용을 노동 인구 한 명이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닥칠 것이다.

    국가 경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막으려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노령 인구의 은퇴 개념을 바꿔 노동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더 일하는 것이다. 몇 년 더 일하고 복지 프로그램 수혜 시기를 늦추면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노년층이 65세 이후에도 계속 노동에 참여하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나이 든 노동자는덜 생산적이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인식, 최신 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배울 마음조차 없어 변화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생각 등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평화롭고 우아한 은퇴는 지난 50년 동안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로서 모든 나라의 노년층이 기대하는 희망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은퇴 후 따뜻한 곳에서 여가를 즐기고 소일하며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 너무 길다. 경제적 혹은 사회적으로 은퇴 준비가 끝난 소수를 빼고 나면 대부분 은행 잔고가 점점 줄어들고, 건강악화와 함께 생활이 쪼그라드는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나이는 먹었지만 노쇠하지 않고 노동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돈을 오랫동안 버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경영자 처지에서도 풍부한 경험과 노동력을 겸비한 숙련된 인력을 더 고용할 수 있으면 결코 손해가 아니다. 또한 최근 급격히 진전하고 있는 의학이 신체 기능 저하를 막아줄 것이기 때문에 나이 제한 없이 오랫동안 일하는 시대가 오리라 전망된다. 물론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벌어지지 않고 청년 일자리가 줄지 않는 등의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도 2018년이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를 넘어가는 ‘노령 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노동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 국민연금은 2060년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은퇴에 대한 자세를 바꿔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한국인이 캐낸 그리스 문명
    김승중 지음/ 통나무/ 392쪽/ 2만5000원


    서양 문명 저변에 흐르는 물줄기는 그리스 문명과 기독교 문화다. 서양의 실체와 서양이 주도한 현대문명을 제대로 알려면 그리스 문명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스는 신화에 기반을 둔 서사시, 비극 등의 문학과 이성 중심의 학문인 철학, 수학, 물리학의 발상지다. 한국인 눈으로 그리스 예술을 다루고 한국인 감성으로 그리스 문명을 설명한다.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선대인 지음/ 인플루엔셜/ 300쪽/ 1만5800원


    저성장, 인구 감소, 기술 빅뱅, 로봇과 인공지능이 맞물리면서 일자리가 급변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가장 많은 수의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고, 기계 사용으로 인건비가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제도적 측면이 아닌 경제구조 차원에서 한국형 일자리의 변화를 짚는다.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공진수 지음/ 대림북스/ 236쪽/ 1만3000원

    화를 내면 까칠한 사람, 성격이 안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곤 한다. 어릴 때부터 이 같은 억압 학습으로 ‘화 한번 안 내는 사람’을 성격 좋은 사람 취급한다. 그러나 분노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을수록 폭발 에너지는 커진다. 저자는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보다 분노 감정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훈련과 연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바다출판사/328쪽/ 1만4000원


    프랑스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전생에 프랑스인이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사는 꿈까지 꾼다. 평생 쌓아온 프랑스 사랑의 결실을 맺고자 57세 아저씨는 프랑스어 배우기에 도전한다. 로제타스톤과 씨름하고 기억법을 활용해 단어를 외우며 어학연수도 떠나보지만 끝내 프랑스어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





    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열린책들/480쪽/ 1만3800원


    폴란드 난쟁이 백작 유제프 보루브와스키의 생애를 그린 소설. 유제프는 다 자랐을 때 키가 99cm에 불과했지만 신체 비율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뤘고 용모도 아름다웠다. 폴란드의 백작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의 몰락으로 다른 귀족 집에 맡겨진 뒤 장난감이라는 뜻을 가진 ‘주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귀족들의 광대 구실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교실 속으로 들어간 독서토론
    김은주 외 7인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320쪽/ 1만5000원

    경기 시흥혁신교육지구에서 2011~2015년 5년간 진행한 독서교육 이야기를 엮었다. 시흥시 8개 초교에 파견된 저자들은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방식으로 독서토론 수업을 진행했다. 책을 싫어하던 아이, 발표를 꺼리던 아이가 독서토론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독서토론 교사들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312쪽/ 1만6000원


    아프리카 물 부족 국가에 식수 펌프를 보급하려 했던 ‘플레이펌프스인터내셔널’은 선의와 열정만 앞세워 사업을 진행했고 결국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며 폐업했다. 펌프 동력 공급을 위한 노동에 아이들이 동원되면서 사고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타적 행위가 실제 세상에 득이 되는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냉정한 판단을 밑바탕에 깐 선행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492쪽/ 2만 원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이 서로 의미를 공유함으로써 이해와 합의에 도달하고 거기에서 공동체 규범으로서의 문화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커뮤니케이션 구조 및 관행과 관련해 탁월한 업적을 이룬 월터 리프먼, 마셜 매클루언, 앨빈 토플러, 백남준, 테드 터너 등 10명의 인물을 다룬다. 커뮤니케이션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고 노력할 때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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