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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회장님”… 속타는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잇단 모호한 행동 … 금호그룹 소송엔 침묵, 일단락된 뉴욕한국센터는 매각 시도

  • < 특별취재반 >

“못 말리는 회장님”… 속타는 무역협회

“못 말리는 회장님”… 속타는 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 이하 무협) 임직원들은 요즘 자회사인 한국도심공항터미널㈜ 2대 주주인 금호그룹의 이상한 행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난 4월21일 한국도심공항터미널㈜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임시 주총을 소집해 달라고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금호측이 갑자기 “소송 중단”(금호측 표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소송의 궁극적인 목적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호측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소송을 중단”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실무적으로 얘기가 잘 진행되기 때문”이라면서 “2개월 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무협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공항터미널의 2대 주주인 금호가 1대 주주인 무협을 상대로 경영권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데, 무슨 실무적인 얘기냐”는 입장이다. 공항터미널은 현재 무역협회와 금호가 각각 62.4%와 37.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사회도 무협측 이사가 5명, 금호측 이사가 4명으로 무협이 경영권을 갖고 있다.

금호측 경영권 요구 소송 중단 ‘미스터리’

그렇다면 도대체 금호는 뭘 믿고 소송을 제기한 것일까. 금호측은 1987년 2월25일 무협과 금호가 체결한 ‘국제공항터미널 사업 출자약정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출자약정서 제8조 (2)는 “무협과 금호 및 민자 참여업체와의 50 대 50 출자가 완료되고 건설이 완료된 후 회사(한국도심공항터미널)의 운영단계에서 이사는 무협과 금호가 협의해 선임하되 금호의 실질적인 운영권이 보장되도록 …한다”고 규정하였다. 금호는 이 조항에 따라 현재는 ‘운영단계’이므로 자신들이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그러나 출자약정서 제8조 (2)의 전체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면 금호측 주장에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50 대 50의 출자조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금호측이 경영권을 갖는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무협과 금호측이 대한항공 등의 출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금호측의 비협조로 실패했다는 게 무협의 주장이다.

무협 임직원들이 문제삼는 대목은 금호의 소송 제기 이후 보인 김재철 회장의 ‘애매한’ 태도다. 협회를 대표하는 김회장이 협회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4월30일 법원에서 소장을 송달 받은 이후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 올 3월 집중심리제 도입 이후 30일 이내에 담당 재판부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고측 주장을 반박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해 나중에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무협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초조해했다는 후문이다.

“못 말리는 회장님”… 속타는 무역협회
결국 김회장의 중국 방문 기간중인 지난 5월24일 조건호 부회장이 임원회의를 소집,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후 금호측에서 ‘소송 중단’ 얘기가 흘러 나왔다. 무협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금호도 무협이 대응하는 순간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금호가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나 김회장이 금호의 소송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금호그룹의 소송 제기는 무협 임직원들이 김회장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거론할 때마다 언급하는 사례다. 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99년 2월 김회장이 취임한 이후 가진 기대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무협 임직원들이 김회장에게 기대를 건 것은 그가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의 기업인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부산수산대학을 졸업하고 69년 배 한 척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20여 년 만에 국내 정상의 원양수산업체를 키웠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동원그룹을 일군 ‘원양업계의 산 증인’. 90년 11월에는 아들에게 동원산업 주식을 물려주면서 거액의 증여세를 자진 신고, 업계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99년 초 당시 구평회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하고 후임 회장이 거론되었을 때 임직원들은 당시 김재철 수석 부회장의 회장 선임을 은근히 바랄 정도였다. 당시 구회장 후임으로는 박태준 당시 자민련 총재가 미는 전경련 부회장 출신의 노모씨가 전면에 부상했으나 김회장은 임직원들과 무협 회원사의 ‘지지’를 등에 업고 무협 회장에 선임될 수 있었다.

김회장은 취임 이후 한때 무협에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김회장을 바라보는 임직원들의 눈길이 변해가고 있다. 김회장이 평소 자신의 공언과 어긋나는 태도와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 임직원들은 “최근 △무역센터 부설 주차장 임대료 책정(상자 기사 참조)이나 △영자지 ‘코리아헤럴드’ 인수설 △뉴욕 한국센터 매각 시도 등에서 보인 김회장의 태도가 그런 사례들”이라고 말한다.

뉴욕 한국센터 매각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무협은 지난해 말 정부의 경영 혁신 추진 과제에 포함된 뉴욕센터 매각을 제외해야 한다고 기획예산처를 설득, 뜻을 관철시켰다. 뉴욕센터는 미국 뉴욕 파크애버뉴460번가에 위치한 지하 2층, 지상 22층의 연건평 8091평의 건물로 올 2월 현재 95.86%의 임대율을 기록하고 있다. 뉴욕 한국 총영사관, 외환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한국 기관 7개 외에 시티뱅크 등 외국 기관 19개가 입주해 있다.

수익성 불확실한 코리아헤럴드 인수설도 무협측이 당시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작년에 아셈(ASEM) 및 무역센터 확충 사업에 따른 건설공사로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신용평가기관이 무협의 신용 등급을 AA-로 평가할 만큼 재무 현황이 양호하기 때문이라는 것. 둘째로 뉴욕센터 매각보다는 보유가 수지 측면에서 연 13억~34억 원 정도 유리한데다 뉴욕센터가 맨해튼에서 교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김회장이 올 초 갑자기 뉴욕센터 매각 검토를 지시,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 김회장과 절친한 모 대학 교수가 올 초부터 민주당과 기획예산처 등을 상대로 뉴욕센터 매각 필요성을 설득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흘러 나와 무협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결국 김회장의 지시는 내부 반발에 직면한데다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아 없던 일로 끝났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코리아헤럴드’ 인수 문제도 말이 많다. 무협 문석호 이사는 무협의 ‘코리아헤럴드’ 인수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내외경제 코리아헤럴드신문㈜ 매각 업무를 주관하는 삼일회계법인 최창일 회계사도 “매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무협 주변에서는 “무협이 내외경제코리아헤럴드신문에서 코리아헤럴드만 분리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한 상태다.

현재 무협 임직원들은 사태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회장은 취임 이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일간무역’을 정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익성이 의심스러운 ‘코리아헤럴드’를 인수한다면 평소 ‘수익성 중시’를 강조해 온 김회장의 경영방식과는 모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는 1대 주주인 신동방이 대한종금에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에서 대한종금이 퇴출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예금보험공사가 1대 주주이며, 무협은 이 회사의 22% 지분을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무협 임직원들은 무협이 설립 목적에 맞게 무역 진흥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김회장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김재철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쌓아 온 이미지를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김회장의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다.





주간동아 2001.07.12 292호 (p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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